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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산청군, ‘국악 르네상스’ 울리며 한국 ‘국악 성지’ 꿈꾼다
[기획/특집]산청군, ‘국악 르네상스’ 울리며 한국 ‘국악 성지’ 꿈꾼다
  • 김영신 기자
  • 승인 2019.09.02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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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계 큰별 기산 박헌봉 선생 정신 계승
남사예담촌 기산국악당서 13년째 ‘국악제전’
최종실 명인, 국악제전 위원장 맡아 위상 높여
매주 토요일 젊은 국악인 다채로운 무대
“경남도립국악원 최적지 산청에 설치해야”

 산청군이 국악계 큰 스승 기산 박헌봉 선생의 정신을 계승ㆍ발전에 전력하는 가운데 기산국악당 활성화는 물론 우리 민족 소리인 국악의 르네상스를 꿈꾸고 있다.

 군이 국악 르네상스를 위해 앞장선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07년 ‘제1회 기산 추모 국악제전’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13년간 ‘기산국악제전 국악한마당’을 열고 있다.

2019년 하반기 ‘기산국악당 토요상설공연’에서 기산국악당 단원들이 ‘버나돌리기’ 공연을 하고 있다.
2019년 하반기 ‘기산국악당 토요상설공연’에서 기산국악당 단원들이 ‘버나돌리기’ 공연을 하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는 국악 창작과 연구, 예술 등 모든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긴 예술인을 발굴, ‘박헌봉 국악상’을 전달하고 있다.

 2013년 기산 선생 고향인 단성면 남사예담촌에 건립된 기산국악당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국악의 르네상스를 꾀하고 있는 산청군. 그 중심에 서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본다.

최종실 기산국악제전 위원장
최종실 기산국악제전 위원장

 ◇ 최종실 명인 13년째 ‘산청 기산국악제전’ 위원장 맡아

 최종실 명인은 중앙대학교 국악대학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학교법인 국악학원 이사장, 재단법인 국립극장 진흥재단 이사직, ‘기산국악제전’이 처음 열린 지난 2007년부터 올해까지 13년째 기산국악제전위원장을 맡고 있다.

 ‘기산국악제전’은 5대 한국악원 창설, 국악예술학교 설립 등 현대 국악의 전승과 발전에 큰 공헌을 세운 단성면 출신의 국악계 큰 스승 기산 박헌봉(1906~1976) 선생을 기리는 국악제다.

 올해 ‘제13회 기산국악제전’은 오는 20~21일 양일간 남사예담촌 기산국악당에서 열린다. ‘박헌봉 국악상’ 시상식과 기산 선생 뒤를 잇는 국악인들이 선보이는 ‘국악한마당’ 공연, 젊은 국악인 양성ㆍ발굴을 위한 ‘국악경연대회’가 개최된다.

 ◇ 기산 선생 제자 최종실 명인 스승 뜻 이어받아

 최 명인은 기산 선생이 지난 1960년 설립한 서울국악예술중고등학교(현 국립전통예술중고등학교)에서 수학한 기산 선생 제자다.

 4살 어린 나이에도 상모만 쥐어주면 울던 울음을 뚝 그쳤다는 그는 이듬해 부친이 운영한 삼천포 농악단에 입문, 12살 되던 해인 1965년 ‘진주삼천포농악’(국가무형문화재 제11-1호) 시연공연에 참가하게 된다.

 그는 이 곳에서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기산 선생을 만나게 된다. 기산 선생 눈에 든 그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선생이 설립한 국립전통예술중고등학교에 입학, 본격적으로 국악인의 길을 걷게 된다.

 그렇게 60여 년이 넘는 세월을 국악에 매진해온 최 명인. 그는 지난 5월부터 지리산 천왕봉과 한방약초의 고장 산청에 아예 둥지를 틀었다.

 스승 기산 선생이 태어난 단성면 남사예담촌 기산국악당에서 선생을 기리며 국악의 새로운 부흥을 꾀하는 상설 국악공연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기산국악당 상설 국악공연은 매주 토요일 젊은 국악인들의 세련되고 열정 넘치는 현대적인 국악공연은 물론 농악과 민요, 춤 등 흥겨운 전통 민속악 공연까지 다채로운 무대로 꾸려지고 있다.

 ‘해설이 있는 기산이야기ㆍ치유악 힐링콘서트’라고 이름 붙여진 이 공연은 입소문 타면서 공연 매회 300여 명의 관람객이 찾는 등 상당한 관심을 끌고 있다.

남사예담촌에서 열린 ‘기산국악당 토요상설공연’ 오프닝 축하무대에서 최종실 위원장이 ‘소고춤’을 추고 있다.
남사예담촌에서 열린 ‘기산국악당 토요상설공연’ 오프닝 축하무대에서 최종실 위원장이 ‘소고춤’을 추고 있다.

 ◇ 원조 한류 ‘사물놀이’ 신화 일궈낸 최종실 명인

 최종실 명인은 지난 1978년 김덕수, 이광수, 고(故) 김용배 명인과 함께 국내 최초로 ‘사물놀이 연주단’을 창단해 많은 관심을 끌었다. 당시 사물놀이가 불러일으킨 풍물놀이 바람은 ‘신화’로 불린다.

 최 명인은 사물놀이 연주단과 함께 지난 1978~1990년까지 불과 12년 남짓한 시간 동안 세계 80개 국을 돌며 국내ㆍ외에서 4천 회가 넘는 공연을 선보였다. 사물놀이가 원조 한류로 불리는 이유다. 이후 중앙대 국악대학 교수를 지내며 타악연희과를 창설한 그는 타악은 물론 ‘상모놀이’와 ‘소고춤’의 달인이다. 특히, 공연 때 마다 선보이는 ‘자반뒤집기’는 보는 이로 하여금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는 묘기다.

 그는 지난 5월 기산국악당 토요 상설 국악공연 개막에 앞서 전야제 형식으로 열린 ‘기산 박헌봉 추모 특별 음악회’에서도 직접 ‘소고춤’과 ‘자반뒤집기’를 선보이며 행사에 흥을 더했다.

 그의 ‘소고춤’과 ‘자반뒤집기’는 ‘진주삼천포농악’의 핵심 놀음 중 하나다. ‘진주삼천포농악’은 기산 선생이 앞장서 힘쓴 탓에 지난 1966년 무형문화재로 지정될 수 있었다.

 이는 당시 ‘소고춤’ 달인으로 이름났던 최 명인 부친 고(故) 최재명씨를 비롯해 지역의 많은 국악인들이 ‘진주삼천포농악’의 명맥을 이어온 덕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9년 하반기 ‘기산국악당 토요상설공연’ 오프닝 축하공연 모습.
2019년 하반기 ‘기산국악당 토요상설공연’ 오프닝 축하공연 모습.

 ◇ 기산국악당 상설국악공연 정례화로 국악 대중화

 ‘기산국악당 토요상설국악공연’은 올해 처음 추진된 문화공연으로 ‘2019년 문광부 상설문화관광 프로그램 공모사업’ 선정에 따라 마련된 것이다. 상설공연은 오는 11월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3시에 진행된다.

 군은 상설 국악공연을 올해에 그치지 않고 정례화해 매년 많은 국악인들이 찾는 ‘국악마을’로 성장시켜 나갈 계획이다. 이 공연에는 젊고 재능 있는 국악인들이 대거 출연하고 있다.

 전통악기가 가진 한국 고유의 아름다운 소리를 대중에게 전하는 창작음악집단 ‘이즘’(I.S.M)과 전통무용그룸 ‘춤판’, 국악가무팀 ‘니나노 언니들’, 우리 음악의 우수성을 진지하게 대화하자는 의미를 가진 연희크루 ‘진대’는 국악 감상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특히, 민속 음악을 계승ㆍ발전하는 데 앞장서는 국악 그룹 ‘젊꾼’, 평안도와 황해도 등 이북의 소리를 이어 나가는 서도소리 그룹 ‘소리화’를 비롯해 한국 전통악기와 밴드 사운드의 융합이 만들어내는 매력을 선보이는 월드뮤직밴드 ‘도시’ 등은 전통국악은 물론 새로운 장르의 국악을 선보이는 연주자들로 구성돼 공연 가치를 한층 높이고 있다.

 ◇ 경남도립국악원 산청이 최적지

 산청군의 이 같은 움직임에 발맞춰 종합예술전당으로서 역할을 담당할 경남도립국악원을 산청에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우범 도의원은 최근 열린 경남도의회 정례회에서 “국립국악원은 서울과 전남, 전북, 부산 등 전국 4곳에 설치돼 있지만 남부권에 편중돼 있고 도립국악원은 전북과 충남지역에서 운영 중이지만 경남지역에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경남에도 우리 민족의 우수한 전통음악을 후대에 계승ㆍ발전시키고 국악교육, 연주와 보급, 창작활동과 보존사업 등의 체계적인 추진을 위해 도립 국악원의 건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도립국악원 건립 예정 터로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지리산 관문에 있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제1호’인 남사예담촌과 전통한옥 체험마을을 활용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군은 현재 기산국악당에 지역 청소년들과 산청을 찾는 관광객들이 국악을 체험할 수 있는 시설 등을 마련하는 등 도립국악원 설립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종실 명인은 “산청군이 굳은 의지를 가지고 남사예담촌에 도립국악원 설립을 위해 전력하고 있으며 경남도의회도 이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산청이 도립국악원 최적지임을 자부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아울러 그는 “올해는 기산 선생께서 설립한 국립전통예술중고등학교 6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로 기산국악당에서 스승님 고향 산청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돼 행복하다”면서 “앞으로 산청이 경남 국악은 물론 대한민국 국악 성지가 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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