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6:56 (토)
고양이에 얽힌 에피소드 묘한 시각적 접근
고양이에 얽힌 에피소드 묘한 시각적 접근
  • 김정련 기자
  • 승인 2019.08.28 2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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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이니 경험과 현대문명의 사색을 담은 이경미 작가의 작품 ‘Ballon of Desire’.
개인적이니 경험과 현대문명의 사색을 담은 이경미 작가의 작품 ‘Ballon of Desire’.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고양이 시점’ 특별전 개최

강경연ㆍ김연 등 4인 작가

회화ㆍ도자ㆍ사진 등 50여점

 도시인과 함께 살아가는 반려동물 문화에 대한 다양한 시각적 접근을 제시하고자 4명의 작가들이 저마다 고양이에 얽힌 에피소드를 작품으로 풀어낸다.

 (재)김해문화재단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특별전 ‘고양이 시점’을 지난 23일을 시작으로 오는 12월 15일까지 큐빅하우스 전관에서 개최한다. 지난 8월 25일까지 김해서부문화센터 스페이스 가율에서 열렸던 전시에 이은 제2전시다. 참여 작가는 강경연, 김연, 여상희, 이경미 총 4인이며 회화, 도자, 사진, 영상, 설치 작품 50여 점이 전시된다.

 이경미 작가는 직접 키웠던 네 마리의 고양이를 초현실적인 화폭과 설치 작품에 등장 시켜, 개인적인 경험과 현대문명의 사색을 담아낸다. 특히 그림에는 고양이뿐 아니라 풍선, 책, 비단 등 다양한 오브제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여기에는 작가의 가난하고 힘겨웠던 유년 시절과 이방인으로 살았던 해외 생활의 고단함 등이 녹아있다. “삶의 고비마다 고양이가 있어 버틸 수 있었다”는 말처럼, 작가에게 있어 고양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이며 자신을 대변하는 상징이기도 하다.

 강경연 작가는 한국 도자계의 중진(重鎭)으로, 유년 시절 동물과 함께 성장하며 교감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동물에 얽힌 신화적 상상력을 도자 조형 작품 ‘데이드림(Daydream)‘ 시리즈에 담아낸다. 작가는 ‘유토피아적 꿈꾸기’를 주제로 여성의 형상과 이미지를 시각화하는 작업을 주로 해왔는데, 작업에 등장하는 새와 고양이는 여성의 페르소나(자아)를 상징한다.

 그중에서도 검은 고양이는 작가와 오랜 세월을 함께 한 고양이 ‘까몽이’로, 그의 마법 같은 유연성과 고고한 매력은 작가에게 무한한 영감의 원천이었다. 또한 작가의 작품에는 인간은 동물과 교감을 넘어 대화도 할 수 있다는 동화적 상상력이 담겨있는데, 작가가 빚어낸 ‘반인반묘(半人半猫)’ 형상의 도자 부조 작업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여상희 작가는 도심 난개발로 인해 생존을 위협받는 고양이들의 현실을 사진과 설치 작업으로 보여준다. 작가는 대대적인 국가폭력으로 희생된 이들에 대한 기록이나 증언을 통해 사회비판 메시지를 던지는 작업을 해오던 중, 우연히 재개발 지역에서 길고양이를 구조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고양이에 관심을 두게 됐다. 작업 ‘절망의 파라다이스’ 는 2018년 대전 목동 재개발지역에서 고양이를 직접 구조했던 기록으로, 약 2년간의 활동을 담은 사진과 영상 등을 펼친다. 작가는 자본 중심의 도시 구조에서는 비단 고양이만이 희생양이 아니며, 상대적으로 낮은 곳에 존재하는 이들 역시 밀려나게 되므로 우리 모두 성찰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김연 작가는 고양이를 혐오하거나 연민하는 양가적인 감정을 작품으로 표현한다. 작가는 길고양이들의 안식처를 위해 섬유공장에서 버려지는 자투리 천으로 고리를 만들고 엮어 ‘캣고리’로 명명하는데, 여기에는 작가의 고양이 혐오가 연민으로 변화하는 과정이 녹아있다. 전시 현장에 있는 고리는 관람객들의 참여로 또 다른 공간으로의 변화를 기다리고 있는 참여 작품이기도 하다. 한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고양이’ 속 주인공 바스테트와 피타고라스 캐릭터를 자신의 작품 소재인 고리와 결합해 디자인한 이미지 작업과 고양이의 강렬한 눈빛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영상 작품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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