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16:52 (목)
불면 클리닉
불면 클리닉
  • 이영조
  • 승인 2019.08.28 2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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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라미심리상담센터장 이영조
동그라미심리상담센터장 이영조

 지구 온난화 때문일까? 한낮의 폭염은 밤까지 이어지고 열대야는 기준 온도 25도를 훨씬 웃돌아 29~31도까지 고공행진 중이다. 힘들었던 하루를 마치고 편안한 휴식을 즐겨야 할 저녁 시간, 열대야가 피곤한 몸을 더욱 지치게 한다. 열대야는 불면(不眠)이라는 등식을 입증하듯 불면과의 전쟁이 계속되고 내일을 위해 어떻게든 잠을 자야 한다는 강박(强迫)이 마음을 더욱 옥죈다. 잠을 자야 한다는 강박이 지속될 때 불면의 굴레는 높고 단단한 울타리를 치고 우리를 그 속에 가둔다.

 이제는 불면을 클리닉 해야 할 차례다. 육체 피로라는 사인을 전달받은 뇌는 멜라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고 수면으로 안내한다. 이것이 잠을 잘 수 있는 메커니즘이다. 하지만 심신의 피로를 전달하는 자율신경계, 멜라토닌 호르몬의 생산 저하, 수면 환경의 부적합 요소, 심리적 요인 등 어느 것 하나가 문제를 일으키면 불면 상태가 된다.

 열대야 등 계절적 요인의 경우 계절이 바뀌면 대부분 해소된다. 그러나 현대인이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전자기기의 사용 증가나 여러 형태의 심리적인 요인은 또 다른 불면 요인으로 대두되고 있고, 그 중 심리적인 요인은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전자기기 과다사용 문제가 중독 수준이라면 개인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넘어서게 되고, 심리적인 문제로는 과거에 대한 후회, 분노, 원망과 미래에 맞게 될 근심, 걱정, 불안, 두려움은 불면의 고리를 더욱 공고히 한다.

 "잠을 자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심리상담센터를 찾은 50대 중년 여성은 잠자는 일이 가장 커다란 문제라는 듯 호소하듯 말했다. 양을 앞뒤로 1천 마리씩 세어도, 따뜻한 우유도 마셔보고 인터넷에서 수면 관련 정보를 확인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노력을 모두 해 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면의 정도가 심해지는 것 같다고 호소했다. 그녀는 신경이 매우 예민했고 건강 염려증이 있었다. 자기 몸에서 일어나는 작은 아픔도 질병으로 발전시키고 급기야 큰 병으로 만들고 걱정과 두려움에 빠져들었다. 불면증도 예민한 성격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며칠 이어지면서 신경정신과에서 불면증 치료제를 처방받고 약을 먹던 중 이 약을 계속 먹으면 중독이 되지 않을까?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 불안을 일으켜 투약을 중단하고 다시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다.

 근심(해결되지 않은 일 때문에 속을 태우거나 우울해함)은 신경계를 교란(攪亂)시킨다. 아프지 않은데 거짓 통증을 유발하고, 통증은 또 다른 형태의 심리적 불안을 유발한다. 불안이 시작되면 가슴이 쿵쾅거리고 호흡이 불안정해진다. 좌불안석(坐不安席) 상태가 되면서 지리한 잠과의 전쟁으로 이어진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불면증 치료제를 먹도록 권했다. "약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 평생 약을 먹어야 되는 거 아닐까요? 그렇게 오래 먹어도 괜찮나요?" 역시 약에 대한 불안증을 이야기한다. 너무 앞선 생각이 또 다른 불안을 만들었다. 약을 먹어야 하는 당위성을 충분히 설명해 안심시켜 드리고 다음 상담 날짜를 예약했다.

 불면증 치료에 우선해서 심리적 불안을 다스려야 한다. 약을 먹으면 안 된다고 하는 인지적 오류를 개선하기 위해 인지 치료가 필요했다. 잠을 잘 자게 되면 불안한 마음이 개선되고 심리적 안정으로 이어진다.

 상담실을 다시 찾은 내담자는 한층 얼굴이 밝아졌다. 약에 대한 편견을 떨쳐내니 잠도 잘 자고 마음도 한결 편안해졌다고 한다. 상담을 마칠 무렵, "약을 끊을 수 있겠지요? 약에 중독되지는 않겠지요?" 여전히 약에 대한 걱정을 떨쳐내지 못했다. 단호하게, "네" 라고 말씀드렸다.

 근심과 걱정이 사라지면 불면증은 치료될 것이다. 사람마다 처한 환경과 상황마다 각기 다른 걱정거리가 심리적 불안을 야기하고 불면으로 나타난다. 이럴 때 안정을 취할 수 있는 행동요법은 불면 치료에 도움이 된다. 의사들이 이야기하는 햇볕 맞으며 산책하기, 따뜻한 물에 목욕하기, 가볍게 운동하기, 우유 마시기, 이런 행동은 불안을 낮추고 심리적 안정을 주기 위한 노력이다. 심리적 불안을 주는 다른 요인은 근심과 걱정이다. 과거에 대한 화, 분노, 억울함,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 이런 심리적 요인을 제거해 주는 것도 불면증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되고 법칙". `공부` 하면 되고, `밥` 먹으면 되고, `일` 하면 되고, `돈` 벌면 되고, `잠` 자면 되고, 무엇이든지 하면 된다는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사고를 평소에 훈련하자. 그리고 화, 분노, 두려움으로 가슴이 답답할 때 심호흡을 하자. 가슴속 찌꺼기를 모두 밖으로 내뿜는 심호흡은 불안증을 가라앉혀 줄 것이다.

 처서가 지나면서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공기가 기분을 좋게 한다. 수면 환경을 개선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자. 상쾌한 아침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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