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16:03 (목)
[김영복의 미각회해]음식평론(飮食評論)
[김영복의 미각회해]음식평론(飮食評論)
  • 김영복
  • 승인 2019.08.26 2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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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

음식평론은 광범위한 지식 기반으로

주관적인 판단의 개입 경계해야

식생활 문화의 체계적 학문 필요

훌륭한 음식평론가의 글 기대

 

사람들이 먹고 마시는 모든 것의 식생활용어를 음식(飮食)이라고 한다. 이 음식의 가치를 평가하고 비판하는 자칭타칭 음식평론가(飮食評論家)들의 글을 각종 매체를 통해 자주 접하게 된다. 물론 음식을 비롯한 예술 작품, 문화 현상, 상품 등 평론의 대상에는 제한이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0여 년간 식생활 문화를 연구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음식평론(飮食評論)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의식주(衣食住)는 인간 생활의 세 가지 기본요소이고, 이 세 가지 기본요소 중에 식(食)은 몸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영양분을 얻기 위해 섭취하는 음식을 말한다. 이 음식에 관련된 모든 행위는 식생활(食生活)이라고 한다. 이 식생활에도 문화는 존재하고 이 식생활 문화에 대한 가치를 평가하는 음식평론도 당연한 학문임은 틀림없다. 미술, 음악, 문학 등 그 어떤 영역의 가치평가보다 음식평론은 다루기 힘든 분야다. 그 이유는 음식평론(飮食評論)은 단순히 음식에 대한 전문적 지식만 가지고는 다루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음식평론에 이르려면 음식에 대한 역사적 배경, 사회ㆍ문화적 이해, 환경적 변화와 고고학, 민속학, 서지학, 재료학, 조리학, 가공학, 영양학 등에 대한 광범위하고 다양한 식견을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고 단순히 맛에 치우치거나 얕은 지식을 가지고 음식평론을 하다 보면 그 평론이 경박하거나 왜곡된 평론에 이르기 마련이다. 맛은 지극히 주관적이다. 성별, 연령, 건강, 지역, 습관 등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필자는 `無味眞味(무미진미) 無香眞香(무향진향) 無偏妙味(무편묘미) 味沒命失(미몰명실) - 맛 없는 것이 참된 맛이오. 향 없는 것이 참된 향이며, 치우침 없는 맛이 좋은 맛이고, 맛에 빠지면 생명을 잃는다`라는 글을 써 놓고 마음에 새긴다. 이를 역설적으로 표현하면 음식의 맛이나 향이 강하거나 치우치면 맛이 없다고 한다.

"써서 맛이 없다", "달아서 맛이 없다", "셔서 맛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 또한 개개인 지극히 주관적이다. 새콤달콤한 맛을 좋아하기도 하고 고통스런 매운 맛을 즐기기도 한다. 그래서 맛은 개인의 취향이나 주관적인 판단으로 단정해 평가해서는 안 된다. 특히 우리 민족의 식생활은 오랜 역사와 전통으로 이어져 왔기 때문에 다양한 학문에 조금씩 묻어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식생활에 대한 체계적이고도 전문적인 문헌 자료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식문화계열에 영양학, 조리학, 식품 가공학 등은 있어도 식생활 문화에 대한 체계적인 학문은 정립돼 있지 않다. 그러다 보니 식생활 문화에 대한 그릇된 지식과 정보가 사실인 양 잘못 전달돼 심각한 폐해를 낳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중국과 한국, 한국과 일본 등은 지정학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식생활 문화의 교류를 통해 정착 계승된 음식들에 대해 논거가 빈약한 가운데, 왜곡된 지식과 정보로 가치 상실된 평론의 아류(亞流)가 종종 눈에 띄기도 한다. 만약 그 평론이 매체를 통해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진 인기 있는 `평론가`의 글이라면 그 영향력만큼이나 우리 음식에 주는 폐해는 심각하다.그래서 필자는 그 두려움 때문에 아직도 감히 `음식 평론가`의 직역에 들어가지 못하고 평생 공부하겠다는 마음으로 `식생활 문화연구가`에 머물러 있다. 더 많은 자료를 수집하고 공부하면서 식생활 문화를 체계화해 후학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자의 소망이며, 식생활 문화계에 훌륭한 `음식평론`의 글을 대하고 싶은 기대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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