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4:32 (금)
경남도의회의 갑질, 도민들이 징치할 것이다
경남도의회의 갑질, 도민들이 징치할 것이다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9.08.25 2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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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면전ㆍ정부 분노 표출 앞두고

평일에 체육대회 개최하는 도의회

도ㆍ교육청에 50명 할당인원 요청

신선함은커녕 구태와 다를바 없어

권위 앞세워 집행기관 인력 동원안돼

잘못된 횡포 도민이 반드시 응징할 것
대기자 칼럼니스트 박재근
대기자 칼럼니스트 박재근

 비례대표 포함 2선 여성의원이 경남도의회 수장을 차지하는 등 바뀐 게 한둘이 아니다. 지방선거 후 민주당이 지방 권력(도의회)을 차지하면서다. 행사나 축제 때면 일상적인 의전 문제, 낭비성 행사 등 지방 권력 변화와 함께한 바람도 잠시, 최초의 여성도의회 의장이 이끄는 도의회도 예전 모습으로 회귀, 본성을 드러내고 있다.

 평일인 9월 6일 경남도의원들이 체육대회를 한다는 것도 지탄의 대상인데, 도의회가 갖는 체육대회에 도청과 교육청에 인원을 할당하고 참석을 통보했다는 것이 온전한 사고인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당초 도청과 교육청은 도민을 의식, 행사 취지는 공감한다 해도 참석에는 난색을 표했다 한다. 그런데 돌아온 화답은 기관마다 50명씩 할당 인원까지 정했다 하니 기가 찰 일이 아닌가. 또 가관인 것은 도와 교육청 등 집행기관들은 노조의 눈치 때문인지 이날 행사에 직원 동원보다 간부들을 체육대회에 참석시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족구, 축구, 줄다리기 등이 포함된 명랑운동회를 갖는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 6월께에는 경남도청의 주요 실ㆍ국장을 대동, 고성 현지에서 경남도의회 주민간담회를 가지려다 논란으로 취소된 바도 있다.

 이 같은 행사의 옳고 그름을 가리기보다는 현실도 직시하지 못하고 시대착오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는 김지수 경남도의회 의장을 비롯한 도의원들을 경남도민들이 과연, 어떻게 보고 있을지 궁금하다. 또 지금이 어떤 때인가. 대외적으로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따라 우리도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고, 지소미아까지 폐기를 결정, 경제 전면전을 앞둔 시기다. 거기에 더해 미국은 안보 문제를 내세우며, 우리에게 어떤 요구를 하고 나설지 한 치 앞도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국내적으로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를 앞두고 각종 의혹이 연이어 터져 나오면서, 공정한 사회를 내세운 현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해 국민들이 다시 촛불을 들고나올지 모르는 혼돈의 상황이 아닌가. 또 장기불황인 창원국가산업단지는 지난해보다 생산은 25.3%가 감소하고, 수출은 38.3%나 감소했다. 거기에 고용률과 공장가동률까지 떨어져 불황의 끝이 어딘지도 알 수 없다. 이런 시기에 도내 산업의 한 축인 원자력이 하루아침에 풍비박산이 나고, 전국 최고의 아파트 미분양률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정부 정책이라는 이유로 말 한마디 하지 않던 도의회다.

 그런 도의회가 추석을 앞두고 회기를 마쳤으니, 체육대회를 한다고 한다. 그것도 집행부에 참석 인원을 할당, 자신들의 놀이에 참석하라고 강제하고 있다. 이게 도민의 대변자라고 자처하고 있는 도의원들의 민낯이다. 일 년 중에서 가장 풍족하고 여유가 넘쳐 즐거워야 할 추석 명절을 우울하게 보내야 할 도민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웃고 즐기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지, 아니면 현 상황을 정작 모르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그리고 평일에 일본 수출규제로 연일 대책 마련에 여념이 없는 도청 간부들과 교육계 친일청산과 웅동학원 문제로 정신없을 교육청 간부들을 불러내서 체육대회를 한다면, 가뜩이나 10일간의 의사 일정으로 결재나 보고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 도정과 교육청 업무를 아예 중단해도 된다는 시그널로 들린다. 자신들이 주최하는 놀이를 위해 도정이나 교육행정을 내팽개쳐도 된다고, 도의원을 선출한 게 아니다. 인원까지 할당해가면서 동원시키지 않아도 된다. 도의회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면 그게 권위이고 도민을 위한 의회 상이다. 물론, 이 행사를 두고 도의회는 자율적 참여라고 항변하겠지만, 하늘을 손으로 가릴 수는 없다. 집행기관이며 영원한 갑인 도의회가 체육 대회에 참석토록 한 것은 강제한 것이나 다름없다. 올해 추경, 내년도 예산, 행정사무 감사를 앞두고 의결기관이라는 권위를 세워보고 싶었는지는 모르지만, 권위를 앞세워 집행기관 인력을 동원시키려 해서는 안 된다. 이런 상항에 대해 도민들의 심정은 어떨까. 지난 정권의 반발심리로 도의회를 바꿨지만, 다름없다는 생각일 게다.

 중국의 문화가 겸 사상가인 루쉰은 산문집 `투창과 비수`에서 타락수구(打落水狗), 물에 빠진 개는 두들겨 패라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뛰쳐나와 물려고 들거나 최소한 흙탕물을 튀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권세를 믿고 날뛰며 횡포를 부리던 악인도 실족해 다치게 되면, 대중을 향해 동정을 구걸하면서 사람들의 측은지심을 유발한다. 하지만 그 악인은 얼마 지나지 않아 슬그머니 본성을 드러내 온갖 악행을 되풀이한다고 했다. 그 이유는 물에 빠진 개를 때려잡지 않았기 때문이다. 악인에 대한 징치(懲治)를 분명하게 해두지 않고 어설프게 용서하고 화해했기 때문에 더 큰 해악을 불러온 것이라고 말한다.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항상 도민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도민들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징치할지 알 수 없다. 때문에 경남도의회가 옳고 그름을 가려 행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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