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07:00 (금)
쓰레기통에서 찾아야 할 사회 정의
쓰레기통에서 찾아야 할 사회 정의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9.08.22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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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류 한 열
편집국장 류 한 열

사회 정의보다는 정권의

유지가 우선하는 상황에서

내로남불은 양심을 무디게

하는 좋은 약이다. 그래도

사회 정의는 살아있다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정권 유지와 연장하기

위해 삶의 보편적인

질서를 거스르는 일은

참 나쁘다.

 참 딱한 일이다. 입만 열면 사회 정의와 공평, 평등을 부르짖던 사람이 알고 보니 자신은 정의와 공평, 평등을 보란 듯이 역행했다. 천사의 탈을 썼는데 탈을 벗겨보니 천사와 영 딴판이라 배신감을 아낌없이 던져주고 있다. 우리 사회의 성숙도를 거꾸로 몇 바퀴 돌린 느낌이다. 우리 사회 구성원은 모두 동등한 룰에 따라 경쟁하고 자신의 삶을 확장해 나가야 한다. 모두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리는데 한 사람이 "새치기하지 맙시다"라고 내깔기더니 슬쩍 새치기를 한다면 물어보나 마나 그 사람은 만인의 적이다. 합법ㆍ불법 따지는 것은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이 사람이 새치기를 감시하는 책임자 후보라면 더더욱 그 행위가 역겨울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에 정의는 있는가`라는 질문에 진보와 보수에 따라 답이 달라지는 일이 쉽게 일어나고 있다. 절대적인 정의와 상대적인 정의가 충돌하면서 상대적인 정의가 힘을 쓰고 있다. 진영의 논리에 따라 정의는 새롭게 정의되고 있다. 진보가 힘을 쓰는 세상에서 진보가 내세우는 정의가 진짜 정의로 둔갑한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사랑은 대단한 것으로 보인다. 외국에서 학교를 다니다 국내에서 외고를 나와 고려대에 들어가서, 서울대 대학원에 찔끔 다니다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옮겼다. 이 정도 입시 진학 실력이면 국내 최고의 입시 전문가도 혀를 내두를만 하다. 거기에 다른 사람은 받기 힘든 장학금을 척척 받았다. 어린 나이에 의학 논문 제1저자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런 행보를 조국의 딸이 보였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이 의학 논문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리고 대학 입시에까지 활용했다는 논란과 관련해 질문을 받았다. 공정거래위원장을 지냈던 그는 "당시에는 불법이 아니었다"고 말한 후 "지금은 제도가 개선됐기 때문에 지금 한다면 불법이다"고 밝혔다. 참 묘하다. 공정이란 게 시도 때도 없이 옷을 바꿔 입으니 대부분 사람이 헷갈린다. 궁색한 말장난은 바닥이 드러나 보인다. 자신 편 사람을 편드는 건 인지상정이다. 정권이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전 국민을 동원해서라도 정의를 가장해 가증스러운 작태를 덮어야 하는 건 당연하다. 정권은 짧고 정의는 길다. 아무리 시대를 잘못 만나 정의가 쓰레기통에서 뒹굴어도 정의의 보편적 가치는 쓰레기통에서 다시 꽃이 피게 돼 있다.

 잊을 만 하면 내로남불이 다시 도진다. 내로남불의 전성시대를 살면서 제발 역겨운 시대가 빨리 지나가기를 바랐다. 우리 정치의 수준이 하도 낮아 내로남불만큼 갖다 대기에 좋은 전략은 없다. 마음속에 눈을 부릅뜨고 있는 양심만 가린다면 남의 행위를 불륜으로 몰고 자신의 행위를 로맨스로 치부할 때 통쾌할 수밖에 없다. 말로는 자신이 사회를 계도하는 선한 용사로 숱한 사람들의 박수를 받으면서 뒤에서는 순리를 역행하는 행동을 떳떳하게 했다면 지나친 말인지 몰라도 양심이 화인받지 않고는 하기 힘든 행동이다. 표리부동한 사람이 지도자가 될 수는 없다. 이는 우리 사회를 거꾸로 세우고 바르다고 강변해야 하는 부조화를 부르는 일이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후 우리 사회는 좌ㆍ우파로 나눠진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유튜버에서 양산하는 양 진영의 논리에는 공유할 수 있는 내용이 한 점도 없다. 무조건 몰아붙이기만 하면서 자기 편이 옳다고 강변한다. 내로남불을 내세워도 마음에 거리낌이 없는 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민주당과 조국 후보자는 이 소나기만 피하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사회 정의보다는 정권의 유지가 우선하는 상황에서 내로남불은 양심을 무디게 하는 좋은 약이다. 하지만 사회 정의는 살아있다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정권 유지와 연장을 하기 위해 삶의 보편적인 질서를 거스르는 일은 참 나쁘다. 우리 사회에 정의가 살아있다는 작은 희망이 꺼지지 않기를 바란다. 조국 후보자의 자진 사퇴가 희망을 부르는 단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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