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07:05 (금)
`사람`을 품고 `관계`를 키우는 숲 체험 활동
`사람`을 품고 `관계`를 키우는 숲 체험 활동
  • 강미경
  • 승인 2019.08.22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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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리동네사람들 강미경
사)우리동네사람들 강미경

매주 토요일 10시~14시
김해 도심 숲에서
일어나는 수상한 만남
5월 초부터 8월 말까지

 토요일 오전, 김해시 장유에 위치한 덕정공원 무장애 나눔길 입구. 큰 대형버스 도착을 끝으로 일군의 사람들이 모두 집결하자, 큰 소리로 반가운 인사가 오간다. 인솔자 안내에 따라 둘씩 짝을 맞춰 한쪽이 내민 팔에 한쪽은 몸을 의지한 채 얕은 산을 조심스럽게 오르기 시작하는 40여 명의 행렬. 세대를 뛰어넘어 두런두런 이야기도 나누고 중간중간 양념처럼 끼어드는 강사의 설명에 귀를 쫑긋 세우기도 하는, 더디지만 즐거운 숲 산책이다. `시각장애인`과 `비시각장애인`이 숲을 통해 만나고 교류함으로써 시각장애인의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 사회관계망 형성 도움은 물론, 비시각장애인의 문화 다양성 역량도 증진하려는 목적으로 기획된 `숲을 만나다, 숲을 느끼다` 프로그램의 한 풍경으로, 산림복지진흥원의 2019 녹색 자금 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돼 진행되는 숲 체험ㆍ교육의 일환이다.

 2017년 기준 시각장애인은 전국 25만 2천632명, 경남 1만 7천67명, 김해 2천151명이 등록돼 있다. 이 공익사업을 주최ㆍ주관하고 있는 (사)생활자치커뮤니티 우리동네사람들에서는, 장애인, 특히 시각장애인의 야외 여가 활동 기회가 매우 적으며 이들의 생활 만족도 향상을 위해 편견 없는 사회적 관계망 확대가 중요하다는 연구에 주목했다. 마침 김해시가 산림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보행 약자층의 숲 접근성 강화를 위해 녹색 자금 5억 원과 지방비 4억 원을 들여 산지형 덕정공원에 조성 중이던 김해 첫 `무장애 나눔길`도 작년 말 완공될 예정이었고, 2018년도에 처음으로 다문화 초등학생과 비다 문화 중ㆍ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관계 맺기` 숲 체험 프로그램을 컨소시엄 형태로 운영해본 경험 역시 새로운 시도를 해 보는 데 도움이 됐다.

 일단 이렇게 시작은 했지만, 숲 체험을 이끄는 주 강사들의 고민이 깊었다. 시각장애인 숲 체험 관련 축적된 자료가 거의 없다 보니, 프로그램 짜는 것 자체가 녹록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테프끼리 이해 증진을 위한 특강도 마련하고 자주 의견도 공유하지만, 여전히 부족함을 느낀다. 귀로 듣는 프로그램을 워낙 선호하셔서 낭독이나 음악을 매개로 한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배치하고, 직접 몸으로 느낄 수 있는 도자기 화분 만들기, 나무 심기, 매실 따기 및 담그기, 나무 재료를 이용한 소품 만들기, 황톳길 밟기, 해먹 타기, 계곡 체험, 편백나무 숲 산책 등 시각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도해 보고 있는 중이다. 우천 시에는 인근 김해 목재 문화박물관을 찾아 피톤치드와 아로마 숲 체험실을 비롯한 여러 시설을 십분 활용하기도 하는데, 운치 있게 흐렸던 어느 날 중장년 시각장애인들로 구성된 `소리빛 오카리나`팀이 방문해 열어준 숲속 음악회는 참여자 모두에게 또 다른 감흥을 선사한 특별한 경험으로 남아있다.

 이러저러한 시행착오 가운데도, 모든 프로그램을 관통해 잊지 않으려 노력하는 원칙이 하나 있다. 처음 기획 의도처럼, 단순 숲 활동보다는 관계 형성에 역점을 두고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거나 받는 관계에서 탈피해 상호 효용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비시각장애인들도 봉사자가 아닌 참가자인 이유다. 대부분 65세 이상인 시각장애인들은 서툰 안내에 때로 넘어질 뻔하면서도 늘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며 고맙다 진심 어린 말을 건네신다. 자식뻘 손주뻘 되는 비시각장애인들은 소중한 인생 경험과 유쾌한 유머를 나눠 받으며 오히려 더 많은 걸 배워 간다고 입을 모은다.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서로에게 유익한 시간인 것이다. 그만큼 회가 거듭될수록 정도 쌓여 간다.

 이렇듯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지만, 우리 같은 일반 시민사회단체가 계속 끌고 나가는 건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절실한 필요를 느끼는 당사자들이 직접` 운영에 관여할 때, 현장의 요구에 부응해 계속 프로그램을 발전 시켜 나가면서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숲을 활용한 다양한 관계 증진 프로그램이 가능하다`는 것을 지역에 알리고 촉진하는 것까지가 우리의 몫이지 싶다. 작년에 다문화 아이들 참여자 모집에 도움을 줬던 `김해 이주민의 집`에서 올해는 직접 공모를 통해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것처럼, 내년에는 `경상남도 시각장애인복지연합회 김해지회`에서 역시 그럴 수 있기를 바라고 그게 우리로선 훨씬 보람된다. 이를 계기로 김해에서 더 다양한 숲 체험 프로그램이 산림복지 차원에서 개발되기를 기대하며, 필요하다면 언제든 우리 단체도 새로운 역할을 고민해 나갈 것이다.

 남는 건 사람이라고 했던가? 사업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건 사람이다. 주관 단체에서 사업의 총괄 진행은 하지만, 지역 내 많은 분의 크고 작은 협조가 없었다면 어려운 일이었다. 이제 사업의 종착점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토요일마다 개인 일정은 접어둔 채 지속적으로 참여해 필요한 역할을 채워 주시는 모든 분께 지면을 빌려 무엇보다 큰 감사함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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