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9:44 (토)
워밍업
워밍업
  • 송미선
  • 승인 2019.08.20 2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미선
송미선

어설픈 속내를 말할 때

머뭇머뭇

삼사초 숨을 고른 뒤 하는 말

사실은…

혀가 상고모자의 늘어뜨린 술보다 길어

가늠되지 않는다

숨겨둔 무엇도 없으면서 호주머니를 뒤적이며

그게 아니라 사실은…

알몸인 줄 모른 채

얼굴만 가리는 당신의 두 손이 붉다

나가지 못한 말들이 얼굴에 응얼거린다

틈만 생기면 분출하려는

마그마처럼 벌겋다

사실이 아닐지라도

사실에서 벗어나지 못해

혀는 바람이 부는 대로 흔들린다

이것은 혀의 일일뿐

내 탓이 아니야

의심에 가속도가 붙는다

아이스크림을 핥아먹으며

혓바닥이 부드러워지기를 기다린다

안전장치가 풀린 말을 입맛에 맞게 해석하고

바닥이 드러날 때까지 토해도 남아있는 말

그게 아니라 사실은

<시인약력>

- 2011년 <시와사상> 등단.

- 김해문인협회 회원

- 시집 '다정하지 않은 하루'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