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속내를 말할 때
머뭇머뭇
삼사초 숨을 고른 뒤 하는 말
사실은…
혀가 상고모자의 늘어뜨린 술보다 길어
가늠되지 않는다
숨겨둔 무엇도 없으면서 호주머니를 뒤적이며
그게 아니라 사실은…
알몸인 줄 모른 채
얼굴만 가리는 당신의 두 손이 붉다
나가지 못한 말들이 얼굴에 응얼거린다
틈만 생기면 분출하려는
마그마처럼 벌겋다
사실이 아닐지라도
사실에서 벗어나지 못해
혀는 바람이 부는 대로 흔들린다
이것은 혀의 일일뿐
내 탓이 아니야
의심에 가속도가 붙는다
아이스크림을 핥아먹으며
혓바닥이 부드러워지기를 기다린다
안전장치가 풀린 말을 입맛에 맞게 해석하고
바닥이 드러날 때까지 토해도 남아있는 말
그게 아니라 사실은
<시인약력>
- 2011년 <시와사상> 등단.
- 김해문인협회 회원
- 시집 '다정하지 않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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