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08:23 (금)
어떤 여행 스타일인가?
어떤 여행 스타일인가?
  • 하성재
  • 승인 2019.08.19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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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청지기공동체 대표 굿서번트 리더십센터 소장 하성재
선한청지기공동체 대표 굿서번트 리더십센터 소장 하성재

리더 구조따라 자유ㆍ패키지 나눠져
조직 내 리더십 방식따라 장단점 달라

 물론 늦은 휴가를 보내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제는 휴가를 정리해야 하는 때가 됐다. 친구들과 함께 해외여행을 가기로 했다고 생각해 보자. 언제, 어디로, 어떻게 갈까를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부푸는 일이다. 그러나 사실 여행은 즐거운 일이기도 하지만, 그 준비과정이라든지 비용을 생각해 보면 실제로 떠나기에 어려운 점도 많다. 이럴 때 일반적으로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여행사의 패키지여행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가야 하는지, 어디서 묵고 무엇을 먹어야 할지에 대해서 전혀 고민할 필요가 없다. 가이드가 가자는 대로 따라 가고, 먹으라는 것을 먹고, 정해진 숙박시설에서 묵으면 된다.

 또한 이번에는 친구들끼리 자유여행을 준비한다고 생각해 보자. 교통편, 숙박, 여행지, 무엇을 할 것인지 등을 다 정보를 찾아서 주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패키지에 비해서 분명히 시간적으로도, 재정적으로도 비용이 많이 든다. 게다가 그 준비 과정에서, 그리고 여행 중에도 친구들이 모두 마음이 하나가 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정해진 재정과 시간의 한도 내에서 어디 가서 무엇을 하자는 데 의견이 갈리기도 하고, 미리 계획했던 대로 여행 일정이 잘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여행을 실제로 다녀본 많은 사람은 이런 성가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행의 참맛을 느끼기 위해서는 자유여행을 해야 한다고 추천한다. 패키지여행에서는 느낄 수 없는 큰 유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만약 여행지가 같고 비슷한 일정대로 움직이는 것이라면 패키지여행이나 자유여행이나 별로 큰 차이가 없지 않을까? 오히려 패키지여행이 더 안락하지 않을까? 왜 패키지여행에서는 자유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을 얻을 수 없을까? 여기에는 바로 리더십의 문제, 리더와 팔로워의 관계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패키지여행에서는 가이드라는 한 명의 리더와 그 패키지를 구매한 수십 명의 팔로워가 존재하게 된다. 팔로워들은 처음에 간단한 일정 설명을 듣기는 하겠지만 그것이 과연 어떤 곳일지에 대해서 그다지 고민한 적이 없고, 관심을 두지도 않는다. 패키지여행에서의 팔로워들은 그냥 리더가 가라는 곳에 가고, 거기서 하라는 것을 하게 된다. 팔로워들이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그 정해진 일정을 즐기거나 또는 불평하거나 둘 중 하나이다.

 그러나 자유여행은 그렇지 않다. 물론 함께 여행하기로 한 친구들 중에 리더격이 되는 친구나 선배가 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그가 패키지여행의 가이드처럼 될 수는 없다. 결국 모두가 리더요, 모두가 팔로워가 된다. 비록 그 과정에서 잡음이 날 수도 있고, 더 성가시고 큰 비용이 들지는 모르지만 이는 한 리더의 주도에 의해서 무작정 나머지 팔로워들이 따라가는 상황이 아니기에 함께 여행한 친구들은 그들 사이의 관계 중에서 유익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들은 모두 자신들의 목적지를 알고 있으며, 좋은 경험은 함께 즐거워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이 문제가 리더 한 명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 의해 생긴 것임을 알기에 함께 해결하려 한다. 이렇게 함께 즐기고 함께 어려움을 극복해 가는 것을 통해 여행지의 어떤 경치를 보는 것보다 훨씬 소중한 경험을 얻게 된다.

 이를 우리의 조직에 한 번 적용해 보자. 우리 조직은 혹은 공동체는 자유여행을 하고 있는가, 패키지여행을 하고 있는가? 리더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팔로워들이 그에 따를 뿐인 상황이라면 패키지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모든 것이 잘 됐을 때는 리더가 팔로워들의 칭송을 한 몸에 받을 것이고, 만약 문제가 생기면 팔로워들의 불평은 모두 리더에게 향할 것이다. 리더 한 명이 인쇄된 계획안을 나눠주고 팔로워들은 일의 진행은 이렇게 되겠구나 하고 있다면, 리더 한 명이 조직의 목표를 선언하고 팔로워들은 그 앞에서 머리만 끄덕이고 있다면, 그 조직이나 공동체는 안락하고 평안하겠지만 그리 큰 것을 얻을 수는 없는 패키지 여행자들과 같다.

 반면에 만약 우리 조직이 자유여행을 하고 있다면, 아마도 조직이나 공동체가 움직이는 것이 더딘 것 같고, 비효율적이라고 느끼기도 할 것이다. 모두의 의견이 다 일치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모두의 상황이 고려되는 결정을 찾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리더요, 모두가 팔로워인 상황이 조직 내에서 벌어지고 있다면 조직의 구성원들은 모두 한 마음이 됐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고, 잘 됐을 때는 함께 기뻐하며 함께 축하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는 불평하기보다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고민하고 서로를 위로하는 관계가 될 것이다. 따라서 나의 리더십이 패키지 여행객들을 이끄는 가이드의 리더십인지, 아니면 친구들끼리 모여 함께 가는 자유여행에서의 리더십인지를 한 번 점검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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