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4:25 (토)
가정폭력은 사랑 위장한 심리적 올가미
가정폭력은 사랑 위장한 심리적 올가미
  • 정연우
  • 승인 2019.08.18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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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경찰서 경무계 경장 정연우
산청경찰서 경무계 경장 정연우

 80대 아버지를 폭행해 숨지게 한 50대 아들, 태어난 지 70일 된 딸을 폭행해 죽게 한 30대 아빠, 아내를 흉기로 살해한 50대 남편 등 하루가 멀다하고 가정폭력 관련된 기사를 접하고 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가정폭력은 가정구성원 사이에 신체적ㆍ정신적ㆍ재산상 피해를 가져오는 모든 행위를 말하며 연령, 민족, 경제 수준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과거에는 개인적 문제로 생각했다면 지금은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있어 사법기관과 기타 기관에서 관련 법률ㆍ제도를 제정해 가정폭력 근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피해자 보호ㆍ지원제도로 예를 들면 수사기관이 법원에 청구하는 임시조치, 긴급 임시조치, 피해자가 법원에 신청하는 피해자보호명령, 친권행사 제한 그리고 여성 긴급전화(1366), 무료법률지원 등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보호 지원제도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여러분의 관심이다. 여러분들은 아마 "피해자는 왜 스스로 가정폭력에서 떠나지 못할까?"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피해자들은 사랑으로 위장한 가정폭력이란 올가미에 걸려들어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외부 세계로부터 피해자를 차단해 가해자에 대한 의존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피해자 자존감을 낮춰 스스로가 무가치하다고 믿고 다른 사람이 본인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면 떠날 가능성이 줄어든다.

 둘째, 가해자는 변명하는 데 능숙하기 때문이다. 나쁜 유년기를 보낸 가해자와 사랑에 빠졌을 뿐이며 오직 피해자만이 그런 문제 많은 가해자를 도와줄 수 있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아니면 자신이 저지른 학대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며 합리화한다.

 셋째, 피해자가 절대 떠나지 못하도록 가족을 다치게 하거나 죽이겠다고 아니면 가해자 본인이 자살하겠다고 위협하기 때문이다.

 닫힌 문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당신 친구, 가족 또는 직장 동료에게서 폭력의 초기 조짐을 인식한다면 적극적으로 개입해 올가미에서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자. 떠나지 않는 피해자 잘못이라 생각하지 말고 피해자들에게 당신은 가치 있고 존중받고 안전하다고 느낄 자격이 있다고 알려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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