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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에 대형 미술관 건립 추진 신중해야
창원에 대형 미술관 건립 추진 신중해야
  • 경남매일
  • 승인 2019.08.1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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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가 의창구 옛 39사단 부지 공원 용지에 시립 미술관 건립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허성무 시장은 지난주 간부회의에서 "창원시만의 특색이 잘 느껴지도록 건립해야 할 것이다. 도립미술관과 차별성이 없을 경우 아무 의미가 없다. 중복 투자라는 비난을 피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해 내부에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을 우려했다.

 시가 추진하는 시립미술관은 230억을 투자해 지상 2층, 지하 1층 규모로 2021년 말 완공할 예정이다. 시립미술관이 들어서게 되면 한 도시에 국립, 도립, 시립 미술관과 시립문신미술관까지 함께 소재하게 된다.

 문화도시로 향해 가는 길은 인프라의 몫일까, 시민의식 수준의 영향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흔히 말하는 문화 생활 또는 문화 향유는 예술과의 만남이라 볼 수 있다. 태초의 인간부터 현대인들의 삶에서 예술의 당위성은 끊임없이 밀고 당기기를 해 왔다. 사람의 목숨이 실바람에 흩어지는 모래 알갱이처럼 가볍게 느껴지는 전쟁 중에도, 대공황에 빛을 잃은 망연자실한 눈들이 거리에 쏟아져 나왔을 때도, 생사가 갈리는 위급한 순간들 속에서도 예술은 기록의 역사로 모습을 바꿔가며 오감으로 인간의 삶 속에서 함께 생존해 왔다.

 큰 범주에서 보면 예술이란 개인에서 출발해 개개인에게 흘러가는 사회의 물결 같은 것이다. 문화생활은 개인의 선택에서 시작해 사회공동체의 생활 양상을 변화시키고 그 변화가 파도가 돼 도시의 곳곳으로 뻗어 나가는 물줄기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철학가 칸트는 `순수이성비판`에서 이율배반의 명제를 든다. 이는 흔히 말하는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라는 말의 논리를 해석하려는 접근이다. 미술관이라는 문화 향유 시설이 생기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문화시설을 이용하는 시민이 없다면 시민의 혈세만 낭비하는 꼴이 된다. 창원시민의 문화 수준이 낮을 것이라는 우려가 아니다. 문화생활의 선택은 시민의식 수준과도 밀접한 상관이 있지만 경제적 여건, 시국 정세 등 다양한 원인의 영향을 받는다. 문화생활을 즐길 시민의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먼저인가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먼저인가의 문제인데, 현재 도립미술관 등 창원 소재의 넘쳐나는 문화 관련 인프라를 제대로 이용하고 있는지부터 살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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