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00:01 (금)
[기획/특집]농사짓는 서 셰프의 맛집 릴레이
[기획/특집]농사짓는 서 셰프의 맛집 릴레이
  • 김용락 기자
  • 승인 2019.08.15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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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된 자개상 가득 향옥정의 20첩 반찬과 장어구이 정식이 올려져 있다.
30년 된 자개상 가득 향옥정의 20첩 반찬과 장어구이 정식이 올려져 있다.

⑮ 김해 향옥정 2대째 잇는 장어구이 명가 "맛에 반할 수밖에 없죠"

<서 셰프의 한숟가락>

 "43년 전부터 김해 불암동에서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며 2대 째 전통을 지키며 영업 중인 장어구이 전문점입니다."

"전통 있는 맛 내기 위해 최선 다해야"
어머니 철학 따른 오창원ㆍ오창식 형제
40년 역사 담긴 자개상 위 20첩 반찬
얼음 손질ㆍ연탄불 이용한 3미 풍천장어
느끼함 덜하고 쫄깃함 우수해 인기
조미료 사용 안 해 건강한 한 끼 대접

 8월 늦더위가 드세다. 연거푸 찾아온 태풍도 그 기세를 꺾지 못했다. 뜨거운 태양 아래 있다 보면 정신을 잃을 듯 아찔해진다. 하루 세끼 숟가락을 들지만, 입맛도 예전 같지 않다. 증상을 보아하니 더위를 먹었나 보다.

 많은 사람이 더위를 극복하고자 여름철 보양식을 찾는다. 그중 장어구이는 누구나 좋아하는 보양식이다.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김해 불암동에는 장어촌이 있다. 경기가 힘들다고 하지만 요즘은 장어구이를 먹기 위해 점심, 저녁 가리지 않고 사람이 붐빈다. 30여 곳의 음식점 중에는 어머니 같은 입지를 가진 식당이 있다. 2대째 맛을 유지 중인 40년 전통의 `향옥정`이다.

지난해부터 공순자 여사에게 가게를 물려받은 오창원·오창식 대표.
지난해부터 공순자 여사에게 가게를 물려받은 오창원·오창식 대표.

 향옥정은 1977년 공순자 여사(80)가 이 자리에 개업해 올해로 43년째 질 좋은 장어를 제공하고 있다. 지금은 아들인 오창원 대표(58)와 오창식 대표(56)가 지난해 어머니로부터 가게를 물려받아 2대째 운영 중이다. 향옥정의 깔끔한 신관도 있지만, 단골들에게는 구관이 명소로 알려져 있다. 구관은 도로 앞으로 훤히 보이는 신관을 지나 골목 쪽 입구를 통해 출입할 수 있다.

 오창원 대표의 안내로 작은 방으로 들어가니 40년 역사 속 향옥정의 옛 분위기를 물신 느낄 수 있었다. 분위기의 중심은 방 한가운데 놓인 오래된 자개상이다. 30년 넘게 사용하다 보니 이제는 2개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오랜 역사를 가진 향옥정은 김해는 물론 경남을 대표하는 식당이다. 이에 최근 백년가게 육성사업에 신청해 실사 조사를 받고 있다. 백년가게 육성사업은 30년 이상 된 음식점을 발굴해 100년 이상 존손ㆍ성장할 수 있도록 육성하고 성공모델을 확산하기 위해 중소벤처기업부가 도입한 사업이다.

애벌구이 후 강한 연탄불 위에서 짧은 시간 구운 소금구이.
애벌구이 후 강한 연탄불 위에서 짧은 시간 구운 소금구이.

 오 대표로부터 40년 역사의 과정을 듣다 보니 둥근 자개상 가득히 밑반찬이 올려지기 시작했다. 작두콩, 오이소박이, 샐러드, 멸치볶음 등 얼핏 봐도 20첩은 돼 보이는 상차림이다. 유기 종류 중 가장 질이 좋다고 알려진 방짜유기도 눈에 띈다.

 향옥정의 음식은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모두가 인정하는 맛을 낸다. 비결은 숙성된 양념에 있다. 모든 양념은 1년 이상 담은 것을 이용한다. 특히, 장어 소스로 쓰이는 양념은 함양에서 직접 담근 태양초로 만든다. 오 대표는 "어머니로부터 전통과 맛을 중요시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았다"며 "번거롭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진짜배기 맛을 내기 위해 좋은 재료를 항상 쓰고 있다"고 말했다.

1년 이상된 태양초 양념을 발라 깊은 맛이 일품인 양념장어구이.
1년 이상된 태양초 양념을 발라 깊은 맛이 일품인 양념장어구이.

 향옥정은 국내산 `풍천장어`만을 취급한다. 장어에도 다양한 품종이 있고, 예로부터 한반도에 살았다는 풍천장어가 식자재로는 최고로 친다. 현재는 자연산 장어를 거의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새끼장어를 외국에서 수입해 6개월 이상 키우면 국산이라 불린다.

 향옥정의 장어구이가 다른 가게와 다른 점은 장어 크기에 있다. 장어는 크기가 작으면 맛과 육질이 떨어지고, 크면 기름이 많아 느끼하다고 알려져 있다. 장어의 크기는 몇 마리가 총 1kg이 되는지에 따라 나뉜다. 5마리가 1kg이면 5미라 부르는데, 대부분의 장어집에서는 5미를 주로 이용한다. 이는 양이 적은 만큼 조금 더 저렴하게 장어를 접하게 하기 위한 목적이다. 반면, 향옥정은 장어의 맛을 위해 중간 사이즈인 3미를 사용한다. 오 대표의 말을 빌리면, 모든 먹거리는 중간 크기가 가장 깊은 맛을 내면서 부드럽다고 한다. 좋은 재료를 써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체 양을 비교하면 다른 가게와 비슷한 가격대가 측정된다.

오창원 대표가 추천한 장어 쌈 싸먹는 방법으로 만든 쌈.
오창원 대표가 추천한 장어 쌈 싸먹는 방법으로 만든 쌈.

 큰 사이즈의 장어를 사용하기에 조리 과정에서 장어 기름을 어떻게 잡는지가 관건이다. 향옥정은 얼음을 이용해 장어를 기절시킨 후 손질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부분의 장어구이 집에서 전기적 충격으로 장어를 기절시키는 것과는 다르다. 얼음을 이용해 기절시키면 장어가 싱싱하고 쫀득쫀득해져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전기를 이용하면 장어가 빳빳해져 씹는 맛이 불편하다고 한다. 이후 스토브에서 애벌구이를 진행해 기름을 충분히 제거한 후 강한 연탄불 위에서 양념을 발라가며 짧은 시간 굽는다. 연탄 연기는 배지 않으면서 특유의 불 향이 고기에 스며들도록 하는 작업은 향옥정만의 장어구이 맛을 내는 핵심 과정이다. 동생인 오창식 대표는 25년간 연탄불 앞에서 수많은 장어구이를 완성해왔다. "500도 가까이 되는 연탄불 위에서 정말 찰나의 순간이 지나면 장어가 타버려요. 처음에는 수없이 장어를 태우면서 기술을 익혔죠."

오창식 대표가 강한 연탄불 위에서 마지막 조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오창식 대표가 강한 연탄불 위에서 마지막 조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향옥정의 메뉴는 소금구이와 양념장어구이로 나뉜다. 그릇 한가득 담겨 나온 연탄불에 갓 구워진 장어는 살이 도톰해 군침을 돌게 만든다. 살은 부드럽고 껍질은 쫄깃해 씹을수록 감칠맛이 묻어 나온다. 양념구이의 양념은 고추장을 기초로 했지만 자극적이지 않다. 자칫 양념이 과해 장어 특유의 고소함을 헤칠 수 있지만 적정량 발린 양념은 조화롭다. 양념 맛도 우수해 추가로 제공되는 양념장에 찍어 먹으면 태양초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오 대표는 쌈에 싸 먹는 방법도 적극 추천했다. "장어를 쌈에 가장 맛있게 싸 먹는 방법은 깻잎에 쌈무, 생강, 마늘, 청양고추 장아찌와 함께 장어 한 점을 넣어 먹으면 돼요. 생강과 고추 장아찌는 장어의 느끼함을 한층 잡아줘 싸 먹었을 때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죠."

 오 대표는 벌이보다 향옥정이 가지는 의미를 지키고자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자개상 위의 모든 음식은 지난 40년 동안 발전시키고 연구한 결과물입니다. 맛을 잊지 못해 찾아오시는 손님들이 감사해 1년에 4일만 쉬면서 맞이하고 있습니다. 한 번 실수는 어머니로부터 시작된 43년 역사를 무너트린다 생각해 모든 손님에게 최선을 다해 대접합니다."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을 위해 1년에 4일만 쉰다는 향옥정 신관 전경.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을 위해 1년에 4일만 쉰다는 향옥정 신관 전경.

 점차 소비자의 입맛이 까다로워졌고 개점한 식당이 1년을 버티는 것도 어려워졌다. 하루에도 수천 개의 식당이 폐업하는 세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43년간 불암동을 지키고 있는 향옥정은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신념으로 지켜온 맛과 전통이 오랫동안 이어져 김해와 경남을 대표하는 가게로 남길 바란다.

 경남 김해시 김해대로 2787-19. 055-336-6283. △민물장어 3만 3천원 △메기 매운탕 小 3만 원

 도움 : 인제대학교 경영대학원 외식산업 최고경영자과정 총동창회

<서 셰프는 누구?>

 60여가지 식재료를 직접 재배해 500가지 음식을 요리하는 서충성 셰프. 지금은 창원 동읍에서 식탁 위의 텃밭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매주 지면을 통해 주변 맛집을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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