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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사람 숨결 담는 옹기 전통 부흥 꿈꾸며 물레 돌려요”
[기획/특집]“사람 숨결 담는 옹기 전통 부흥 꿈꾸며 물레 돌려요”
  • 박성렬 기자
  • 승인 2019.08.13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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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 이 사람 김용태ㆍ이다현 부부 (남해 ‘진메옹기’ 운영)
김용태 옹기장이 물레를 돌리면서 옹기를 만들고 있다.
김용태 옹기장이 물레를 돌리면서 옹기를 만들고 있다.

어릴 적부터 이유없이 옹기 동경

제철회사 그만두고 흙과 인연

임실→진안→군산→남해로 옮겨

1997년 결혼 후 옹기 공방 열어

“옹기ㆍ테라코타 수강생 모집해요”

 보물섬 남해군이 좋아 남해군 시골마을로 귀농한 옹기부부가 연일 화제의 중심에 있다. 화제의 중심에 있는 젊은 부부는 다른 사람이 아닌 옹기를 만드는 귀농부부이다. 그들이 옹기(甕器)를 만드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흙 반죽을 바닥에 쳐서 판자 모양의 타래미를 만든 다음 물레 위에 올려놓고 다듬는다. 옹기의 모양은 용도와 그에 따른 물레의 속도와 손놀림으로 결정된다. 다기로 쓰일 것은 다기 모양으로, 장독으로 쓰일 것은 장독 모양으로, 물 항으로 쓰일 것은 또 그 모양으로 만들어진다. 모양이 다 만들어진 옹기는 잿물로 목욕을 하고 건조과정을 거친 후 1천170℃ 불 속에서 구워진다. 이틀간 굽기 과정을 마치고 사흘째가 되면 완성된 옹기가 세상에 나온다. 여러 날 작업의 결과물을 확인하는 시간, 옹기장의 얼굴이 심각해진다. 불량품이 많으면 만드는 데 들인 노력이 허사가 되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번 작업은 수고한 보람이 있다. 대부분의 옹기가 색상이 밝고 반짝반짝 광택이 난다. 깨지고 금 간 것들도 거의 없다. 남해군 남해읍 평현마을 ‘진메옹기’ 김용태 옹기장의 얼굴에 비로소 미소가 번진다.
 

전북 임실군 출신 옹기장 김용태 씨와 남해군 남해읍 평현마을 출신 이다현 씨 부부는 지난 2001년 군산에서 남해로 이주, 남해읍 평현마을에 ‘진메옹기’를 열었다.
전북 임실군 출신 옹기장 김용태 씨와 남해군 남해읍 평현마을 출신 이다현 씨 부부는 지난 2001년 군산에서 남해로 이주, 남해읍 평현마을에 ‘진메옹기’를 열었다.

 △ 임실 소년, 옹기장이 꿈 이루기까지

 옹기장 김용태 씨(55)는 전북 임실군 진메마을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흙과 옹기를 좋아했다.

 이유는 그도 몰랐다.

 집안에 옹기장이 있어서 늘 옹기 만드는 과정을 보고 자란 것도 아니고 진메마을이 딱히 옹기가 유명한 마을도 아니었다.

 옹기에 대한 동경은 그가 성인이 돼서도 가실 줄을 몰랐다. 제철회사에 근무하면서도 늘 주머니에는 흙이 들어있었다.

 옹기장이 될 결심이 선 용태 씨는 마침내 근무하던 제철회사를 그만두고 옹기를 배우러 전북 진안군으로 떠났다.

 “그때가 1991년쯤 이었을 거예요. 지인이 진안에서 옹기를 하셔서 그리 배우러 갔어요. 진안은 옹기의 전통이 있는 고장이고 지인의 옹기 터도 100여년 역사가 있는 곳이었죠. 옹기대장이 물레질을 하면 뒷수발 드는 일부터 시작했는데 추위 때문에 참 고생 많이 했어요. 잿물이 얼어붙으면 그걸 녹여야 하는데 차가운 잿물에 손이 얼어 터지기가 일쑤였지요. 힘들었지만 좋아하던 옹기를 배울 수 있어서 그래도 좋았어요.”

 그의 옹기공부는 밤에 진행됐다. 낮에는 일하느라 배울 시간이 없으니 밤 시간을 이용해 공부를 해야 했다. 주경야독(晝耕夜讀), 진안군에서 어느 정도 옹기 기술을 습득한 용태 씨는 다시 경북 문경으로 떠났다. 문경은 사기가 유명한 고장이어서 옹기에 이어 사기 만드는 기술을 익힐 수 있었다.

 (여기서 팁 하나! 독자 여러분은 옹기(甕器)와 사기(沙器)의 차이를 아시는지? 김용태 씨에 따르면 △옹기는 찰흙으로, 사기는 모래가 섞인 흰흙으로 만든다 △찰흙은 점성이 좋아 성형이 쉽고 사기는 성형이 어렵다 △사기는 두 번 굽고 옹기는 한 번 굽는다 △옹기는 ‘전(옹기는 강도가 약해 구울 때 윗부분에 금이 가기 때문에 입구 부분에 흙을 두껍게 발라 마무리하는 것)’이 있고 사기는 그렇지 않다.

 어렵게 옹기와 사기 제작기술을 익힌 김용태 씨는 군산으로 향했다. 전북 군산시에서 공방을 하는 누이가 있어 함께 지내며 공방을 운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군산에서 아내 이다현 씨를 만나 결혼식도 올렸다.

 이다현 씨(48)는 남해읍 평현마을 출신으로 좋아하는 시인(김용택 시인)이 있어 그를 만나러 갔다가 시인의 동생 김용태 씨를 소개받아 결혼까지 하게 됐다.

 결혼한 그 해 김용태 씨는 군산에 자신의 옹기공방 ‘진메옹기’를 열었다. 지난 1997년이었다.
 

남해읍 평현마을 ‘진메옹기’ 외부전경.
남해읍 평현마을 ‘진메옹기’ 외부전경.

 △ 군산 ‘진메옹기’, 남해로 이전하다

 “군산에서 4년을 살았어요. 저는 옹기를 만들고 아내는 옹기를 팔았죠. 조금씩 팔리기는 했는데 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는 아니었어요. 게다가 객지생활을 하고 있는 아내가 외로움을 호소하며 ‘남해로 가자’고 제안했죠. 군산에서는 빈집을 개조해 살며 남의 땅에서 옹기공방을 운영했지만 남해에는 우리 땅이 있기 때문에 그것이 기반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남해로 오게 됐습니다.”

 지난 2001년, 김용태ㆍ이다현 부부는 남해로 이사했다. 부부와 함께 ‘진메옹기’의 남해 이전도 이뤄졌다. 2001년은 ‘남해 진메옹기’ 원년이 됐다.

 두 사람은 평현마을(남해읍 평현로 29-30, 평현리 1118-2번지)에 자리를 잡았다.

 부부는 이곳에 집과 가마를 짓고 옹기작품들로 건물 내ㆍ외부를 꾸몄다. 야심차게 시작한 남해살이. 당연히 처음부터 잘되지는 않았다.

 가내수공업의 특성상 대량생산은 힘들었고 두 자녀가 점점 자라면서 돈 들어갈 일은 많아졌다.

 부부는 옹기공방 일과 다른 일을 병행하며 작업장과 판매장을 운영했다.

 외부 일과 공방 운영을 동시에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바쁘게 살다보니 ‘진메옹기’는 물레가 돌아가는 날보다 공방이 비어있는 날이 점점 늘어갔다.

 그럼에도 부부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최소한 군산 시절에 비해 주거가 안정됐다는 부분에서 김용태ㆍ이다현 부부는 장기적 가능성을 보았다.
 

진메옹기 내부전경과 옹기 및 테라코타 작품 전시대 모습.
진메옹기 내부전경과 옹기 및 테라코타 작품 전시대 모습.

 △ 2019년, 진메옹기 재도약의 해

 김용태 씨는 외지에서 일을 하면서도 틈틈이 공방 주변에 꽃과 나무를 심고 가꿨다.

 이제 그는 다른 일은 접어두고 온전한 옹기장으로 살 생각이다.

 옹기장은 그가 하고 싶어 하고 또 잘하는 일이며 건강만 허락한다면 정년 없이 이어갈 수 있는 매력적인 직업이다.

 이후 ‘진메옹기’는 옹기와 테라코타 작품들을 제작ㆍ판매함은 물론이고 여러 손님들을 상대로 한 체험공방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부부는 “옹기는 숨 쉬는 그릇이에요. 분자구조가 성글어 통기가 잘 돼 발효식품을 저장하기에 아주 좋아요. 그뿐인가요? 예쁜 다기와 그릇도 만들고 테라코타 작품들도 만들 수 있죠. 그리고 옹기는 사람을 위한 그릇이에요. 사람이 죽으면 흙으로 돌아가죠. 옹기도 마찬가지예요. 흙으로 만드는 것이라 수명이 다하면 흙으로 돌아갑니다”라며 옹기예찬론을 폈다.

 이어 “저희 진메옹기에 놀러오세요. 흙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볼 것도 많고 배울 것도 많을 거예요. 수국을 많이 심어놓아서 꽃 구경 하기도 좋으실 거예요”라며 초대의 말을 전한 후 “옹기 수강생을 모집합니다. 옹기와 테라코타 작품 제작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연락주세요. 강의는 월 4회(주 1회) 운영될 예정이니까 많은 관심 바랍니다”라고 수강생 모집계획을 말했다.

 다양한 신소재 그릇의 등장과 함께 옹기문화가 설 곳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전통옹기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남해 옹기공방 ‘진메옹기’. 흙과 질그릇, 테라코타 작품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평현마을 진메옹기를 기억하시기 바란다. 진메옹기 방문 및 수강문의는 010-8377-3641로 연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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