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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재도약… 이성적 판단과 행동 필요한 때
경남 재도약… 이성적 판단과 행동 필요한 때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9.08.11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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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자 칼럼니스트 박재근
대기자 칼럼니스트 박재근

 일본과의 경제전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특정 제품 수출규제,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맞서 일본 관광 규제 수입품 방사능 검사 강화 등 국민 정서를 등에 업고 반일운동은 저변으로 확대되고 있다. 흔히들 죽고 사는 것은 전쟁이고 먹고 사는 것을 경제라고 하지만 NO JAPAN으로 대표되는 아베 비판과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전국적인 상황이며 경남 도내 곳곳에 나붙은 현수막은 결기도 남다른 것 같다.

 싸움의 책인 병서, 손자병법은 `백전백승은 비선지선자야 부전이굴인지병 선지선자야(百戰百勝 非善之善者也, 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란 백 번 싸워서 백 번 승리하는 것은 잘하는 중에 또 잘하는 자가 아니요, 싸우지 않고 적의 군대를 굴복시키는 것이 잘하는 중에 또 잘하는 자라고 했다. 승리도 재앙을 잉태한다는 것에서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을 강조했다. 하지만 일본과의 전쟁은 피할 수 없고 이겨야 한다.

 현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예견된 바 있다. 미국 제일주의는 자유무역 시대의 종말과 함께 보호무역주의로 가겠다는 표현이었고, 미국은 이를 실천하고 있었다. 이와 달리 한일의 대응 방식을 두고 구한말이 거론될 정도다.

 1840년 아편전쟁 이후 세상이 바뀌었지만, 조선은 기존의 질서 유지에만 몰입해 산업혁명은 커녕 천주교 박해 등으로 국제적인 침략의 빌미를 제공했다. 반면에 일본은 군사 근대화에 착수해 1853년 미국 페리 함대가 들어오기 전 이미 용광로를 만들고 철제 무기 제작에 성공했다. 그 결과가 오늘날까지도 주요 소재와 장비, 금융 등에서 지나칠 정도로 일본 의존도를 높였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취임 후 경남프로젝트를 위해 상공계 인사들과 일본을 방문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은 세계 경제의 흐름을 읽고 4차 산업혁명 이후에도 계속 경제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경제전쟁을 1년여 동안 준비했고, 국제적인 명분을 쌓아가면서 우리의 미래 동력이 될 핵심 산업만을 골라 핀셋 공격을 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적폐 청산과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분배 우선의 프레임에 갇혀 최저임금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에 이은 기업 때리기에만 집중했다. 따라서 핵심 산업이 체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정부의 정책적인 뒷받침이 제대로 없었고, 기업들은 정치에 휘둘려 완벽한 준비를 하지 못했다. 그 결과,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이런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응방법도 이성적인 전략 수립을 통한 체계적인 대응보다 감정적인 즉흥적 대응도 없지 않아 이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경남도는 장기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감정적인 대응보다 도내 업체들의 체질 개선을 위한 기회로 삼아 이성적 접근에 우선해야 한다.

 경남이 대한민국 기계 산업의 메카라고는 하지만, 소재 부품산업과 공작기계 산업 분야에 있어서 대일 의존도는 90%가 넘을 정도로 일본편중이 심각하다. 국가적 차원에서 대기업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만들다 보니, 중소기업들은 원재료를 가공한 제품을 생산해서 판매까지 하는 것이 아니라, 쉽게 돈을 벌기 위해 1차 가공품을 가져와 재가공해서 대기업에 납품하는 방식으로 성장을 거듭해온 게 현실이다. 이 같은 현실은 국내 제조 산업의 기초 체력을 약화시킨 한 원인이면서, 지난해부터 추진된 스마트공장에 신청할 기업들이 많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제품을 만들어 팔 게 아니라 대기업 납품이 중요하고 이는 납품단가와 직결되기 때문에 장래를 보고 몇억 원, 몇십억 원을 투자할 수 없고, 그럴 이유도 없었다. 그 환경을 뻔히 알고 있고 있는 일본이기에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 규제조치를 넘어서는 길에 도민들이 똘똘 뭉쳐 대응해야 한다. 특히 기술 전쟁의 시대인 만큼, 일본을 넘어 세계를 무대로 한 기술력에 우선해야 한다. 경남도는 이에 걸맞은 전략과 전술로 제조업의 기술 강국을 위한 경남 프로젝트를 제시해야 한다. 단순한 대출한도 증액, 대출 상환 연장, 이자 지원 등 통상적 수준의 금융지원으로는 안 된다. ICT를 접목한 스마트공장, 스마트 산단을 통한 제조업 혁신의 방향은 맞을지언정 방식은 재검토해야 한다. 도내 소재 부품산업과 공작기계 산업이 원천기술을 가질 수 있도록 재료연구소 승격 등 R&D를 강화하고 국내 대기업이 일정 부분 국내 제품을 사용하도록 하는 제도 정비도 요구된다. 또 국산화도 선별적으로 해야 한다. 일본 외 국가의 기업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을 수입할 수 있다면 국산화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것, 원재료를 가공해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는 것 등 세계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분야를 국산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이렇다 할 자원이 없는 자원 빈국에서 인적 자원만으로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춘 원전산업도 재검토돼야 한다. 여기에 파생되는 수많은 기술과 특허, 인재들이 더 이상 국외로 유출돼선 안 된다. 정부는 무엇 보다 싸우지 않고 끝낼 수 있는 외교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 미국의 배우 릴리 톰린은 "생쥐들끼리 치열하게 싸워 승리한들 생쥐는 결국 생쥐일 뿐이다"라고 했다. 우리와 일본이 치킨게임에서 이겨봐야 미국이나 중국의 눈에는 의미가 없다. 어느 나라든 승리하는 쪽은 정권연장을 위한 확신할 수단을 가졌다는 의미에서 자랑스럽겠지만, 주변 강대국 수준에서는 정말로 쓸데없고 한심해 보일 것이다. 승자를 제대로 구별도 하지 못하고, 좀 더 힘센 생쥐로 생각할 뿐이다. 이기는 편이 자기편이다. 그게 힘의 역학관계이다. 패배하는 자가 아무리 명분이 좋아도 승리하는 편 중심으로 역사가 만들어지는 게 동서고금의 진리다. 당장에 보기 좋고, 듣기 좋다고 몇십 조를 쏟아붓겠다는 실현 가능성도 없는 정책 남발에 앞서 이성적 판단으로 정체성을 잃고 헤매던, 우리 경남경제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 마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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