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16:58 (화)
국악이 아이들 미래 펼치는 ‘장단’이 되길 바라죠
국악이 아이들 미래 펼치는 ‘장단’이 되길 바라죠
  • 김용락 기자
  • 승인 2019.07.31 1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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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년째 김해서 어려운 학생들에게 국악을 가르치고 있는 우리소리예술단 박시영 대표.

 

주목! 이 사람

박시영 대표 <(주) 우리소리예술단>

경상남도 유일 청소년 국악예술단

2003년 창단… 김해서 16년째 이어와

차상위계층ㆍ다문화가정ㆍ장애인 단원

국악 배우고 축제ㆍ봉사활동 무대 나서

국악 신동 박현영 등 인재 다수 배출

부모 같은 마음으로 예절교육도 중요시

금전 문제로 그만두는 아이들 방지 위해

지역형 예비사회적기업 만들려고 최선

 

방학을 맞아 낮 시간에 김해건설공업고등학교 내 연습실에 모인 단원과 박 대표.

“재능있는 아이들을 위한 봉사로 시작했고, 지금은 아이들에 대한 책임감으로 예술단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도내 유일의 청소년 국악예술단인 우리소리예술단은 김해건설공업고등학교 내에 연습실을 두고 있다. 연습실에는 거문고, 가야금, 북, 장구, 꽹과리 등 국악기들로 가득하다. 학생들이 방학을 맞았다며 낮부터 부랴부랴 달려와 지도하고 있는 박시영 우리소리예술단 대표(58)를 이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우리소리예술단 단원들은 차상위계층, 다문화가정, 육아원, 장애인 등으로 구성돼 있다. 사물놀이와 난타를 주로 공연한다. 유일한 청소년 국악예술단으로 경남도를 빛내고 있지만 예술단 환경은 열악하다. 14년 전 김해건설공고의 배려로 연습실을 가지게 됐고, 5년 전에는 박일용 전 김해건설공고 교장의 후원으로 창고가 생기는 등 도움을 받고 있다.

 우리소리예술단은 지난 2003년 창단했지만 시작은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동초등학교에서 국악을 가르치던 박 대표는 재능있는 학생을 발견했다. 학교에 문의해보니 인근 동광육아원에 살고 있는 학생들이었다. 박 대표는 학교와 육아원에 허락을 받고 학생 15명을 모집해 대동초 강당에서 주말마다 사물놀이 교육을 시작했다.

 “여러 학교를 다니며 국악 강의를 했어요. 곳곳에서 국악에 관심 가지고 재능있는 아이들이 보였죠. 하지만 형편이 어려워 가진 재능을 살리기란 불가능했어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 일을 시작했죠.”

 박 대표는 제자들을 ‘연어’ 같다고 말한다. 당시 국악을 배웠던 아이들은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정기연주회가 열리면 참석해 무대를 빛내주기 때문이다. 예술단을 거쳐 간 제자는 어느새 200여 명에 달한다. 한 제자는 어려서부터 앓고 있던 심장병이 심해져 장구를 치지 못함에도 연주회에 참석한다고 한다.

김해건설공업고등학교 내 연습실 벽면에는 수많은 상장과 상패가 전시돼 있다.

단순한 취미활동으로 가르칠 마음은 없었다. 박 대표도 그렇고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장난 많은 아이들이지만 궁채만 잡으면 사뭇 진지해졌다. 연습실 한쪽 벽면에는 단원들이 받아온 상장이 빼곡히 걸려 있다. 우리소리예술단과 단원들은 지난 16년간 국회의장상, 문화부장관상, 교육부장관상, 여성가족부장관상 등을 받으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국악신동 박현영 군을 배출한 곳도 우리소리예술단인다. 박 대표의 조카인 박현영 군은 지난 2013년 KBS가 제작한 청소년 국악 오디션 프로그램 ‘K- SORI 악동’에서 최후의 15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된 바 있다. 2017년에는 전국 농악명인대회종합대상으로 최연소 국회의장상을 받기도 했다. 박 대표의 딸인 김단 양도 초등학교 1학년부터 국악을 시작해 국회의장상을 받는 등 거문고 연주자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우리소리예술단은 2004년부터 정기연주회를 김해 문화의전당에서 15회째 열고 있다. 올해에는 ‘가야 소리가 춤춘다’란 제목으로 오는 11월 24일 서부문화센터 하늬홀에서 열릴 예정이다.

우리소리예술단 단원들이 줄무늬 난타를 이용해 난타 공연을 연습하고 있다.

예술단은 가야문화축제, 충북난계국악축제 등 국내 축제는 물론 인도 허황후 건립기념 초청공연, 하얼빈 도리 조선족 소학교 초청공연, 중국 북경 세계민속페스티벌 초청공연 등 미주ㆍ아시아ㆍ유럽 등에 우리 소리를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외에도 군부대와 교도소, 양로원, 치매병원, 장애인시설, 육아원 등을 정기적으로 찾아가 봉사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매년 전국 단위 국악경연대회에 참석해 실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박 대표는 단원들의 지속적인 활동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박 대표의 엄격한 지도와 이를 따라 준 단원들의 노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우리나라는 1등만 기억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언제나 ‘남들처럼이 아니라 남들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해요. 대신 어느 분야든 열린 마음으로 도전하라고 해요. 게임을 좋아하면 프로게이머가 될 각오로 도전하라 하죠.”

 박 대표는 ‘한소리’, ‘가락소리’ 등 우리소리예술단 내 장애인팀도 꾸려 편견을 깨고 있다. 한소리는 장애인 거주시설인 도림원 내 장애인으로 구성돼 있고, 가락소리는 척수장애인으로 구성돼 있다. 박 대표는 이들에게도 변함없이 혼내면서 혹독하게 가르친다. 국악을 연주하는 장애인팀을 보고있으면 일반인과 다름없음을 느끼게 된다.

 박 대표가 공통적으로 가르치는 것은 인성이다. 하나의 팀으로서 기강을 잡는 의미도 있지만 훌륭한 사회인으로 거듭나기 위한 교육이기도 하다. “단원들이 혼나면서 배우다 보니 처음에는 화내기도 해요. 하지만 지나고 나서는 저에게 감사하다고 해요. 모두를 부모라 생각하고 내 자식처럼 교육하고 경청하고 미래를 함께 걱정하죠.”

지난해 열린 정기공연회에서 단원들이 사물판굿 무대를 펼치고 있다.

박 대표가 가장 마음이 아플 때는 국악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금전적 이유로 음악을 포기해야 할 때다. 학생 때는 괜찮았지만 성인이 되고 직장을 가지기 위해 예술단을 떠나는 단원들이 매년 발생한다. 박 대표는 이러한 아픔을 극복하고자 지역형 예비사회적기업 등록에 집중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이 되면 단원들을 직원으로 고용해 자유학기제 전용 국악 교재를 만들거나, 공연ㆍ교육에 적극 참여해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된다. 아이들이 계속해서 음악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지난 4월 우리소리예술단 법인을 등록하고 사회적기업 실사 심사를 앞두고 있다.

 “주변에서는 지금까지 저희가 해온 것들이 사회적기업이 하는 일이었다고 말해요. 이런 일들을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미래지향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면 경남 국악 발전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사회적기업 등록에 더욱 힘쓰고 있습니다.”

 국악 강사로 일한 지 23년 차에 접어든 박 대표는 국악이 해외에서 오히려 더 인정받고 있는 점을 아쉬워한다. “우리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 생각한다. 외국 바이올린이나 첼로는 앰프를 가져놔도 소리가 작다. 반면 꽹과리 등 우리 악기는 우렁차게 들리니 주목을 많이 받는다. 우리는 발을 계속 움직이면서 손은 악기를 치고 머리는 상모를 돌린다. 입은 계속해서 추임새를 넣어야 한다. 역동적인 무대에 외국인들은 멋있다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박 대표는 무대에 대한 아이디어도 무궁무진하다. 지난해에는 비보이와 함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정기연주회를 펼쳤다. 지금은 안중근 의사가 중국 하얼빈의 한 소학교에 머물던 때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을 생각 중에 있다. 박 대표의 목표는 우리소리예술단이 훗날 미국 카네기 홀에 오르는 것이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박 대표는 이 격언을 가슴속 깊이 새기며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며 단원들을 지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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