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01:58 (목)
공무원 극단적 선택 ‘직장 내 괴롭힘’ 제기
공무원 극단적 선택 ‘직장 내 괴롭힘’ 제기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9.07.28 1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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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경남도청공무원노조가 최근 도청 공무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과 관련해 ‘직장 내 괴롭힘’이 원인이었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공무원노조ㆍ유족 의혹 제기

“계장 때문에 죽을 것 같다”

카카오 메시지에 단서 주장

도 “사실관계 엄정 조사”

 도청의 한 공무원이 최근 극단적인 선택을 한 가운데 해당 공무원노조와 유족 등이 ‘직장 내 괴롭힘’이 원인이었을 가능성을 제기해 도가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나섰다.

 경남도청공무원노조는 지난 26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성실하게 일하던 도청 공직자가 지난 21일 극단적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며 “그는 중국인 부인과 몸이 불편한 노모까지 부양해야 했던 한 가정의 가장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도는 고인의 극단적 선택 원인으로 우울증을 꼽고 있는 듯하다”며 “그러나 주변 동료들은 그가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려왔고 직장 내 상사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노조는 고인 휴대전화에 나타난 카카오톡 메시지에 ‘계장 때문에 한 번씩 죽을 것 같다’, ‘과장이 담배 가져오라고 해서 갖다줬더니 너무 순하다며 집어 던졌다’는 등 직장 내 스트레스와 상사의 괴롭힘 등 극단적 선택의 원인으로 추정될만한 단서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휴대전화에 나타난 부인과의 다정다감한 메시지 등을 미루어봐도 부부 간 갈등이나 불화는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고 금전적 문제 등도 확인된 바 없다”며 “업무 외 개인적인 고민 등 이유로 극단적 선택을 할 어떠한 이유도 없다는 것이 주변 지인들의 증언이다”고 말했다.

 노조는 또 “고인은 원래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직장 내 스트레스와 상사의 지나친 업무 간섭, 괴롭힘 등으로 고민해오던 중 최근에 이르러서야 정신과 진료를 받게 됐다”며 “그 원인은 직장 내 갑질과 괴롭힘, 업무적 스트레스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노조는 “도는 이번 일이 있고 난 후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며 “사건 전말을 확인하지 못한 채 단순한 우울증을 앓고 있던 직원이 개인적인 판단 잘못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치부하거나 조직 갑질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을 참아내지 못한 책임이 고인에게 있다는 정도의 자세를 가지지 않았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노조는 가해자를 노동 현장에서 즉시 분리 조치하고 철저한 사망 원인 조사, 고인이 근무한 부서를 비롯한 주변 동료들의 정신적 충격과 후유증에 대한 대책 마련, 공직자 우울증이나 정신건강을 진단할 수 있는 대책 수립, 우울증이나 극단적 고충을 호소하는 직원을 위기에서 구하는 인사매뉴얼 수립을 요청했다.

 이날 회견에는 극단적 선택을 한 공무원의 유족도 참석해 성명을 읽었다.

 유족들은 “부하직원을 잘 가르치고 아껴줘야 할 부서 계장, 과장이라는 간부공무원이 갓 도청으로 전입해 와서 아직 업무를 제대로 익히지도 못했고, 업무를 처리하느라 정시에 퇴근 한번 제대로 못 한 부하직원의 일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괴롭히고 사적인 일까지 시켰다”고 주장했다.

 유족들은 해당 공무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밝혀주고,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공무원을 직무에서 배제 및 엄중히 문책할 것과 숨진 공무원의 명예를 회복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경남도는 직원 사망에 따른 입장문을 내고 “유족들의 요구 및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도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사실관계를 엄정하게 조사 중이다”며 “그 결과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1일 경남도청 7급 공무원 A(41)씨는 창원시 성산구 한 오피스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유서를 남기지 않았다. A씨 집에서는 먹다 남은 우울증약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공무원이 업무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증을 앓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도 김경수 지사가 빈소 조문을 하지 않았다며 섭섭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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