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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택조합 제도 폐지ㆍ정비 서둘러야
지역주택조합 제도 폐지ㆍ정비 서둘러야
  • 김용락 기자
  • 승인 2019.07.28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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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락

 

 지역주택조합으로 발생한 조합원들의 피해가 전국적으로 커지고 있다. 분양사기, 업무대행사의 배임ㆍ횡령, 경기 악화로 인한 추가 분담금 등 피해 사례도 다양하다. 사업 진행 과정 곳곳에는 문제점이 산적해 있다. 정부가 관심을 가져도 사업 개선은 더디다.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개정안은 또 다른 피해를 양산해냈다. 그래서일까. 지역주택조합 제도 자체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원인 삼아 폐지하자는 의견도 점차 제기되고 있다.

 지역주택조합 제도는 무주택자이거나 주거전용면적 85㎡ 이하 1채 소유자인 개인들이 조합을 결성해 내 집 마련을 하는 제도다. 20% 정도 저렴한 가격에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조합은 조합원 모집, 토지 매입, 시공사 선정 등 과정을 거쳐 사업을 진행한다. 사업 주체는 조합원이지만 사실상 대행사가 사업 진행을 도맡는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조합 설립 인가부터 사용 검사까지 2년이 넘지 않아야 조합이 성공했다고 본다. 사업이 지체될수록 조합 부담비가 커지기 때문이다. 경남에는 총 52곳 조합이 설립 인가를 받았다. 이 중 사용 검사를 받고 조합원들이 입주한 곳은 14곳에 불과하다. 이들 조합의 평균 사업 기간은 2년을 훌쩍 넘은 48개월이다. 거제의 한 조합은 75개월이 지나서야 아파트 준공을 마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추가분담금 등 피해 없이 성공하는 조합은 5%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지역주택조합이 성공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남 땅에 내 집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합은 수십~수백 명의 토지 소유자와 협상을 벌여야 한다. 개인별로 토지를 매입하다 보니 변수가 많고 이 과정에서 수천억 원이 소비되기도 한다. 부산 해운대에서는 두 개의 추진위가 같은 부지에서 조합원을 모집하는 웃지 못할 사례도 있었다.

 도내 조합 중 60개월이 지났지만, 착공조차 못 한 곳도 있다. 조합 내부 비리가 밝혀지며 조합원과 대행사 간의 소송전이 발발했기 때문이다. 김해의 한 조합은 횡령ㆍ배임ㆍ범죄수익은닉법 위반 혐의로 대행사ㆍ조합장ㆍ용역업체 대표 등 10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이 인정한 비리 총액도 340억 원 상당에 달한다.

 "할 말이 많습니다. 너무 많습니다." 지역주택조합 문제점을 취재하기 위해 도내 한 조합원에게 인터뷰를 요청하자 들었던 말이다. 그는 평범한 직장을 다니면서 내 집 마련을 위해 5년 전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했다. 늦어도 3년이면 사업이 끝맺으리라 생각했지만 허사였다. 사업은 다양한 이유로 지체됐다. 조합 내부 비리도 밝혀지자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는 "지역주택조합의 모든 게 잘못됐다"고 말한다. 조합원이 아닌 대행사가 추진하는 지역주택조합, 다단계 형식으로 이뤄지는 조합원 모집, 시공사 브랜드를 이용한 허위 광고 등 그가 열거한 문제점은 20여 가지가 넘었다.

 사업 지체나 비리로 인해 피해가 생겨도 조합원들의 의견이 모이는 일은 기적에 가깝다. 사전에 마련된 조합규약을 통해 조합원들이 뭉치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지역주택조합의 위험성이 알려지면서 조합 설립 추세도 주춤하고 있다. 지난 2015ㆍ2016년 총 27곳 조합이 설립 인가를 낸 반면, 최근 2년간 인가를 신청한 조합은 6곳에 불과하다.

 현재 지역주택조합은 `비리의 온상`으로 지칭되며 정상적인 사업으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피해를 입은 조합원들은 또 다른 피해자가 안 나오길 바라며 제도 폐지를 주장한다. 우선 추가 조합 승인을 막고 진행 중인 조합을 모두 정리한 후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로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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