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사 계곡 걸으며 지리산 숨결에 더위를 씻는다
대원사 계곡 걸으며 지리산 숨결에 더위를 씻는다
  • 김영신 기자
  • 승인 2019.07.28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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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짙푸른 녹음과 기암괴석의 옥류소리를 내 뿜는 대원사 계곡 모습.

 

짙푸른 녹음ㆍ기암괴석 즐비

계곡 오르는 길 청량감 선사


생태탐방로 3시간 남짓 소요

자연 훼손 최소화 목재 데크

아픈 역사 간직 대원사서 ‘참 쉼’



 한여름으로 접어든 계절, 각종 미디어에서는 벌써부터 폭염주의보 발령 소식을 전하며 올해도 어김없는 무더위와의 전쟁을 예고한다.

 올여름 여름 휴가를 보낼만한 시원한 명소 찾기에 고민하다 지리산이 품에 안은 ‘청정 고장’ 산청 대원사 계곡을 찾았다.

 대원사 계곡은 이미 많은 탐방객들에게 천혜의 절경으로 이름나 있다. 지리산 천왕봉을 오르는 길목 중 한 곳이자 비구니 참선도량인 대원사가 있어 사철 방문객은 물론 불자들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계곡은 여름이면 짙푸른 녹음과 기암괴석을 휘돌아 나가는 옥류소리가 싱그러움을 선사한다. 마치 젊고 건장한 산사나이 같은 느낌이다.

 차를 몰아오는 내내 한여름 날씨에 걱정이 앞섰지만 대원사 계곡길로 발을 들여 놓는 순간 입꼬리가 절로 올라가는 청량감이 전신을 감싼다.

 도심의 에어컨이 내뿜는 답답한 찬바람은 감히 흉내도 못 낼 시원함이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되면 수많은 탐방객들이 이곳을 찾으리라. 조금 서둘러 발걸음을 하길 잘했다 싶어 내심 뿌듯하다.

 싱그러운 초목이 만들어 주는 자연 차양막 탓에 뜨거운 햇살의 괴롭힘이 없어 발걸음을 옮기기에 더 없이 쾌적하다. 촉촉한 물기를 머금은 숲과 나무, 시원한 물소리를 자랑하며 휘돌아 나가는 계곡을 보며 폐부 깊이 숨을 들이마셔 본다.
 

대원사 대웅전 전경.

◇ 대원사 계곡 오감으로 느끼는 생태탐방로

 생태탐방로로 조성된 대원사 계곡길은 계곡 입구 주차장(삼장면 평촌리 유평주차장 입구)에서 대원사를 거쳐 유평마을까지 왕복하면 7여㎞ 코스다. 살짝 오르는 길임을 고려하면 3시간 남짓 소요돼 걷기에 딱 좋다.

 산청군과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는 자연 훼손을 최소화고자 대부분 구간을 목재 데크와 자연흙 길로 조성했다.

 계곡 입구 주차장에서 1여㎞ 구간은 계곡과 아주 가깝게 탐방로가 개설돼 한결 정취를 더한다. 곳곳에 급류와 소(물웅덩이)에 대한 자세한 안내와 옛 이야기를 더한 안내판이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대원사에 다다르면 ‘방장산 대원사’라는 글씨가 적힌 ‘일주문’을 가장 먼저 만나게 된다.

 ◇ 아픔의 역사 간직한 비구니 참선도량 대원사

 양산 석남사, 충남 예산 견성암 등과 함께 우리나라 대표적인 비구니 참선도량인 지리산 대원사는 지리산 천왕봉 동쪽인 산청군 삼장면 유평리에 자리하고 있다.

 신라 진흥왕 9년(548)에 연기조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진다. 임진왜란을 겪으며 전소돼 폐사됐다가 조선 숙종11년(1685) 중창해 대원암, 고종 27년(1890) 재중창하면서 대원사가 됐다.

 그러나 대원사는 지리산에 많은 생채기를 남긴 지난 1948년 여순반란사건 당시, 진압군에 의해 또 한 번 전소되는 아픔을 겪는다. 이후 1955년 ‘지리산 호랑이’라 불렸던 비구니 법일 스님이 재건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계곡을 찾을 때면 대원사는 빼놓지 않고 들르게 된다. 돌계단을 지나 대웅전이 보이는 마당으로 들어서면 순간 계곡물 소리가 멈춘다.

 대원사 경내를 조용한 걸음으로 둘러보다 보면 지붕 끝선과 처마들이 지리산과 어우러져 마치 산자락 같다.

 

탐방객들이 생태탐방로를 따라 대원사 계곡을 오르는 모습

◇ 지리산 속살 더 가까이 느끼는 탐방로


 대원사를 뒤로하고 다시 탐방을 시작하면 꽤 규모가 큰 교량이 눈에 들어온다.

 대원사 앞에 설치한 길이 58m의 교량은 전국 국립공원 탐방로에 설치된 다리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새로 만든 교량이지만 낯설지 않다. 주변 풍광과 잘 어우러져 그렇다.

 다리 위에 올라 계곡 상류를 올려다 보면 계곡물이 내 몸을 관통하는 듯한 착각이 든다. 기암괴석을 휘돌아 나가는 ‘옥류 소리’라 하더니 과연 그렇다.

 교량을 건너면 대원사 계곡길의 정점이 시작된다. 계곡을 바로 옆에 두고 물길을 거슬러 오르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빼곡히 드리운 나뭇잎이 따가운 햇살을 가려주자 서늘함마저 드는 기분이다.

 탐방로는 전체적인 경사도가 매우 완만해 노약자도 큰 불편 없이 다닐 수 있다. 탐방로 곳곳에 전망대와 쉼터가 있어 나만의 속도로 계곡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꾸준히 발을 놀리다 보면 용이 100년간 살았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대원사 계곡 최고의 절경인 용소가 실제 용이 꿈틀대듯 모습을 드러낸다.

 특히 계곡 기슭에 자주 눈에 띄는 돌개구멍은 옛 스님들이 음식을 보관했던 장소로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생태탐방로로 조성된 대원사 계곡길. 계곡 입구 주차장에서 1여㎞ 구간은 계곡과 아주 가깝게 탐방로가 개설돼 있다. 대부분 구간은 목재 데크와 자연흙 길로 조성했다.

 

◇ 유구한 역사속 시대의 애환 담은 길

 대원사 계곡은 가야 마지막 왕인 구형왕이 피난길에 소와 말 먹이를 먹였다는 곳으로 전해지고 있다.

 남명 조식 선생을 비롯해 수많은 선비들이 천왕봉에 매료돼 그 모습을 접하고자 지리산으로 오른 유람길이며 임진왜란과 한국전쟁 등 격동의 시기, 많은 사람들의 마지막 피난처 혹은 새로운 삶의 터전이 돼 준 애환의 길이기도 하다.

 이렇듯 대원사 생태탐방로는 그저 ‘대한민국 제1호 국립공원’ 지리산의 아름다움만을 보여주는 곳이 아니다. 그 속에 담긴 역사와 이야기를 함께 전하는 의미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대원사를 뒤로하고 돌아서는 길. 단풍이 내려 앉은 가을의 이곳이 벌써 궁금해진다. 파란 하늘과 푸른 계곡, 형형색색으로 물든 나뭇잎이 반기리라. 그때 또 이곳을 찾아야겠다 생각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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