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13:27 (목)
지역 시단 향기
지역 시단 향기
  • 김정옥
  • 승인 2019.07.24 1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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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을 굽는 여자

 - 김 정 옥

 

낡은 재래시장 한 모퉁이

깡마른 몸매에 검은 피부의 그 여자

탈색된 얼굴을 감추려고

입술엔 짙은 홍색을 칠하고

찌그러진 삶에 고개를 숙이고

김을 굽는다

기구라야 엘피지 가스통과 불판

기름과 소금 김을 넣은 박스 하나

눈비를 피할 처마도 없이

바람 부는 난전에 쪼그리고 앉아

가스 불 위에 석쇠를 올려놓고

김을 굽는다

소금과 기름이 타는 연기가

그녀의 코와 목젖을 타고 들어가

폐를 태운다

지나가는 손님의 천 원 짜리 한 장과 바꾸는

구운 김 한 봉지에는

검은 연기에 그을린 그녀의

인생이 있다

"마스크라도 쓰세요"하는 내 말에

아무 말 없이 웃어주는

검은 얼굴에 붉은 그 입술

비극적으로 싱긋 멈춰 버린다

<시인약력>

- 경남 산청 출생

- 월간 문학세계등단(2013)

- 문학세계문인회, 김해문인협회 회원

- 가야여성문학회 회원

- 김해 文詩 회원, 벨라회 회원

- 공저 `하늘빛 산방`, `명작가선`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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