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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조증상 없는 ‘뇌동맥류’… ‘가족력’이 위험신호
전조증상 없는 ‘뇌동맥류’… ‘가족력’이 위험신호
  • 연합뉴스
  • 승인 2019.07.23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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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학교병원 신경외과 반승필 교수.
 

 

고혈압ㆍ동맥경화 또는

직계가족 2명 이상이

뇌동맥류 땐 적극 검사해야

터지면 30%가 사망

‘클립결찰술ㆍ코일색전술’로

치료여부 결정 서둘러야

 #. 건강에 별다른 이상이 없었던 정모 씨(47ㆍ여)는 한 달 전 텃밭에서 일하다가 갑자기 심한 두통을 호소하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응급실에 실려 온 정씨는 뇌 컴퓨터단층촬영(CT)에서 뇌지주막하 공간에 전반적인 뇌출혈이 발견됐고, 이어진 뇌혈관 촬영 검사에서는 좌측 뇌동맥 중 하나인 후교통동맥 부위의 뇌혈관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뇌동맥류가 확인됐다. 뇌동맥류의 재출혈을 막기 위해 ‘코일색전술’이 시행됐고, 뇌출혈이 섞여 있는 뇌척수액을 배출하기 위한 시술이 함께 이뤄졌다. 2주간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를 받은 정씨는 다행히 합병증 관리가 잘 돼 특별한 장애 없이 무사히 퇴원했다.

 정씨가 앓은 뇌동맥류는 뇌혈관 벽 일부가 약해지면서 미세한 균열이 생기고 작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혈관 질환이다. 부풀어 오른 풍선이 얇아지듯 혈관 벽이 얇아지면서 빠르게 흐르는 피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터져 ‘파열 뇌동맥류’로 출혈이 발생하면, 심각한 뇌 손상은 물론 사망에까지 이르게 된다.

뇌동맥류 내부에 백금코일을 채워 동맥혈이 동맥류로 흘러 들어가지 않게 된 모습.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뇌동맥류 환자는 지난 2010년 2만 5천713명에서 2016년 7만 828명으로 2.7배 늘어났다. 인구 10만 명당 50명꼴로 발생하는 셈이다.

 특히 중년 이후에는 여성이 남성보다 뇌동맥류 발생 위험도가 약 1.5배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는 혈관 보호 역할을 하는 여성호르몬 분비가 폐경기 이후 줄어들면서 뇌동맥류 발병 위험을 높이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뇌동맥류의 발생 원인은 명확히 밝혀진 게 많지 않다. 혈관의 혈역학적(혈액 내의 다양한 질병) 부담이나 혈관 내 탄력층 손상 등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정도다.

 뇌동맥류는 파열되기 직전까지 특별한 전조증상이 없기 때문에 흔히 ‘머릿속 시한폭탄’으로 비유된다. 뇌동맥류가 터져 뇌출혈을 일으키게 되면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정도의 심한 두통과 함께 목덜미가 뻣뻣해지면서 구토, 마비 등 증상이 나타나고, 심하면 의식을 잃는다.

 파열 환자 중 약 30%가 사망에 이르고, 생존자 중에서도 절반은 신경학적 결손이 발생해 영구장애를 겪을 수 있기 때문에 뇌혈관이 터지기 전에 진단하고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뇌혈관 CT사진. 뇌혈관이 풍선처럼 부풀어 있는 뇌동맥류.

뇌동맥류는 뇌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뇌 자기공명영상(MRI) 같은 뇌혈관 영상 검사로 진단한다. 뇌동맥류의 위험 요인으로 알려진 흡연, 고혈압, 동맥경화 등의 질병을 앓고 있거나 직계가족 중 2명 이상이 뇌동맥류를 진단받은 가족력이 있다면 뇌혈관 검사를 적극적으로 시행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발견된 뇌동맥류를 모두 치료하는 것은 아니다. 뇌혈관의 특성상 치료 시 동반하는 위험성도 어느 정도 존재하기 때문에 그런 위험성과 뇌동맥류 파열 가능성을 모두 고려해 치료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단, 뇌동맥류는 모양이나 크기 변화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파열 위험성이 낮아 치료를 하지 않는 경우라 할지라도 1년에 한 번씩은 뇌혈관 CT나 뇌 MRA(자기공명혈관조영술) 검사로 뇌동맥류의 변화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관찰 도중 뇌동맥류 변화가 발생한다면 파열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한다.

 치료법으로는 머리를 직접 절개해 치료하는 ‘클립결찰술’과 머리를 절개하지 않고 뇌동맥류 안에 넣은 미세한 관을 통해 코일을 넣어 치료하는 ‘코일색전술’이 있다.

 클립결찰술은 관자놀이 부위의 두피 및 두개골을 절개해 뇌동맥류 입구를 클립으로 직접 묶어 뇌동맥류로의 혈류 유입을 차단하는 치료법이다. 정상 뇌를 직접 파헤치면서 수술을 하는 것이 아니라 뇌 속의 안전한 공간을 벌려 뇌동맥류에 접근하기 때문에 수술 과정에서 뇌 손상이 거의 일어나지 않고 수술 후 문제 발생 가능성도 매우 낮다.

 최근에는 최소 두피 절개를 통해 클립결찰술을 시행, 수술 상처도 작고 회복 기간도 많이 단축되고 있다.

 코일색전술은 전신마취 후 사타구니 부위 대퇴동맥을 통해 뇌혈관까지 접근해 미세도관을 삽입한 후 뇌동맥류 내부에 코일을 채워 넣어 혈류를 차단하는 방식이다. 2000년대 초반 시행된 국제 연구(ISAT)에서 클립결찰술보다 코일색전술의 효용성이 우수하다는 결과가 나오고, 뇌혈관 스텐트 등 뇌혈관 시술 기구들이 발전하면서 점차 코일색전술을 시행하는 빈도가 늘었다. 현재는 코일색전술이 뇌동맥류의 주된 치료법으로 자리 잡았다.

클립결찰술 모습.

 

두 가지 치료 방법 모두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코일색전술(시술)은 클립결찰술(수술)보다 재발률은 높지만 수술을 대체할 수 있고,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어 고령 환자에게 많이 시행된다. 반면에 재발이나 합병증 가능성이 높거나 환자가 젊을 경우, 또는 뇌 표피에 뇌동맥류가 생겼을 경우에는 클립결찰술을 시행한다.

 뇌동맥류와 주변 정상 혈관들과의 관계, 동맥류의 모양, 나이 및 개별 건강 상태 등에 따라 치료 방법은 달라질 수 있어 어느 방법이 더 적합한 치료법인지에 대해서는 의료진과 충분한 상의한 후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아직 뇌동맥류의 파열을 예방하거나 뇌동맥류를 없애는 약물은 없다. 따라서 뇌동맥류의 발생 및 파열 위험성을 낮추려면 혈압 조절, 금연, 절주 등 위험 인자를 조절하는 게 최선책이라 할 수 있다.

 또 치료 이후에도 재발하거나 새로운 부위에 뇌동맥류가 생기는 경우가 드물게 있을 수 있는 만큼 정기적인 영상 검사를 통해 꾸준히 관찰하고, 약물 복용이 필요한 경우에는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약물 복용을 유지해야 한다.

 반승필 교수는 지난 2006년 전북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 의과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5년부터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뇌동맥류와 뇌졸중, 혈관기형 및 협착, 혈관내수술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대한신경외과학회 및 대한뇌혈관외과학회, 대한뇌혈관내수술학회 등에서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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