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00:11 (수)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 위해 지역 주민 나서야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 위해 지역 주민 나서야
  • 김창균
  • 승인 2019.07.23 1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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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부 부장 김창균

 

 민주주의의 반대말은 뭘까? 아마 여태껏 정치에 관심이 없었다면 분명 `공산주의`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특수한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의 교육 때문이리라. 그러나 민주주의의 반대말은 바로 엘리트주의이다. 이 둘은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주체가 다수냐 소수냐에 의해 구분되는 정치방식이다.

 풀뿌리 민주주의(grassroots democracy)는 소수 엘리트 계급이 대다수의 민중을 지배하는 엘리트주의를 멀리하고, 평범한 민중들이 지역 공동체의 살림살이에 자발적인 참여를 함으로써 지역 공동체와 실생활을 변화시키려는 참여 민주주의의 한 형태이다. 특히 지방 자치와 분권을 강조하며 이를 통해 민주정치를 실현하고자 한다. 지역주민들이 지방의회의 예산을 계획하고 실시하는 일에 참여하는 지역참여예산제가 풀뿌리 민주주의의 예이다. 1912년에 미국 공화당에서 분리된 진보당이 내건 이념 중 하나이며 1935년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사용하면서 일반화되었다. 왜 풀뿌리일까? 풀에는 잔뿌리가 무수히 많은데 이 뿌리들은 물과 양분을 흡수해서 식물이 잘 성장할 수 있게 해주는 필수적인 존재이다. 지방자치제도를 이 풀뿌리에 비유하는 것은, 아주 작은 지역의 문제는 물론 주민들의 생활에 밀접한 문제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뜻을 내포한다.

 지방의회는 주민을 대표해 예산안ㆍ결산 승인과 청원ㆍ진정을 처리하고 법령의 범위안에서 조례를 제정ㆍ개정ㆍ폐지하며, 집행기관에 대해 행정사무 감사 및 조사ㆍ동의ㆍ승인ㆍ보고와 관계 공무원의 출석을 요구할 수 있는 등 주민대표기능, 자치 입법 기능, 행정감시기능 등 크게 3가지 역할을 한다. 즉 지방의회는 지역주민의 대표기관이며 지방정부의 최종정책 결정 기관으로써의 중요성은 매우 높아지고 권한이 확대되고 있다. 지방의회의 위상이 변화하는 만큼,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요구된다.

 함양군의회는 지난 6월13일부터 7월 2일까지 20일간의 일정으로 개회한 제249회 제1차 정례회를 마무리했다. 함양군의회는 행정사무 감사에서 106건의 군 행정에 대한 지적을 쏟아냈고 그 어느 때보다 매서운 행정사무 감사를 했다. 그러나 정작 정례회에서는 함양군수에게 단 하나의 군정 질문도 하지 않은 것은 대단히 애석하고 비난받을 일이다. 지방의회 의원은 군민대표로써 자치단체에 대한 지역주민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의혹이 있다면 이를 파헤쳐 조사하고 군민에게 보고해야 한다. 그런데 지역주민을 대신한 주민대표로서의 책무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것이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한다`는 말이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집행부가 아무리 잘한다 하더라도 견제나 감시가 꼭 필요하다는 얘기다. 민주주의와 정상적인 지방자치는 주권재민의 원칙이 지켜질 때 가능하다. 이 원칙은 군민이 행정기관과 지방 자치단체의 정치과정에 참여하는 권리와 의무를 다할 때 지켜진다. 지역주민이 지방 자치단체의 인사ㆍ예산ㆍ정책과 지방의회의 의정활동에 자신의 뜻을 반영시키려 노력할 권리 등이 모두 참정권에 속한다 할 것이다. 국민, 지역주민 유권자의 참정권은 선거 때 투표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다음 세상을 위해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특별한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권리, 국민의 권리를 보장받고, 월급을 받아도 상식적인 물가로 살아가는데 지장받지 않으려면 국가의 살림살이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플라톤은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 벌 중의 하나는 자신보다 저급한 사람들의 지배를 받는 일이다`라고 역설하며 정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강조했다.

 흔히들 지방자치를 가리켜 우리의 사회적 삶의 생명이 지속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산소를 제공하는 권력이자 기계장치라고 정의한다. 그 산소를 제공하는 지방자치라는 기계가 오작동을 일으켜 산소 공급이 중단된다면 우리의 생명은 치명타를 입게 된다. 따라서 산소가 오염됐다면 그것을 예민한 감각으로 간파해 내고 산소를 정화시켜 낼 힘이 필요한데, 그 힘은 지역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로부터 나온다. 즉 참여 민주주의라는 강한 민주주의만이 신선한 산소를 제공해 우리들의 사회적 삶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것이다.

 이제는 군민들의 지역 의회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확대돼야 한다. 지역주민은 의회 및 집행부와 함께 지방자치의 중요한 한 축이며, 이 세 축이 균형을 이룰 때 진정한 지방자치가 정착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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