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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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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태희 기자
  • 승인 2019.07.18 1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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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근 시조집 ‘비포리 매화’ 표지.

 

시조시단의 중진인 김복근 시인이 시조집 ‘비포리 매화’와 산문집 ‘별나게 부는 바람’을 동시에 출간했다. 비포리 매화에서는 김 시인의 미학적 특성이 고스란히 담고 있다. 사라져 간 기억들을 향한 애잔한 그리움의 에너지가 만든 시학적 향기가 넘쳐 흔른다. 산문집 별나게 부는 바람에서는 정통 시조를 쓰는 시인의 글쓰기에 대한 산고의 고통과 대상에 대한 통찰을 잘 드러나 있다. 김 시인은 문장을 찾아가는 고독한 순례자의 텍스트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책 속에 녹였다. 감동의 여정을 추적하는 글쓰기에 한 줄기의 바람이 마음에 큰 위로를 준다.

 수하 김복근 시인은

 수하 김복근 시인은 의령에서 태어나 마산고, 진주교대, 창원대대학원에서 공부했다. ‘생태주의 시조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5 ‘시조문학’ 천료되어 문단에 나와 시조집 ‘인과율’ ‘비상을 위하여’ ‘클릭! 텃새 한 마리’ ‘는개, 몸속을 지나가다’ ‘새들의 생존법칙’ ‘비포리 매화’, 논저 ‘노산시조론’ ‘생태주의 시조론’, 동시집 ‘손이 큰 아이’, 괘관문집 ‘바람을 안고 살다’, 산문집 ‘별나게 부는 바람’ 등을 펴냈다.

 

 마산시문화상, 한국시조문학상, 성파시조문학상, 경상남도문화상, 유심작품상, 국제펜송운문학상을 수상했고, 2015 세종도서문학나눔에 선정됐으며, 대통령 표창과 황조근정훈장을 수훈했다. 경상남도문인협회장, 경남문학관 이사장, ‘경남문학’ 발행인, 한국시조시인협회부이사장, 오늘의시조시인회의부이사장, 노산탄신100주년기념사업회장, 경남문화예술위원, 정재관 문집 간행 및 편집위원, 거제교육청 교육장 등을 지냈고, 지금은 경남문협 고문, 한국문협, 한국시조시협, 오늘의시조회의 자문위원, 천강문학상부위원장, 경상남도문학관 선정위원, ‘화중련’ 주간 일을 맡고 있다.

 

 

시조집 ‘비포리 매화’와 산문집 ‘별나게 부는 바람’을 동시 출간한 김복근 시인.<br>
시조집 ‘비포리 매화’와 산문집 ‘별나게 부는 바람’을 동시 출간한 김복근 시인.

 

사라져 간 기억들을 향한 그리움

김복근 시인 신작 시조집 ‘비포리 매화’

유성호 교수 “심미적 화첩 모자람 없어”

 김복근 시인의 신작 시조집 ‘비포리 매화’에 대해 문학평론가인 유성호 한양대학교 교수는 “전적 통찰과 완미한 형식 미학을 갖추면서 그 안에 견결하고 깊은 마음의 상태를 새겨간 현대시조의 심미적 화첩으로 모자람이 없다”고 평가했다.

 ‘어제는 비가 와서 비와 비 비켜서서//바닷가 갯바람은 발끝에 힘을 주고//잘 익은 섣달 보름달 언 가슴 풀어내듯//벼리고 벼린 추위 근골을 다잡으며//백 년 전 염장 기억 파르라니 우려내어//경상도 꿈 많은 사내 동지매(冬至梅)를 구워낸다//’(‘비포리 매화’ 전문)

 시조집의 표제작이기도 한 이 시편은, 한 사내가 정성껏 피워 올리는 ‘동지매’를 노래한다. 비가 내리고 비가 서로 비켜설 때 ‘바닷가 갯바람’과 ‘벼리고 벼린 추위’를 넘어 ‘매화’는 ‘백 년 전 염장 기억 파르라니 우려내어’ 그야말로 ‘비포리 바닷가 마을 나래 접은 휘파람새’(‘동지월매, 冬至月梅’)처럼 경상도 꿈 많은 사내의 신산하고도 아름다운 내면의 시간을 암유(暗喩)한다. ‘경상도 꿈 많은 사내’로서의 ‘시인 김복근’의 모습이, 잠깐, 순하게 다가오는 순간이다.

 

이러한 ‘매화’를 향한 다양하고도 집중적인 형상적 성취는 우리 시조가 일군 귀중한 결실 중 하나일 것이다. 더러 심미적 표상으로, 더러 역사적 의지의 충일함으로, 더러 내면적 깊이의 은유적 상관물로 번져간 이 형상으로 해 이번 시조집은 ‘매화’의 눈부신 모습과 향기로 자욱하다. 이때 시인은 대상과의 동일성을 추구하는 서정 양식의 속성을 적극 견지하면서 대상 관찰의 오랜 시간과 그에 대한 독자적 해석안(眼)을 동시에 보여준다. 따라서 김복근 시인은 세계와 자아 사이의 균열을 메워가면서 삶의 심미적 완성을 믿는 고전주의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김복근 시조 미학을 이루는 확연한 구심이 견결하고 반듯한 삶의 태도에 있다면, 확연한 원심은 사라져간 기억들을 향한 애잔한 그리움의 에너지로 충일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 현대시조가 정형적 한계와 가능성을 감안하면서 절제와 균형의 미학을 벼리는 힘에 의해 다채로운 미학적 변용을 이뤄가는 흐름에 김복근 시조는 매우 중요하고 또 탁월한 표지를 세워놓는데, 그 근원적 힘이 바로 삶과 역사에 대한 남다른 기억에 있었던 셈이다.

 김복근의 이번 시조집은 미학적으로는 스스로의 정점으로 나아가기도 하고, 마음 깊은 곳에서는 경험적인 구체성으로 회귀해 들어오기도 한다. 그 점에서 그는 스스로는 낮추면서 삶의 아름다움과 비극성에 대한 형상화에는 높은 안목을 가진 시인이다. 아닌 게 아니라 그의 아호(雅號) 수하(水下)는 ‘물 아래’를 뜻하기도 하고 흐르는 내나 강의 하류를 말하기도 하는데, 그만큼 시인의 목소리는 낮고 깊으며 또한 한없이 흘러간다. (도서출판 황금알/1만 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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