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추신경에 발생하는 주요 자가면역질환

환자마다 증상 달라 정확한 진단 어려워

첫 발병 시 한두 달 나타나다 증상 사라져

과거 불치병이었지만 치료 방법 발전해

초기 치료 중요…평생 관심 가지고 관리를

　얼마 전 진료실을 찾은 30대 여자 환자가 있다. 이 환자는 얼마 전부터 다리의 감각이 둔해지고 발가락부터 저릿한 느낌을 느꼈다고 한다. 나이가 젊다 보니 질환이라는 생각을 못 하고 피로해서 그런 줄로만 알았는데 저림 증상이 다리 전체로 진행돼 점점 심해졌고， 불안한 마음에 병원을 찾아 여러 검사를 해본 결과 다발성 경화증임을 알게 됐다.

　사례로 든 환자는 그래도 운이 좋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증상이 더 발전하기 전에 빨리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다발성 경화증은 중추신경에 발생하는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이다. 중추신경계는 면역체계로부터 떨어져서 보호돼 있기 때문에 면역세포가 들어올 수 없는데， 문제가 생겨서 면역세포가 들어오게 되면 신경계를 둘러싸고 있는 수초가 탈락하게 되고 이로 인해 신경 전도가 안 되게 된다. 다발성 경화증은 중추신경 조직을 구성하는 신경세포들의 수초와 축삭에 염증이 생겨서 탈수초 및 축삭 손상이 발생했다가 다시 회복되기를 반복하는 질환이다.

　신경 전도가 안 되면서 다양한 증상이 발생하는데， 감각 장애， 통증， 운동 마비， 시각 장애， 인지기능 저하 등을 주된 증상으로 들 수 있다. 면역세포가 중추신경계의 어느 부위를 침범하느냐에 따라 환자마다 나타나는 증상이 다 다르고， 증상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을 반복하기도 해서 환자가 병에 대한 자각도 늦고 정확한 진단이 어려울 때가 많다.

　첫 발병 시 증상은 한두 달 정도 나타나다가 사라지기도 하는데， 이후 재발이 반복되면서 악화와 호전을 반복한다. 치료가 지연될 경우 중추신경 손상이 누적돼 시각 기능이나 보행 기능 등에 영구적인 장애가 나타날 수 있고， 이는 다시 급격한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지므로 반드시 조기 진단 및 치료에 신경 써야 한다. 특히， 발병 후기보다는 초기에 약물의 효과가 훨씬 크기 때문에 일단 진단을 받았으면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다발성 경화증으로 인한 장애를 효과적으로 막을 방법이라고 하겠다.

　과거에는 불치병， 난치병으로 생각됐으나 현재는 치료제와 치료 방법이 발전해서 조기 발견해 적절하게 치료하면 병의 진행을 늦추고 거의 정상적인 활동을 하면서 지낼 수 있다. 치료는 크게 급성기 치료， 장기적인 질병 완화 치료， 증상 완화 치료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급성기에는 일반적으로 고용량 코르티코스테로이드제를 투여해 염증 반응을 빠르게 가라앉히는 것이 우선이고， 이후 반복되는 재발 및 장애를 예방하기 위한 질병 완화 치료를 시행한다. 질병 완화 치료에는 베타 인터페론 등 주사 요법을 쓰는데， 최근에는 베타 인터페론 주사를 대체할 수 있는 경구제도 다양하게 나와 주사에 거부감을 느끼는 환자들의 치료가 좀 더 수월해진 편이다. 이외 운동 치료， 작업 치료 등 증상 완화 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

　다발성 경화증은 평생 지속되는 병으로 치료 역시 장기적으로 이뤄져야 해서 환자의 의지와 인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간혹 증상이 다소 좋아졌다고 해서 치료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재발해 급격하게 악화될 수 있으므로 꾸준히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 더불어， 다발성 경화증이 흔치 않은 질환이다 보니 인지도가 낮아 진단율이 계속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안타깝다. 질환이 대중적으로 좀 더 알려져 아직 자기 증상을 자각하지 못하는 많은 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