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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보 상태서 피해 누적… 조합원 `피눈물`
답보 상태서 피해 누적… 조합원 `피눈물`
  • 김용락 기자
  • 승인 2019.07.11 2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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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 대행사와 집행부의 비리로 사업이 중단된 김해의 한 지역주택조합의 전시홍보관이 방치돼 있다.

 

<지역주택조합 종합진단>

3. 피해로 직결되는 사업 지연

사업 지연 시 20% 싸다는 장점 없어

전체 과정서 지체 위험 요소 산적

끝없는 피해 유발 조합 비리 만연

조직적 추진되는 횡령ㆍ배임 행위

`대행사만의 사업` 사업 취지 무의미

 ◇한 달 멈추면 20억 원 손해

 명목상 지역주택조합은 조합원이 사업 주체다. 업무 대행사는 사업 시행을 도울 뿐이다. 추진 과정에서 난항을 겪으면 책임은 조합원에게 간다. 최악의 경우 조합이 파행해 계약금 환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20% 정도 저렴한 집값이 최대 장점이지만 사업 지체가 잇따르면 장점도 없는 셈이다.

 대출을 받지 않은 초기 단계에서 사업 지체는 당장의 큰 피해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 기간에는 조합사무실ㆍ분양하우스 임대료만 꾸준히 지출된다.

 대출을 받고 난 후부터 사업 지체는 조합원들을 끝이 보이지 않는 늪에 빠트린다. 한 조합에 따르면, 1천세대 규모의 조합이 토지매입 과정에서 브릿지 대출을 받았을 때 사업이 지체되면 달마다 20억 원가량 피해를 입게 된다. 시공 단계에 돌입했다면 한 달 사업 지체는 40억 원가량의 손해로 돌아온다.

 대부분 조합에서 사업 중 발생한 대출 이자는 곧바로 조합원이 부담하지 않는다. 가지고 있는 조합비로 이자를 내고 이후 자금이 부족할 때 조합원에게 추가분담금을 부과한다.

 정상철 창신대학교 부동산대학원장은 "지역주택조합은 토지 확보 및 사업 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합원을 모집한다. 또 사업 추진 과정에서 토지 확보 실패와 사업계획 변경 등 지체 위험성이 크다"며 "저렴한 분양가에 현혹되지 말고 사업 성공성을 따져보고 가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연될 수밖에 없는 구조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설립인가와 사업승인 사이의 기간이 2년이 넘으면 조합이 성공하지 못했다고 본다. 사업이 지체될수록 토지가와 건축비 등이 오르기 때문이다.

 지역주택조합은 `사람 모아서 남 땅에 건물 짓기`다. 문제는 첫 단계인 조합원 모집부터 발생한다. 분양대행사는 지역 부동산 업계와 연계해 조합원을 모은다. 하지만 조합원 수 채우기에 급급하다 보니 부적격자들도 다수 생겨난다. 이들은 추후 해약 처리돼 추가 조합원 모집에 또다시 시간을 소비해야 한다.

 수천억 원을 사용해야 하는 토지 매입은 가장 큰 걸림돌이다. 큰 금액만큼 위험성도 크다. 조합은 해당 부지 내 수십 명 혹은 수백 명의 땅 주인을 설득해 토지를 매입해야 한다. 거주지일 경우 긴 협상 과정을 거칠 수도 있다. 토지를 적정량 확보하지 않은 채 조합원을 먼저 모집하는 곳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부산 해운대에서는 같은 지역에 두 개의 추진위가 조합을 결성하려고 해 1천여 명의 시민들이 피해를 입기도 했다.

 조합원 간의 갈등도 우려 사항이다. 주요 안건을 상정하기 위해 열린 임시총회에서 다툼이 오가며 답보상태가 지속되기도 한다. 주로 조합 내부 비리가 적발된 후 진행 방안을 놓고 갈등이 발생하며 고소ㆍ고발도 서슴지 않는다.

 좋지 않은 경기도 한몫한다. 부동산 침체로 건설사가 시공에 나서지 않고, 조합원 각자의 직장이 어려움을 겪어 조합비 납부가 어려운 상황이 발생키도 한다.

 ◇비리의 온상 되다

 조합비가 빼돌려진다면 조합원 부담은 커지고 사업 지체는 당연시된다. 조합원들의 응집력은 부족하고 조합 투명성도 보장되지 않아 감시는 쉽지 않다.

 대행사와 조합 집행부의 배임ㆍ횡령 등 비리 행위는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진행된다.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대행사는 조합 집행부에 측근을 앉힌 후 필요 없는 용역 계약을 중복 체결하거나 금액을 부풀린다. 또, 토지매입 과정에서 저가로 매입한 후 조합에 고가로 파는 수법을 이용하기도 한다.

 대행사는 토지가나 물가가 올랐다는 이유로 임시총회를 열고 조합원을 상대로 사업비 확보에 나선다. 조합원들은 이 같은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다 추가분담금 폭탄을 맞고서야 문제점 파악에 나선다.

 지역주택조합에서 이러한 비리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시작 단계에 있다. 실질적으로 지역주택조합은 대행사가 사업 주체다. 조합원은 책임만 진다. 대다수 조합추진위 구성은 대행사의 작품이다. 대행사는 땅을 물색한 후 투자자를 찾고 조합원 모집에 나선다. 실거주자인 조합원은 조합 내에서 들러리에 불과하다. 무주택자 주민들이 스스로 조합을 만들어 아파트를 추진하는 취지는 시작부터 지켜지지 않고 있다.

 "내 집 마련을 위해 냈던 돈을 전부 포기하고 탈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마땅히 할 수 있는 일도 없다. 마치 모두가 한통속인 사기도박에 빠진 것 같다." 조합원들의 절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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