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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갈등 소통과 협의로"
"사회적 갈등 소통과 협의로"
  • 홍성옥
  • 승인 2019.07.11 2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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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시 행정자치국장 홍성옥

 복잡다단한 인간의 삶만큼 우리 사회에는 크고 작은 갈등이 상존한다. 갈등(葛藤)이란 한자어를 풀이하면 칡과 등나무라는 뜻으로 칡과 등나무가 서로 복잡하게 얽히는 것처럼 개인이나 집단의 이해관계가 달라 충돌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김해시에 공공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조례와 공공갈등관리위원회가 구성됐다. 우리 지역에서는 동물장례식장, 김해신공항, 장유소각장, 코스트코, 주촌 선천지구 악취, 의료폐기물 소각장 같은 많은 갈등이 현재진행형이다.

 생림의 한 동물장례식장의 경우 허가 당시 지역민의 반대가 있어 우리 시에서 불허가처분을 했으나 사업주 측이 행정심판과 이행청구심판을 청구한 끝에 결국은 영업을 하고 있다.

 이후 우리 시는 우후죽순 난립하는 사립 동물장례식장을 막고자 공립 동물장례식장을 추진, 국비 지원 공모사업에 선정됐으나 건립 예정지 주민 반대로 지금도 건립지역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장례시설, 폐기물처리시설 등이 우리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시설이라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하지만 내 집 근처는 안된다는 님비현상이 팽배하다.

 이러한 갈등으로 인해 행정환경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갈등이란 발생해서 안 되는 것, 행정목표 달성에 방해되는 제거 대상으로 인식됐다면 최근에는 불가피한 사회적 산물, 사회적 생산성 제고를 위해 적극적으로 예방하고 해결해야 하는 과정으로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

 즉, 사후적 해결이 아닌 정책의 계획단계부터 사전적으로 갈등요인을 예측ㆍ분석하고 예상되는 갈등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는 `갈등향분석`을 시행하도록 바뀌는 추세다.

 최근 분쟁장마다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갈등관리심의위원회, 갈등조정위원회, 갈등공론화위원회 등이 이러한 추세를 잘 반영하고 있다.

 김해시 공공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조례는 우리 시가 공공정책을 수립하거나 추진할 때 발생하는 공공갈등을 예방하고 원만한 해결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공공갈등으로 인한 과도한 사회적 지출을 방지하고 사회 통합에 이바지하려 제정되었다.

 우리 시 공공갈등관리위원회는 공공갈등의 예방과 해결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서 법률, 경제, 복지, 환경, 도시계획, 행정 분야의 전문가와 시의원, 시민단체 대표, 공무원으로 구성했다.

 위원회가 의욕적으로 출발했으나 한계점도 많다. 첫 번째로 김해신공항 등 정부 정책은 관리대상에서 제외된다. 신공항은 시의 공공정책이 아니라 중앙정부의 공공정책이기 때문에 우리 시는 시민여론을 바탕으로 우리 시의 주장을 전달하는 역할만 할 수 있을 뿐이다.

 두 번째로 법률에 근거한 인허가 사항도 제외된다. 현재 교통영향평가 중인 코스트코는 시의 공공정책이 아니라 인허가 대상 사업이기 때문에 이 역시 관리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허가사업에 대해 행정청은 법률과 기준에 부합하면 허가를 해 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행정심판법에 따르면 심판청구를 인용하는 재결(행정청의 이의신청)은 행정청을 기속한다고 규정돼 있다. 행정청은 행정심판에서 패소하더라도 행정소송 등 불복절차를 밟을 수 없다는 뜻이다.

 아울러 2017년 4월 법령 개정으로 행정심판의 재결 취지에 따라 지체 없이 처분하도록 강제하고 있고 행정심판위원회가 직접 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과 처분을 지연한 것에 대한 배상을 명할 수 있는 규정도 신설했다. 갈수록 행정청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가까운 울산 북구청은 지난 2011년 법적 근거 없이 코스트코의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그러자 코스트코 측은 이로 인해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다며 북구청과 당시의 구청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3억 6천700만 원의 배상 판결을 받았다.

 북구청이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결국 기각돼 손해배상금, 소송비용, 이자 등을 합쳐 5억 원 상당을 배상했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었다.

 세 번째로 이미 진행 중인 사업도 제외된다. 정책을 시행하기 전에 먼저 갈등 영향 분석을 통해 갈등관리위원회에 상정하고 갈등조정협의회에서 갈등을 조정하게 된다.

 장유소각장의 경우는 이미 주민설명회와 시민공론화위원회의 원탁회의 등 많은 행정절차를 거쳐 지금은 국비 확보 협의 중인 사업으로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위치까지 진행이 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갈등관리심의위원회가 만능은 아니다. 갈수록 복잡다단해지는 갈등 양상에 대해 소통과 협의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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