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우리 옆에 살아 있다
일본은 우리 옆에 살아 있다
  • 편집국장 류한열
  • 승인 2019.07.11 20: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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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권의 외교는

세련되지 못하다. 이미


계산이 끝난 상대를 보고

계속 계산을 하라고 하면

바른 관계는 설 수 없다.

행여 좌파적 역사의식이

한일관계의 전면에서

굿판이 된다면 앞으로

양국의 거리는

좁혀질 수 없다.







 얽히고설킨 먹고사는 문제가 글로벌 마당에 깔려있는 건 알았지만 외교 문제가 먹고사는 경제를 강력하게 위협할 줄 몰랐다. 역사책을 뒤져보면 강대국에 예속된 약소국가는 무조건 아래로 기는 게 상책이었다. 겉으로 보면 비굴해 보여도 실속을 차리기에는 괜찮은 외교정책인데 한 번씩 제힘 모르고 날뛴 약소국가는 낙엽처럼 뒹구는 신세가 됐다. 일본이 경제 보복한다고 험한 소리를 내뱉더니 경제 규제로 정리된 듯하다. 자유 무역주의를 최고로 여기는 나라에서 수출 품목 규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엄연히 칼끝을 들어대고 있는 상황에서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아 답답하다. 일본의 무례한 행동만 탓하기에는 너무 무의미하게 보인다.

 청와대가 미국에 외교라인을 가동하고 일본의 수출통제 조치에 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에 머물며 문제해결을 위해 뛰어다녀도 속시원한 해결책을 찾았다는 소식은 없다. 일본이 쉽게 경제 제재 카드를 집어넣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한쪽에서 피나게 손해를 보면서 시간이 흐르거나 다른 한쪽이 거드름을 피우면서 은혜를 베풀어야 수출 규제는 풀릴 공산이 크다. 아베 일본 총리가 참의원 선거 전략으로 수출 규제 카드를 꺼냈을지 모르지만, 한국 수출 규제와 관련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국가에는 우대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말에 꽤 힘을 들어가 있다. 아베 총리는 수출 규제 조치가 WTO 협정 위반이 아니라고 했다.

 실제 이 문제에 접근하는 양국의 시각은 다르다. 한쪽은 굉장히 감정적이고 다른 한쪽은 엄청나게 이성적이다. 감정을 앞세우는 사람은 냉철한 이성 앞에서 길길이 날뛰다 `얼음`이 될 수밖에 없다. 옛날 원수지간으로 지내다 한쪽은 미안하다는 말은 않고 대가로 돈으로 치렀는데 다른 한쪽은 돈을 받은 건 기억하는데 뭐 그게 대수냐는 반응이다. 계산이 끝난 사람과 계산이 안 끝난 사람 간에는 이야기가 될 게 없다. 과거가 발목을 잡고 있는데 현재가 어떻고 미래가 어떻고 해봤자 공염불이다. 개인이라면 술자리에 앉아서 탁 터놓고 혀 꼬부라지는 소리를 하다 보면 문제 해결이 보인다. 한참 복잡한 국가 문제를 놓고 양국 정상이 술자리에 앉을 수도 없고 더더욱 사과라는 걸 모르는 국가와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속이 터진다.

 과거는 현재를 떠받드는 기초다. 과거가 정리되지 않고 미래를 이야기하는 건 건설적이지 못하다. 마음속에 앙심을 품고 있는데 어떤 이야기를 한들 진심을 담을 수 있을까. 툭하면 남의 땅을 자기 땅이라는 무뢰한하고는 상종을 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하지만 상대에게 열 받았다고 평생 못 볼듯한 얼굴을 하면 결국 손해를 보는 쪽은 이쪽이다. 현 정부 정책은 경제를 살리는 데 주력하기보다는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데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한일 관계를 푸는 해법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고 상대의 처지를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두 나라가 만든 긴 역사의 모든 페이지를 펼치면 어떤 일도 함께할 수 없다. 일주일마다 일본 대사관 앞에서 벌어지는 시위에서 규탄 목소리가 여전하고, 전국 곳곳에 있는 소녀상의 눈빛에는 일본이 있을 수 없다. 이런 현실 속에서 일본은 엄연히 살아있다.

 현 정권의 외교는 세련되지 못하다. 이미 계산이 끝난 상대를 보고 계속 계산을 하라고 하면 바른 관계는 설 수 없다. 행여 좌파적 역사의식이 한일관계의 전면에서 굿판이 된다면 앞으로 양국의 거리는 좁혀질 수 없다. 일본의 경제 규제에 감정적으로만 받아치면 안 된다. 우리 정부의 대응에도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먹고사는 문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어쩌면 국가 간 먹고사는 문제가 역사의 해석을 뛰어넘는 더 본질에 가까울 수 있다. `일본은 없다`는 감정적 대립은 초보 수준의 외교다. 일본은 엄연히 우리 옆에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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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2019-07-15 16:08:02
쇠 귀에 경을 읽는 격입니다. 이런 똥고집과 아집도 없습니다. 어느나라의 대통령들은 국민을 위해 자신의 자존심들을 아랑곳 않고 구기기도 하더만 도데체 이 화상은 그런 것도 없습니다. 닥아올 경제적 환란을 고스란히 짊어져야 할 중소기업이며 대기업의 고난의 행군이, 레밍들의 줄초상 소리가 벌써 들려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