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집 온 외국인 아내에겐 자상한 남편이 필요해요”
“한국 시집 온 외국인 아내에겐 자상한 남편이 필요해요”
  • 김정련 기자
  • 승인 2019.07.10 1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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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전 한국으로 온 베트남 결혼 이주 여성 정미숙 씨는 다문화가족들이 한국에서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봉사활동을 하며 선행을 베풀고 있다.

 

도내 이주민의 삶

<베트남 출신 정미숙 씨>




‘넝쿨당’ 김해여성단체 만들어 활동

여성자치회 통해 꾸준히 선행 베풀어

경찰서에서 프리랜서로 통역하며

다문화 가정 지킴이 역할 ‘톡톡’

최근 폭행사건 반한 감정 고조

코리안 드림 허구성 드러나

박항서 신화 무너질까 걱정



“아내가 한국말을 못한다고 해서

폭력을 휘두르는 행위는 나빠요,

언어를 습득할 시간을 줘야 해요.

한국말이 서툰 이주여성의 피해

사실을 외부에 알릴 제도 미비하죠.

폭력 참고 살아야 하는 구조 때문에

피해가 더 커지고 있어요”



 며칠 전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이 한국인 남편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이주여성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해자는 베트남에서 온 아내의 한국말이 서툴러 폭언을 하고 폭력을 휘둘렀다고 했다. 피해자의 지인은 해당 영상을 SNS에 올렸고 영상을 올린 지 하루 만에 경찰은 가해자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영상에서 보여주는 폭행 현장에는 두 살배기 아들이 있어 네티즌들은 더욱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현재 베트남 여론은 한국의 가부장적 문화와 가정폭력 등을 향해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지난 2017년에는 베트남에서 온 며느리가 시아버지에게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했으며 2010년에는 베트남 여성이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외국인 거주율이 높은 김해에도 이주여성 가정 폭력 사건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체류 외국인이 200만을 훌쩍 넘긴 시대, 피의자나 피해자로 경찰조사를 받는 외국인이 급증세다. 하지만 한국어가 서툰 이주 여성들에게 경찰서는 낯설고 불편한 공간이다.

 한국에 거주한 지 14년 차인 베트남 출신 결혼 이민자 정미숙 씨는 경찰서에서 프리랜서로 통역 일을 하고 있다.

 “14년 전 남편과 결혼해서 한국에 거주하고 있어요. 김해 여성자치회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났어요. 지인분의 제안으로 경찰서에서 통역 일을 시작하게 됐죠.”

 한국말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정미숙 씨는 이주 여성들에게 많은 힘이 되고 있다. 미숙 씨는 이번 사건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지난 몇 년간 경찰서에서 통역일은 대부분 다문화 가정 불화사건이라고 했다.

 “언어가 전혀 다른 외국인이 한국에 오는 것은 다시 태어나는 것과 같아요. 남편은 아내가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마치 갓난아이처럼 키워나가야 해요.”

 미숙 씨는 이번 사건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아내를 둔 남편이 2가지를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첫 번째로 남편은 따뜻한 마음으로 아내를 보살펴야 하며 두 번째로는 아내가 한국어를 못한다고 해서 폭력을 행사할 것이 아니라 언어를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거예요. 몇 년 전과 비교해 보면 경찰서 출입 횟수가 줄어들 긴 했어요. 하지만 여전히 개인적으로 전화와 문자가 많이 와요. 며칠 전에는 아침 7시부터 전화가 와서 고민을 털어놓더라고요. 대부분은 남편과 언어 소통이 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가 많기 때문에 중간에서 통역을 해주며 도움을 주고 있어요. 실제로 문제가 해결된 경우도 있어요. 저와 같이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동생들은 매번 고민 상담을 들어줄 때마다 친언니처럼 도움을 줘서 고맙다고 말해요.”

 이 사건을 접한 베트남 현지에서는 반한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인 남성과의 결혼은 더이상 ‘코리안 드림’이 아닌 허구라는 사실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는 격이다. 베트남 하노이 한인 단체 회장은 “박항서 감독이 2년간 공들여 쌓은 탑이 와르르 무너질까 걱정”이라며 “이번 일로 한국인에 대한 안 좋은 감정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어가 서툰 결혼이주 여성이 피해 사실을 외부로 알릴 수 있는 제도 또한 미비해요. 결혼 이주여성의 경우 남편이 신원보증을 하지 않으면 미등록 체류자가 되는 등 사실상 폭력을 참고 살 수밖에 없는 구조도 있어 피해가 더 커질 수밖에 없거든요. 폭력사실을 외부로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는 제도와 이주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절실해요.”

 미숙 씨는 10년 전, 한국말이 서툴렀을 당시 수많은 시련과 차별을 겪었다.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는데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최저임금을 줄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또 어린이집을 다니던 아들이 소풍을 가기로 한 날이었는데, 산만한 성격 탓에 참여가 불가능할 것 같다는 얘기를 듣고 얼마나 속상했는지 몰라요. 제가 외국인이 아니었다면 그런 얘기를 했을까요? 그 뒤로 남편의 도움으로 한국어 실력이 많이 늘었어요. 남편이 퇴근 후 숙제 검사를 해주며 많이 격려해줬어요.”

 미숙 씨는 ‘넝쿨당’이라는 김해여성단체를 만들어 다문화 가족은 물론 지역 주민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며 꾸준히 선행을 베풀고 있다.

 “처음에 한국에 왔을 때 그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나쁘게 바라보는 모습에 상처를 받았어요. 무조건 외국인이 나쁘다는 인식을 바꾸고 싶어요. 제가 할 수 있는 한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봉사를 할 거예요.”

 며칠 전 발생한 무차별 폭행 사건과 미숙 씨가 그간 경험했던 차별대우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외국인 이민자의 초기 정착을 위한 도움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들이 소통에서 오는 한국 사회 부적응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첫째로 남편의 역할이 가장 중요해요. 아내가 남편에게 의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길 바라요. 또한 이주민들의 조기정착을 위해 외국인을 위한 기초 교육 프로그램들도 많이 운영되고 있어요. 가까운 주민센터나 시청을 통해 충분히 이와 관련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요. 타국에서 온 아내가 심리 정서적으로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남편이 돼 주세요. 아내가 한국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긍정적이고 안정적인 한국생활을 할 수 있도록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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