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6:50 (토)
분노 다스리기
분노 다스리기
  • 하성재
  • 승인 2019.07.09 2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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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청지기공동체 대표

굿서번트 리더십센터 소장 하성재

 최근 법적으로 처벌을 받게 되면서 줄어들기는 했지만, 종종 `보복 운전`에 관한 기사들을 보게 된다. 자신의 운전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끝없이 경적을 울리거나, 상대방의 진행경로를 가로막는다. 상대의 차량 앞으로 갑작스럽게 끼어들면서 상대를 위협하고, 심지어는 물리적인 공격을 가한다. 우리 사회를 설명했던 백의민족,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 정이 많은 민족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됐다. 인문학자 정지우 역시 그의 책에서 현재의 한국 사회를 `분노 사회`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분노는 여러 부산물을 만들어낸다. 분노가 통제되지 않고 밖으로 표출되기 시작하면 격분이 돼 한 사람을 파괴하고 복수를 하도록 몰아가며, 전쟁이 시작된다. 분노가 내부로 깊이 파고들면 이는 원망이 돼 쓴 뿌리를 낳고, 모멸감, 상해, 학대받은 감정에 대한 불쾌감이 쌓이게 된다.

 분노가 공동체 구성원 각각에게서 관찰될 때, 우리가 택하는 해결방법은 종종 과잉반응이거나 무반응이라는 양극단으로 치우치기 쉽다. 과잉반응이란 분노는 반드시 표출돼야 한다는 잘못된 정보로 인해 분노의 모든 부분을 긍정하고 남에게 강요하는 것이다. 반면에 무반응이란 분노가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것인 양 치부해 마치 분노란 우리 공동체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분노를 제대로 다루기 위해 우리가 염두에 둬야 할 몇 가지 사실이 있다. 분노 자체는 문제도 아니고 핵심 감정도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증상일 뿐이다. 분노를 표출하면 분노가 줄어들기는커녕 더욱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 분노 사용법을 배워야 조절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분노의 책임은 상대방이 아닌 스스로에게 있다.

 분노는 부차적인 감정이다. 이는 더 깊은 내면의 감정의 뿌리에서 나오는 결과물이다. 분노의 뿌리가 되는 더 근원적인 감정들은 주로 두려움, 상처, 좌절이다. 분노가 감지될 때, 폭발적이고 파괴적인 그 겉모습 이면에, 과연 무엇에 대해 두려워하며, 무엇에 의해 상처받고, 무엇에 있어 좌절하는 연약한 모습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이는 분노의 초기 단계에서 스스로를 다스리는 매우 유효한 방법이다.

 분노는 내면의 더 깊은 감정을 위장하는 것으로 드러난 왜곡된 메시지일 뿐이다. 분노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근원적인 감정을 직시하며,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직접적이고 솔직한 메시지를 확인해야 한다.

 분노는 상대를 비난하는 감정이지만, 두려움과 좌절, 상처는 자신의 내면과 관련된 영역이다. 분노로 다른 사람에게 현상의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던 행위가 먼저 스스로 해결 할 수 있는 내면적 문제를 직시하게 한다. 놀랍게도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사람에게, 공동체는 더 손쉽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그렇다면 이미 분노한 구성원을 보면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이미 분노한 사람에게 그것이 왜곡된 메시지라고 말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킨다. 또한 분노가 부차적인 감정이라는 지식이 결코 해결책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오히려 왜 분노가 부차적인 감정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지 상대를 답답하게 생각하며 비난하게 될 수도 있다. 이는 분노의 불길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다.

 이미 분노한 상대방을 보면, 우리는 먼저 분노라는 감정이 표출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괜찮아. 화가 날 수도 있지"하는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 거기에 똑같이 분노로 반응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분노에 분노로 상대하는 것은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것이다. 이는 분노가 상대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임을 이해하면 당연한 일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책임을 튕겨내기 시작하면 그 싸움은 끝이 없다.

 상대를 비난하는 행위인 분노를 누그러뜨리는 효과적인 방법은 표현의 방법을 바꾸는 것이다. 자신의 상태를 중립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상대에게 화가 난다는 표현을 멈추고, 자신이 어떠한 상황인지 제삼자가 묘사하듯 말하는 것이 좋다. 이때 중요한 것은 2인칭 표현을 하지 않는 것이다. `네가` 어떻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혹은 `상황이` 어떠하다는 표현이 서로를 향한 분노를 누그러뜨리는 데 효과적이다.

 감정이 잦아들면 무엇이 분노를 일으켰는지 다시 돌아보고 기록해 보는 것은 매우 좋은 습관이다. 분노한 상태에서는 이성적으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없다. 그러나 그런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기록을 누적해 나간다면, 자신이 무엇에 대해 두려워하고 좌절하고 있는지 행동 패턴을 통해 문제의 근원을 파악할 수 있다.

 리더는 먼저 자신의 분노를 효과적으로 다스리는 법을 익혀야 한다. 자신의 분노를 다스리는 법을 알게 되면, 신기하리만치 공동체의 분노를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왜냐하면 분노는 상대방을 비난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받아치는 분노가 없으면 이미 절반의 효력을 잃는다. 한꺼번에 표출되는 여러 사람의 분노를 동시에 다스리고자 하면 그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그런 상황이 오기 전에 먼저 분노를 다스리는 한 사람이 돼 또 한 사람에게 분노를 다스리는 법을 나누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운 일이다. 공동체에서 감지되는 작은 분노의 표현일지라도 쉽사리 지나치지 말고, 기회로 삼자. 지금부터 분노를 다스리는 일에 의식적으로 힘을 기울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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