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02:38 (토)
고령 운전자의 아름다운 `운전졸업` 위한 배려
고령 운전자의 아름다운 `운전졸업` 위한 배려
  • 김지훈
  • 승인 2019.07.08 19: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산경찰서 교통관리계 경위 김지훈

최근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관내 고령 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 처리를 한 적이 있다. 부처님 오신 날이라 교통특별근무 도중 다급한 무전 소리를 듣고 현장에 도착했는데 당시 눈앞에 벌어진 참혹한 모습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었다.
 

양산 통도사 경내로 진입하던 70대 남성이 몰던 승용차가 갑자기 인도로 돌진해 모녀 2명 사망하고 11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수사 결과 차량 결함이 아닌 고령 운전자 운전미숙으로 밝혀졌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8년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22.1%가 고령 운전자에 의해 발생한 만큼 날이 갈수록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및 사망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이에 따라 정부도 대책을 내놓고 있다.
 

올해부터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75세 이상의 운전자 운전면허 갱신 및 적성검사 주기가 5년에서 3년으로 줄었고 면허 취득, 갱신 전에 인지능력 자가 진단 1시간을 포함해 교통안전교육 2시간을 면허 시장에서 받아야지만 면허 갱신이 이루어진다.
 

또한 고령 운전자들이 자진해서 운전면허증을 반납하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실제 영국 여왕의 부군인 98세의 필립 공이 교통사고를 내서 운전면허증을 반납했고 부산에서는 음식점이나 안경점에서 5~50% 할인을 받을 수 있는 복지카드를 제공하고 있다. 전남은 면허증 자진 반납 시 10만 원의 교통카드를 지급한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하는 경우 대중교통 요금 등을 예산의 범위에서 지원하는 조례 제정, 상업시설 할인 혜택, 지역 화폐, 현금 지급 등 자진 반납에 대한 다양한 지원책이 늘어나고 있다.
 

이 밖에도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고령 운전자 차량에 부착하는 실버마크, `스마일 실버` 제도를 도입했다. 차량 앞쪽에 부착하는 스마일 실버 마크는 고령 운전자와 비고령 운전자가 함께 안전한 운전문화를 선도하는 모습을 정삼각형 모양으로 형상화해 배려와 양보를 통해 모두가 안전한 운전문화를 만들어나가자 하는 의미에서 고안됐다.
 

하지만 1회 성 지원과 적성검사의 주기 단축, 노인 운전을 금기시하는 현재의 정책이 과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 든다. 대도시보다 고령 운전자가 많은 지방 소도시나 읍면 지역은 대체 교통수단이 미비한데 고령자가 직접 운전을 해야 하는 생활환경과 택시, 버스 및 화물차를 운전해 생업에 종사하는 어르신들도 많은데 면허증 자진 반납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결국 고령 운전자에게 강제성을 발휘할 수는 없고, 스스로가 신체 운동능력을 감안한 운전면허증 반납이 있고 지자체들도 이들을 대상으로 실질적인 혜택을 부여, 인지 기능 검사 의무화 등 소극적 대책을 넘어 고령자의 이동권을 보장, 적성검사의 실질화, 사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종합적인 대책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고령 운전자라고 해서 `잠재적 교통사고 피의자`로 색안경을 끼고 사고의 원인이라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사회적 편견이다. 세월이 흐르면 누구나 고령자가 되기 마련인데 도로 위에서 고령 운전자인 약자에게 배려와 양보를 해주는 것도 우리 젊은 세대의 역할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