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30 00:44 (토)
부당해고 당한 청년의 편지
부당해고 당한 청년의 편지
  • 강보금 기자
  • 승인 2019.07.08 1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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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ㆍ배움 잃은 비정규직 청년
유목민처럼 직장 찾아 도시 떠돌아
`갑질` 등 개선된 정착할 도시 많아야

 

 저는 소소한 희망을 안고 회사에 입사한 지 딱 한 달여 만에 직장에서 부당해고를 당한 청년입니다. 구슬땀 흘려 일한 노력의 대가로 받을 월급을 어떻게 저축하고 소비할지 생각하며 하루하루 열심히 일했습니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저는 다시 실직자, 구직자의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해고의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교통비 지원할 돈이 아까우니 가까이 거주하는 사람을 다시 뽑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어렵사리 들어간 직장생활을 하며 마음속에서 작은 희망이 싹트고 있었습니다. 첫째는 저축입니다. 이제껏 키워주시고 저를 사회구성원의 한 명으로서 몫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부모님께 맛있는 밥 한 끼 그리고 작은 선물을 안겨 드리고 싶었습니다.

 뚜렷한 미래 계획도 함께 세우고 있었습니다. 노후 준비를 하기에는 이른 나이지만 저만의 보금자리와 새로운 가정을 꾸려 보고자 알뜰하게 금융지원정책 등도 알아보았습니다. 시에서는 저출산 지원뿐 아니라 만남에서부터 결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지원정책을 만들어나간다고 합니다.

 두번째는 배움입니다. 직장을 선택함에 있어서 다른 것보다 전망을 많이 보았습니다. 각각의 이유로 사람들은 직장에 몸을 담고 일을 합니다. 경제적인 이유일 수도 있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보람이라며 봉사 정신으로 일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제가 성장할 수 있고 제 성장이 탑을 쌓아 나중에 꼭 멋진 별을 볼 수 있는 첨성대처럼 되길 바랐습니다. 

 경남도가 곧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든다는 통계를 보았습니다. 기득권층은 더 길게 일하고 수도 많이 늘어나 청년이 설 자리가 없을 것이라는 걱정도 듭니다. 하지만 융통성 있는 정책을 펼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된 것은 순식간의 일이었습니다. 하루아침에 정규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법정 제재를 교묘하게 피해갈 수 있다는 이유로, 사람보단 돈이라는 철칙을 가진 기업인 이유로 저는 쓰디쓴 고배를 마셔야만 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열정페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아직도?`라는 의문이 들 만큼 오래전부터 문제시됐지만 `여전히` 월급을 못 받으며 일하거나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해 하루하루를 겨우 연명하며 사는 또래 친구들이 많습니다. 이 청년들은 마치 유목민처럼 안정된 직장을 찾아 또는 저렴한 집값의 도시를 찾아, 그래도 놓을 수 없는 희망을 찾아 이 도시 저 도시를 옮겨 다니며 불안한 청춘을 보내고 있습니다.

많은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갑질 문화를 근절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노동자는 `을`이라는 인식으로 인해 불안에 떨어야만 하고, 정책 밖에 내놓은 이방인 같은 존재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몇몇 갑질을 행사하시는 기업체 간부들께 부탁드립니다. 저는 비록 희망이 꺾여 내쫓겼지만, 자신들도 똑같이 겪었을 열정 넘치고 패기 어린 시절을 돌아봐 주십시오. 과거의 그 청년들에게 부당한 짓을 똑같이 행할 수 있는지 생각해 봐 주십시오. 그리고 정책을 만들고 시민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분들께도 부탁드립니다. 청년들이 안주할 수 있는 `일하고 싶은 도시`만이 아니라 `정착하고 싶은 도시`를 만들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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