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23:05 (금)
통념에 빠진 사회를 비웃다
통념에 빠진 사회를 비웃다
  • 경남매일
  • 승인 2019.07.04 1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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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비정규직에

매몰돼 전국이

떠들썩대는 모양새는

별로 좋아보이지 않는다.

'꼭 정규직이어야 한다'는

사고를 비웃는 비정규직이

강자일지 모른다.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받아들이는 생각을 뛰어넘기는 어렵다. 통념이 대체로 진리인양하면서 보통 사람들의 생각을 지배한다.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라`는 말은 앞뒤로 재 봐도 틀린 구석은 없다. 최선을 다하는데 누가 나무라겠는가. 그렇지만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면 아무 일도 못할 수 있다. 이 일 저 일 최선을 다하다 보면 시간에 몰려 진짜 중요한 일을 놓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평안한 삶을 원하지만 너무 평안한 삶에 놓이면 인생이 따분해진다. 스티븐 코비는 `가장 큰 위험은 위험 없는 삶이다`고 했다.

 학교 비정규직의 총파업이 전국을 뒤덮고 있다. 파업 첫날 급식 대란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눈물 젖은 도시락 이야기나 빵과 우유를 먹었다는 아쉬운 소리가 꼬리를 물고 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는 비정규직 철폐와 차별 해소, 처우 개선을 촉구하며 일터에 가지 않았다. 정규직은 비정규직의 설움을 모른다. 가진 자는 못 가진 자를 온전히 알 수가 없다. 한 회사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근무하면 상대적으로 비정규직은 소외받기 십상이다. 같은 일을 하고도 정규직 임금의 절반이나 70퍼센트를 받는다면 분통이 터지는 건 당연하다. 흔한 갑질에 상처를 입으면 비정규직은 눈물을 삼켜야 한다. 지금 학교 비정규직이 학부모들의 우려하는 목소리를 들으면서도 거리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목소리를 더 높인다.

 사회에서 상대적인 약자는 무조건 보호받아야 하는가. 우리 통념은 `그렇다`는데 무게가 실린다. 약자의 목소리는 조건 없이 받아들여져야 선진 사회라 할 수 있다. 비정규직 노조는 현 정부 임기 내 정규직 임금의 80% 실현을 바라고 있다. 현 정부에서 학교 비정규직을 무기 계약직으로 바꿨다. 말이 비정규직이지 근무 형태는 정규직과 거의 같다. 실제 임금은 차이가 난다. 지금 학교 비정규직 노조는 정규직과 같기를 바란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하는 자체가 `고약한 사회`의 얼굴일 수 있다. 학교 비정규직은 앞 정부에서 편 교육 정책에 따라 채용된 사람들이다. 피교육생들에게 더 나은 교육환경을 주기 위해 희생할 사람은 없다.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하고 정당한 직책이 주어져야 한다. 이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줘야 하지만 우리 사회가 모든 요구에 응답하다가는 공동체가 허물어질지 모른다.

 `약자는 무조건 보호받아야 한다.`통념이다. 우리 사회에는 강자와 약자가 없다. 약자와 강자는 환경에 따라 뒤바뀌기도 하고 영원한 강자라고 뻐기는 사람도 하루아침에 추락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특정 상황에서 힘을 쓰면 강자이고 수세에 몰리면 약자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구분은 계약조건을 따를 뿐이다. 근로 형태는 일을 시작할 때 결정되는 것이고 근로 형태가 처음에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근로계약서에 사인을 하면 안 된다. 첫 근로조건에 따라 일을 하다 뒤늦게 내가 상대적으로 손해를 본다고 여겨지면 사용자에게 더 나은 근로조건을 요구할 수 있고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근무지를 떠나면 그뿐이다. 거대한 힘을 만들어 무조건 수용하라는 엄포에 국가나 사회의 기반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회사가 부도 직전의 벼랑 끝에 섰는데도 자기 요구만 하는 노조는 회사를 낭떠러지로 내몬다. 노조는 무조건 사용자와 척을 져야한다는 통념에 몰입한 경우다.

 자기의 요구를 표출하는 건 자연스럽다. 특히 집단이 요구를 뿜어내면 효과는 뛰어나다. 옳고 그름을 떠나 집단이 요구를 표출할 때 개인은 대체로 대세에 따른다. 밑져야 본전이기 때문이다. 시간을 들인 만큼 돈이 벌린다는 생각은 순진한 통념이다. 노동 대비 임금이 정비례하지 않은 지 오래다. 직종에 따라 찔끔 일하고 고액을 받는 사람은 주위에 깔렸다. 정규직 비정규직에 매몰돼 전국이 떠들썩대는 모양새는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 `꼭 정규직이어야 한다`는 사고를 비웃는 비정규직이 강자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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