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사회에 살고 있는 우체국 집배원
과로사회에 살고 있는 우체국 집배원
  • 김용락 기자
  • 승인 2019.07.02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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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기자 김용락
사회부 기자 김용락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워라밸이 대두되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과로 사회다. 최저임금을 올리고 주 52시간 제한을 뒀지만 더 많은 돈을 모으기 위해 부업을 구한 40대 여성. 하루 업무를 마치지 못했음에도 퇴근해 집에서 일을 보는 30대 남성. 2019년 대한민국 직장인 대부분은 일 위에 일상을 둘 수 없는 처지다.

 정부 또한 워라밸을 강조하고 있지만 공무원 조직 내 야근은 끊이지 않는다. 집배원은 그중에서도 업무 강도가 강하기로 유명하다.

 지긋지긋한 과로 사회에 대한 집배원들의 분노 표출이 오는 9일로 예고됐다. 이날까지 노사 간 조정이 실패할 시 우정노조는 1958년 출범 이후 61년 만의 첫 파업에 돌입하게 된다. 지난달 25일 진행된 총파업 찬반투표는 93% 찬성으로 가결됐다. 찬반투표는 과반수만 넘어도 통과다.

 노조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집배원들의 연간 노동시간은 2천745시간에 이른다. 일반 임금노동자 연간 노동 시간인 2천52시간보다 693시간 많다. 하루 8시간 근무한다고 하면 평균 87일 더 일한 수치다.

 올해만 9명의 집배원이 숨졌다. 지난달 19일 충남 당진 우체국 소속 40대 집배원 A 씨가 자택에서 뇌출혈로 숨진 채 발견됐다. A 씨는 그동안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8시에 퇴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진 우체국 집배원 1인당 하루 평균 배달 물량은 일반 우편물 813통, 등기ㆍ택배 130개에 달한다. 지난 5월 13일에는 충남 공주 우체국 소속 30대 집배원 B 씨는 "피곤하다"라며 일찍 잠들었다가 심장마비로 돌연사했다. 전날인 5월 12일에는 의정부 소속 50대 집배원 C 씨와 보령 오천 우체국 40대 집배원 D 씨가 각 심장마비와 백혈병으로 숨졌다.

 지난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116명의 집배원이 사망했다. 이들 중 근무 중 교통사고는 45명, 뇌 심혈관 질환과 암 등 질병은 99명,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도 23명에 이르렀다. 뇌출혈, 심장마비 등 뇌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과로사가 눈에 띈다. 과로사는 의학적 병명이 아닌 사회적으로 규명된 명칭이다. 과로사는 일반 산업재해와 다르다. 산재는 불시에 발생하는 사고지만 과로사는 천천히, 노동자에게 잠식하다 어느 순간 터진다. 예방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과로는 노동 강도가 세고 위험한 상황에 노출될수록 치명적이다. 지난 2017년 한국노동연구원에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업무 시 사고를 경험한 집배원은 93%에 달한다. 비가 오는 날에도 오토바이를 운전하며 골목을 누벼야 하는 직업 특징상 과로는 사고와 직결되고 있다.

 집배원들이 과로에 노출된 이유는 겸배(兼配)에 있다. 각 도시 우체국마다 하루 할당량이 정해져 있고, 집배원 한 명이 빠질 경우, 다른 동료들이 그 몫을 나눠서 전달해야 한다. 인력이 부족해 분배되는 양도 10~20%에 달한다. 이런 실정에 집배원들은 휴가 쓰는 것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토요 근무도 부담이다. 택배 수령자들은 주말을 거치지 않는 배송에 만족하지만 집배원들은 토요일에도 고된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우정노조는 집배원 2천 명 이상 증원과 토요 집배 업무를 완전히 없앤 주 5일 근로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일 진행한 쟁의 조정 회의 결과, 조정 기간을 오는 5일로 연장하기로 했다. 만일 협상이 진전이 없을 경우, 오는 9일 규정상 전체 집배원 가운데 25%만 파업에 참여 가능해 집배원 1만 3천여 명이 파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정사업본부 측은 집배원 증원은 예산 부족과 국회 심의 사안이란 이유로 받아들이기 힘들고, 토요일 업무 폐지도 시민 생활 불편을 이유로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7월 2일 문재인 대통령은 수석 보좌관회의 모두 발언에서 "주 52시간 근무제는 `과로 사회`에서 벗어나 나를 찾고 가족과 함께 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 말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과중한 업무로 인한 감기 몸살로 4일 만에 업무에 복귀했다.

 그러고 1년이 지났다. 주 52시간 근무는 정답이 아닌 풀이 과정이란 평가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과로 사회다.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정부의 노력은 불안 속에서 갈등을 겪고 있다. 9일 택배 대란까지는 1주일도 남지 않았다.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우정사업본부 내에서 흑자를 내고 있는 금융 사업의 수익을 우편사업으로 전환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노사 간 합의에 정부와 국회의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모두가 힘을 합쳐 공공업무부터 과로 없는 노동을 실천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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