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02:00 (금)
"축산업은 변함없이 농가 경제의 한 축임을 믿고 일하죠"
"축산업은 변함없이 농가 경제의 한 축임을 믿고 일하죠"
  • 김영신 기자
  • 승인 2019.06.30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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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사람 민형규 농촌지도관 (산청군농업기술센터)

토착 미생물 선발ㆍ특허출원
30여년 지역 축산업 발전 온 힘
초식가축 조사료 안정 공급 노력
도 축산분야 최고지도장 선정
공직복무 대통령 표창 등 수상

 산청군농업기술센터 민형규 농촌지도관(54)이 최근 산청지역에서 토착 미생물을 선발, 특허출원해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민 지도관은 지난 1987년 농촌지도직 공무원으로 출발, 30여 년을 지역 축산업 발전을 위해 온 힘을 다한 인물. 그는 농촌지도사업을 담당하면서 예나 지금이나 농가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것이 `축산업`이라 믿고 있다.

 고교 축산과를 졸업, 대학에서 축산관련 학과를 전공한 민 지도관은 공직자로서 축산관련 업무를 담당하면서 지역 축산업 등 농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보급하는 데 온 힘을 다하고 있다.

 그는 육체적으로 힘은 들지만 그동안 담당지도관의 말을 믿고 따라준 지역 축산농가들이 있는 탓에 많은 보람을 느끼며 지금도 농촌지도사업에 전력하고 있다.

 민 지도관은 축산농가 소득증대와 새로운 기술 개발 보급에 전력한 결과물들을 지식재산권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특히, 초식가축 주 사료원인 조사료의 안정적인 공급 확대를 위해 힘쓰고 있다.

 특히 그는 지난 2005년부터 조사료 생산 장비지원과 연결체 결성을 통해 18개 조사료 생산 영농조합법인에서 연 800여㏊의 국내산 사료작물을 재배해 지역 양축농가 조사료 자급률을 90% 수준까지 높였다.

 민 지도관은 지역 축산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공로로 `경남도 축산분야 최고지도장`(2002년) 선정, 공직복무 유공 대통령 표창(2010년), 농촌진흥청의 `한국농업기술보급대상`(2016년) 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그를 만나 토착미생물 관련 특허출원 추진 배경과 의의, 앞으로 지역 축산업 발전을 위해 나가야 할 방향 등을 들어 봤다.

트렉트 일관 장비를 이용해 옥수수를 수확하는 모습.
트렉트 일관 장비를 이용해 옥수수를 수확하는 모습.

 △우리나라 대표적인 사료작물이 있다면.

 "우리나라 대표 사료작물은 옥수수가 있지만 동계 사료작물로는 양질의 사료자원으로 평가받는 이탈리안라이그라스가 있다.

 도입종은 평야지에서는 재배가 가능하지만 산청북부 등 중ㆍ산간지역에서는 월동에 문제가 있어 봄에 입모율이 낮아 농가가 좋은 줄 알면서도 재배를 기피하는 경향이 많았다.

 군은 90년대 후반 국립축산과학원이 내한성 이탈리안라이그라스를 개발할 때부터 남ㆍ북부지역에 시범포를 지속적으로 운영, 농가들이 이탈리안라이그라스 재배에 대한 두려움을 없앴다.

 현재 군에는 동계작물 재배면적의 80여%가 이탈리안라이그라스를 재배해 국산 사료작물 자급률은 90% 이상이다. 특히 `곤포사일리지 품질경연대회`에 지역 사일리지가 수 회에 걸쳐 우수상을 받았다."

 △초식가축 조사료 자급 필요성 강조 이유는.

 "초식가축 주사료원인 조사료 국내산 자급률은 80여%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하지만 이중 사료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볏짚, 보리짚 등이 45여%로 양질의 국내산 조사료 생산 확대가 절실하다.

 축산업 파동을 겪을 때마다 사료자원의 자급자족이 있어야만 생산비 절감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 나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초식가축의 경우 조사료 자원만 충분히 확보되면 경영비를 대폭 절감, 다른 산업보다 상대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는 탓에 지역에서 재배 가능한 초종 도입에 전력했다.

 사료작물 중 단연 으뜸은 옥수수가 자리를 차지하지만 축산농가 고령화와 사료작물 재배포장 축소 탓에 옥수수 엔실리지 생산 이용이 많이 줄어 든 처지다.

 최근 들어 옥수수 수확 전용 장비 보급으로 말미암아 수확, 조제 이용에 기계화 작업이 가능해져 축산농가들이 점차 옥수수 엔실리지 생산에 동참하고 있다.

 또 쌀 생산 과잉에 따른 벼 대체작목 재배에 사료작물이 포함되면서 여름철 사료작물로 옥수수 이용가치가 인정돼 옥수수 사일리지 이용을 위한 기술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도 바람직한 부분으로 작용하고 있다.

 옥수수는 다른 작물보다 기계화가 잘 돼 있으며 사일리지로 조제했을 때 사료적 가치가 매우 우수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따라서 군은 농업기술센터(이하 센터)를 중심으로 경상대학교 한우산학연협력단(이하 협력단)과 연계, 국내산 옥수수 신품종 확대 재배를 위해 지속적인 연시회를 개최하고 옥수수 사일리지 품질 향상에 전력하고 있다."

민형규 지도관이 오부면 실험포장에서 옥수수 수량 조사를 하고 있다.
민형규 지도관이 오부면 실험포장에서 옥수수 수량 조사를 하고 있다.

 △토착미생물 관련 특허출원 추진 배경은.

 "옥수수 사일리지는 사료작물로서 매우 우수하지만 사일리지 제조 과정에서 부주의 탓에 유해균이 증식해 사료적 가치를 떨어뜨리고 가축 생산성도 저해시킨다.

 그 대표적인 예가 곰팡이 독소이다. 곰팡이 독소는 사일리지 제조 과정 중 오염물질 유입 또는 부적절한 제조로 말미암아 곰팡이 성장 등에 의해 발생한다.

 이러한 사일리지를 가축에 급여하면 사료 섭취량 저하, 대사성 장애는 물론 심하면 가축이 폐사에 이르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사일리지 품질 개선을 위한 여러가지 연구와 노력들이 있었지만 곰팡이 성장을 억제하기 위한 유용 미생물 탐색에 대한 연구가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센터와 협력단이 옥수수 사일리지 제조 때 곰팡이 성장을 억제할 수 있는 유용한 미생물을 탐색하고 선발한 것은 옥수수 사일리지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축산농가의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으로 사일로 개봉 후에도 사일리지를 장기간 급여하는 과정에서 호기성 미생물에 의한 사일리지 부패로 사료비 손실과 가축 생산성이 저하되고 있다.

 따라서 사일로 개봉 후 저장성 증진을 위한 첨가제 개발 보급이 필요한 시점이다."

 △토착미생물 연구 과정과 결과물은.

 "센터와 협력단은 유용 미생물 선발을 위해 지역 8개 농장에서 제조된 옥수수 사일리지를 채취, 유산균의 황진균 활성에 영향을 미치는 25종의 유산균을 분리했다. 이중 활성도가 높은 6개를 1차 선발해 2ㆍ3차 활성도 시험을 통해 최종 2개 유산균을 선발했다.

 이를 활용해 옥수수 사일리지를 조제한 결과 조섬유의 반추위 내 소화율이 증가했다. 이는 미생물이 발효되면서 섬유소 분해효소를 분비해 섬유소 함량이 낮아짐에 따라 소화율이 증가한 것으로 보여진다.

 부가적으로 미생물이 발효하면서 천연항균물질인 아세틱산을 생성, 곰팡이균의 일종인 효모균 성장이 저해돼 사일리지 안정성이 개선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특허출원에 남아 있는 과제가 있다면.

 "협력단과 공동으로 미생물을 선발했으나 특허출원에 따른 비용 부분이 문제가 됐다. 사업비 2천만 원으로 사업비 편성을 다 마친 상태에서 특허출원에 따른 수수료가 부가적으로 발생해 다른 사업 부분에서 대폭 축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축소되는 사업 부분은 자신이 직접 작업을 추진하고 자료 수집과 함께 시험포 재배농가 협조를 구해 어렵게 특허출원을 했다. 특허등록 결정이 나면 다시 등록비를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또 미생물을 증식 배양해 지역농가에 성공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숙제도 해결해야 한다.

 다른지역에서는 하지 못하는 채종포를 운영, 사료작물 재배를 원하는 양축농가의 문제점을 해결한 일은 정말 보람으로 남는다.

 조사료 연결체 사업 확대와 조사료 재배단지 조성으로 청보리 재배에 따른 수요가 일시적으로 급성장한 지난 2006년부터 사료작물 재배용 청보리 종자가 공급되지 못해 농가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을 때 청보리 종자 채종포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 종자 확보가 어려운 탓에 지역농협, 도청 양정부서와 수차례 협의해 정부 수매창고에 보관된 수매곡을 일부 종자용으로 전환 공급한 일이 정말 힘들고 어려웠던 일로 기억된다.

 정부 수매창고를 개방해 종자용으로 공급한 전례가 없다는 이야기부터 공급 후 재배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을 질것인가 하는 문제까지 산 넘어 산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힘들었다.

 이러한 종자 수급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국립식량과학원과 연계, 산청읍에 직접 채종포를 설치해 2007년 27t, 2008년 45t의 청보리 재배용 종자를 생산지역 농가에 성공적으로 공급했다."

오부면 실험포장에서 저울을 이용해 옥수수 생산량을 조사하는 민 지도관.
오부면 실험포장에서 저울을 이용해 옥수수 생산량을 조사하는 민 지도관.

 △국내산 옥수수 재배면적 확대 추진 사업과 결과물은.

 "센터는 국립식량과학원이 개발 보급한 광평옥 종자를 활용한 국내산 옥수수 재배면적 확대를 위해 품종 비교전시포와 관찰포를 2000년대 초반부터 운영했다.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수입산 종자를 국내산으로 대체하고 국립식량과학원, 협력단과 연계해 옥수수 사일리지 조제 연시회 개최를 통해 국산 옥수수 우수성을 입증했다.

 이에 센터는 경남지역 최초로 옥수수 일괄수확 전용 장비를 지난 2012년 보급 완료하고 군 특수사업으로 매년 20㏊의 옥수수 재배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해 재배면적 확대에 힘쓰고 있다.

 지역 사료작물 재배 작부체계 개선을 위해 지난 2015년부터 3년간 국립식량과학원 연구개발과제 공모사업인 `조사료 생산 불리지역 맞춤형 연중 생산체계 구축` 사업을 추진, 중ㆍ산간지역에 적합한 2년 5기작 조사료 작부체계를 개발 완성했다.

 쌀 생산 과잉에 따른 벼 대체작목으로 사료용 벼를 활용한 총체벼 재배를 통해 쌀 생산량을 조정에 동참하고 사료자원 확보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지난 2016~2019년까지 서울대학교와 협동연구사업으로 지역에서 사료용 벼를 활용한 브랜드육 개발과제를 추진, 국내 최초로 지역에서 생산한 총체벼를 지역 한우 16두를 대상으로 사양시험을 시행했다.

 한우에 대한 사료용 벼의 사양관리 프로그램을 완료해 향후 총체벼 활용방안을 제시하고 현재 사료용 벼를 먹인 브랜드육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제가 완료되면 쌀 생산 조정제에서 논의, 기본형상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쌀 생산량을 조절하고 비상 때 사료용 벼를 식량으로 전환할 기틀을 만들 수 있다. 아울러 벼의 효율적인 이용 방법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국립식량과학원이 신품종으로 개발한 다청옥과 신황옥 2호를 단성지역에서 시범재배하는 등 옥수수 사일리지의 품질 향상을 통한 축산농가 소득증대를 위해 지역에서 생산한 옥수수 사일리지에서 경제성을 입증할 유용미생물을 선발했다.

 이를 농가에 공급고자 20여 종의 미생물을 분리 동정해 이중 사일리지 품질 향상에 영향을 미치는 2종의 미생물을 선발해 특허출원 했다."

 △지역 축산업이 나가야 할 길은.

 "90년대 중반 한우 파동을 겪으면서 한우 고급육 생산에 거세가 필수적인 탓에 직접 한우 사육농가를 방문해 유ㆍ무혈거세를 했다.

 산청 흑돼지를 차별화 발전시키고자 혈통정립사업, 흑돼지 인공수정사업을 추진했다. 당시 한우농가가 1천600여 호를 넘었고 양돈농가도 700여 호를 넘어 축산 담당지도사로서 행복한 시절이었다.

 현재 군 한우는 671호에 1만 1천368두, 젖소 10호 1천184두로 감소했다. 농업인구 고령화 탓에 주변에서 점차 축산농가가 감소하는 현실이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군내 대부분 지역 마을에는 돼지가 한 마리도 없고 소를 한 마리도 키우지 않는 마을이 있다. 소를 키운다 해도 마을 전체를 보면 소를 키우지 않는 가구가 더 많은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그래도 농촌에서 환금성이 높은 것이 축산업이다. 한우 몇 마리는 조금만 손이 돌아가면 쉽게 키울 수 있지만 이러한 기반이 점차 무너지고 있어 정말 안타깝기만 하다.

 귀농ㆍ귀촌이 대세라고 하지만 이들이 농촌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농업소득이 있어야 하는데 축산업 보다 더 좋은 게 없다.

 소규모, 부업 규모의 축산업이 활성화되면 가족농이 부활되고 농가경제 활성화로 농촌에 활력이 넘칠 것이다. 이를 보고 새로운 집단들이 군으로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현재 지역에 정착하고 있는 농업인, 축산인들도 적정 규모를 유지해 나가면서 축산업이 직장으로서 생업 수단으로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축산농가들도 지역민과 서로 상생하면서 주변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축산업, 후계 세대에게 지속가능한 가업으로 물려줄 수 있는 축산업 운영을 위해 차단방역과 환경개선 등이 선행돼야 한다.

 이를 통해 축산업이 질병과 환경 오염원이 아니라는 인식을 지역민이 가질 수 있도록 좀 더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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