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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젊은이의 워라밸
우리 시대 젊은이의 워라밸
  • 심인선
  • 승인 2019.06.30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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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심인선
경남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심인선

기성세대와 취업 조건 달라 갈등
변화하는 트렌드 이해ㆍ공감 필요

우리시대는 과거 개발중심의 사회와 비교하여 여러모로 달라지고 있다. 특히 젊은이가 생각하는 일터와 삶에 대한 생각은 지금 의사결정권을 가졌다 할 수 있는 50대 60대 사고와 많이 다르다. 이를 알지 못하고 인정하지 않으면 서로를 이해하지도 소통하지도 못하는 이상한 사회가 될 것이다.

 해마다 발간되는 트렌드 코리아에서 주목한 2018년도 키워드 중 하나는 `워라밸`로, 이미 알고 있는 것 처럼 `일과 삶의 균형(Work-and-life balance)` 이라는 영어의 줄임말이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보다 스스로의 생활을 더 소중히 여기는 가치가 중요해지면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직장인의 상(像)이 생겨났다. 직장생활에서 다른 사람, 특히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는 소위 `칼퇴`는 기본이고, 어쩌면 직장 생활은 더 소중한 취미 생활을 이어나가기 위한 방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다른 키워드는 `소확행`이라 해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것도 젊은이들의 새로운 문화이자 생각이라 했다. 평범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고자 하는 움직임은 돈을 모으기보다 여행이나 취미 등 현재의 개인 삶을 만끽하게 된다 했다.

 이와 같은 두 개의 키워드는 작년에 발표한 내용이지만, 청년들의 일찾기 측면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최근 필자가 특성화고등학교 졸업생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면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젊은이들과 취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그 내용 중 몇몇은 바뀐 시대를 피부에 와 닿게 했다. 직장에 처음 들어간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은 취직을 하더라도 상사와의 관계가 매우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상사의 일을 가르치는 방식과 표현의 다름이 혼내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직장생활을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몰고 가기도 한다고 했다. 대기업이 인지도와 높은 임금을 주기 때문에 최상의 취업처라 했지만, 이와 같은 기업을 선호하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주말에 쉴 수 있고, 야근을 안하고, 연차 같은 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회사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심지어 이 환경과 조건은 임금을 우선하기도 한다고까지 했다.

 기성세대들은 근무조건 즉 복지환경이 그리 좋지 않더라도 우선 취업이 중요하고, 경력을 쌓고 다음 단계나 좋은 조건의 회사로 갈 수 있다고 한다. 직장상사의 가르침은 일을 잘 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이고, 본인 잘 되라고 하는 말이라고 한다. 하지만, 젊은이들은 그것이 좋은 것을 위한 기다림이나 교육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꺾고 원하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하게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좋은 회사에서 높은 연봉을 받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 적절한 근로시간과 월급으로 자신의 삶을 누리는 것이 행복이라고 느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통계청의 사회조사에서도 나타나는데, 일과 가정생활 중 어떤 것이 우선인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경남지역 응답자들은 일을 우선시 한다는 응답이 2011년도에 53.2%였던 것에서 2017년도는 38.0%로 15.2%p가 낮아졌고, 상대적으로 가정의 일이 우선이라고 응답한 경우가 2011년 13.3%에서 2017년 15.4%로 2,1%p 높아졌다. 같은 기간 일과 가정을 둘 다 비슷하게 생각한다가 33.5%에서 46.5%로 13%p로 증가하여 일과 가정을 균형있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대로 여전히 기성세대의 인식은 젊은이의 균형있는 삶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젊은이들로 하여금 결혼과 자신의 삶을 동시에 해 나간다기 보다 선택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일을 하고 있는 여성은 일하면서 양육과 가사에 시달리다보니 일을 그만두거나, 자녀출산을 포기하기 까지 하는 것이다. 경남지역의 기혼여성 중 경력단절여성은 5명 중 1명인 19.8%로, 경력단절 사유는 육아 32.1%, 임신출산 24.7%으로 56.8%를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사회와 일터에서 가정생활의 중요성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좌절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또한, 경남지역의 결혼에 관한 긍정적인 견해가 2008년도에는 70.9%였던 것이 2018년도에는 49.4%로 10년만에 무려 21.5%p로 떨어졌고, 2018년도 조사에서 여성응답자의 반이 안되는 45.8%만이 결혼에 관해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이와 같이 지금은 변해가는 시대다. 이제 젊은이들의 눈높이가 어딘지, 그렇다면 기성세대 내지 의사결정권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숙제가 남아있다. 젊은이는 본인들만을 위해 결혼과 출산을 미루고, 눈높이 취업을 안 하며, 한 직장에 오래 머물지 못한다는 등 부정적인 견해로 젊은이의 태도를 몰아갈 것이 아니라, 젊은이의 변해가는 트렌드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것이 우선이다. 서로의 생각을 맞춰가는 일에 기꺼이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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