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5:57 (토)
“학교 달라지면 부적응 학생 문제 스스로 해결할 수 있죠”
“학교 달라지면 부적응 학생 문제 스스로 해결할 수 있죠”
  • 김정련 기자
  • 승인 2019.06.27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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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사람 이한준 이사(숲교육 사회적협동조합)
이한준 숲교육 사회적협동조합 이사는 “‘공교육에 대한 대안적 모델’이라는 인식이 공유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이한준 숲교육 사회적협동조합 이사는 “‘공교육에 대한 대안적 모델’이라는 인식이 공유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내년 3월 김해사 경남 첫 민간위탁형 학교 개교

학교운영 지속성 담보, 대안성은 민간에서

국어ㆍ사회 일반학교 50%, 그 외 대안교과 중심

사협 교장후보 위한 개방형 교장공모 통해 선임

기초지식ㆍ문화예술 소양 갖춘 자립 인간 양성

 지난 2016년 교육부는 5개 권역마다 공립 대안학교를 1개씩 세우겠다며 각 시도교육청을 상대로 민간위탁형 공립 대안학교 설립운영계획을 공모했다. 김해시는 제5권역인 부산시울산시경남도교육청 소속으로 이에 김해 시민단체들은 공립 대안학교 유치를 위해 김해대안학교추진단을 구성 후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그 결과 김해시는 맞춤형 자율학습 교육 기회 제공을 위한 민간위탁형 공립 대안학교 설립 사업 참여지역으로 선정됐다.

 애초에 대안학교는 공교육의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학습자 중심의 자율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만들어진 종래의 학교 교육과는 다른 학교의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만들어졌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에 크게 확산된 대안학교는 일반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문제아가 가는 학교로 인식되어져 왔다.

 김해대안교육 사회적협동조합 이한준 이사를 만나 민간위탁 공립대안학교 설립의 의미와 방향성을 짚어봤다.

 △민간이 운영하는 공립대안학교는 타 대안학교와 어떻게 다른가?= 기존의 공립대안학교는 대안교육적인 성격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문제 제기를 받아왔다.

 사립 대안학교 또는 학력 인정이 되지 않는 비인가 대안학교는 학교 운영의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 그 때문에 학부모의 부담이 과중이 돼 ‘귀족학교’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민간위탁형 공립 대안학교는 민간이 가지고 있는 대안교육의 전문성을 공립학교에 적용함으로써 대안성도 확보하고 학교 운영의 안정성도 확보하겠다는 취지에서 추진된 일종의 시법사업의 성격이라 볼 수 있다. 교육과정의 특징으로는 대부분의 인가권의 대안학교들이 일반교과:대안교과 비율을 50:50 정도로 운영하는데 비해 김해대안고등학교는 법적 의무에 해당하는 국어, 사회과만 일반학교의 50%를 운영하고 나머지 교과들은 대안교과를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편성하고자 한다. 교육 내용 및 방법의 다양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런 생각을 교육과정에 담아내고자 노력해왔다.

 △김해대안고교 교장후보선임위원회를 통해 학교 교장을 선출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전국의 5개 학교 중 4개의 학교는 민간운영자가 개인이다. 김해만 유일하게 개인이 아닌 단체(법인)가 민간운영자로 선정됐다. 다른 4개의 학교는 선정된 민간운영자가 바로 교장을 맡게 되나 김해는 민간운영자가 단체이기 때문에 교장을 따로 선출해야한다. 처음 계획 때부터 김해대안고등학교의 교장은 개방형공모교장으로 채용하겠다고 정했다. 교장후보선임위원회는 최종적으로 오는 10월에 추진될 예정인 경남도교육청의 개방형교장공모에 제출할 김해대안교육 사협의 교장후보를 공정한 절차에 의해서 선임하고자 위원회를 구성했다. 구체적으로는 지난 20일까지 교장후보 접수를 마감했으며 25일 면접대상자를 발표했으며 오는 28일 심층면접 및 공청회를 열어 30일 선정자 발표를 진행한다.

 △김해대안학교추진을 위해 사업계획서를 제출할 당시에만 해도 김해대안학교추진단의 소속이었는데 이후 사회적협동조합을 구성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김해대안학교추진단’은 김해에 대안학교가 설립되기를 바라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구성된 단체다. 현직 교사, 대안교육 활동가, 교육운동가, 정치인, 학자, 시민사회 등이 모여 논의하는 가운데 ‘한 아이를 기르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의 속담과 같이, ‘마을교육공동체가 이 학교를 품어내자’는 합의에 이르렀다. 마을이 학교의 주인(운영 주체)가 되고, 학생들이, 학부모가, 교사가 실제로 민주적으로 학교의 운영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민간운영자인 ‘김해대안학교추진단’이 학생, 학부모, 교사, 마을로 구성된 사회적협동조합이 돼야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또한, 국내에는 학교와 협동조합이 ‘학교협동조합’이라는 형태로 구현돼 매점, 교복 등 협동조합 교육 및 실천의 기능을 하고 있는데, 세계적인 흐름에서 보면 ‘협동조합학교’가 그 원형이라 볼 수 있다. 협동조합학교는 말 그대로 협동조합의 방식으로 설립되는 학교인데, 국내에서는 아직 제도적인 한계로 불가능하지만 민간위탁형 공립학교의 민간운영자가 사협이 됨으로써, 협동조합형 학교의 시범적인 모델을 구현해볼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대안학교가 학교부적응 학생을 위한 학교로 인식되고 있다. 교육부 공모에도 학교 부적응 학생을 수용하기 위함이라 명시 돼 있다. 이런 시선에는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나?= 학교부적응학생이라는 말은 사실은 잘못된 표현이다. 학교라는 기준에 학생이 부적응해서 생기는 현상이 아니라, 다양한 개별 학생에 적응하지 못한 학교 때문에 생겨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학교부적응학생을 위한 학교는 학교부적응학생이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떤 방식, 어떤 내용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학생부적응학교가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기에 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다르게 가르쳐야 한다는 접근이 이루어지는 게 맞다. 학교가 달라지면 학교부적응학생의 문제도 해소될 수 있다고 믿는다. 특정한 대상으로서의 학교부적응학생을 위한 학교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학교를 만들면 되는 것이다.

 △김해대안학교는 어떤 학생들을 모집하는가?= 우선, 총 3개 반 45명을 모집한다.

 교육부에 제출한 서류 기준으로 보면 입학정원 전체를 학교부적응학생으로 모집한다. 다만 학교부적응학생은 △ 저소득가정, 결손가정, 가정불화 등의 문제로 학업을 중단한 학생 △ 학교폭력, 차별, 학습부진 등의 문제로 학업을 중단한 학생 △ 입시 위주의 교육을 탈피하여 대안교과과정 이수를 원하는 학생 △ 외국유학을 한 자로 대안교육을 원하는 자로 명시되어 있고 심층 면접을 통해 학생의 학습의지를 파악해 입학 여부를 결정하도록 한다. 김해대안학교가 가지는 교육 목표와 철학은 무엇인가?

 김해대안학교의 교육목표를 ‘생태공동체적 세계관 위에서 기초 지식과 문화예술적 소양을 갖춘 자립적 인간 양성’으로 정했다. 너무도 당연하고 하나도 특색 있어 보이지 않는 내용일 수 있으나, 모두를 위한 학교가 당연히 지향해야 할 가치라고 생각한다. 개인주의, 물질주의가 지배적인 현대 사회에 공동체적 가치와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자립적 인간을 양성하는 것이 교육기관의 소명이 아닐까. 이를 위해 기초 지식 교과, 생태공동체 교과, 자립진로 교과, 문화예술 교과 등 4개의 교과군으로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있다.

 교육 중점 하나하나가 매우 소중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삶과 유리된 과잉 지식을 추구하지 않으며, 필요한 기초 지식은 충실히 익힌다’는 교육 중점을 가치 있게 본다.

 △대안학교를 부정적으로 바라본 시민들이 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싶은 말은?=

 “대안학교 설립이 추진되는 지역마다 반대 측은 대안학교를 ‘혐오시설’로 매도하고, 찬성 측은 반대하는 사람들을 전형적인 ‘님비현상’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애초에 우리 교육이 가진 문제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왜 이런 대안학교가 필요한지를 정확히 설명하고 함께 논의했다면 생길 필요가 없었던 갈등이다.

 이런 갈등 속에서 가장 큰 피해를 받고 있는 사람은 우리 아이들이다. 당장 내 아이가 대안학교로 진학했다고 말하면 “네 아이에게 무슨 문제가 있어서?”라는 질문이 돌아온다. 이런 부정적인 선입견 때문에 대안학교는 생각도 하지 못하고 매일매일 자신의 창의성과 개성을 죽이며 살아가는 아이들도 많이 있다.

 대안학교에 대한 바른 인식을 위한, 이미지 개선을 위한 노력들이 필요하다. 대안학교, 대안교육에 대한 논의가 사회 여기저기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교육부가 앞장서서 대안학교를 ‘다양한 학교’로 인식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대안학교 하면 “그래, 그런 학교도 필요하지”라는 말이 아니라, 모든 학교들이 이렇게 바뀌기를 바라는 ‘공교육에 대한 대안적 모델’이라는 인식이 공유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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