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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경남 공공병원 설립 도지사는 응답하라
서부경남 공공병원 설립 도지사는 응답하라
  • 이대근 기자
  • 승인 2019.06.27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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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부 부국장 이대근
지방자치부 부국장 이대근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속담이 있다. 이 말의 속뜻과는 다르지만 `병원 가는 날이 장날` 또는 `장날 나간 김에 병원 간다`는 말은 우리 지역 의료 이용 실태를 잘 나타낸다. 버스 타고 한 시간 와서 접수하고 또 한 시간 기다려서 3~5분 진료받고, 한 시간 걸려 돌아간다. 긴급한 상황에서 대도시 살면 살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목숨 잃는 사례도 종종 있다. 그래서 `나이 들면 병원 옆에 살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런 말들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라 각종 의료 지표에서 증명된다. 경남도민의 심장질환 사망률은 2014년 이후 전국 1위이다. 3대 응급환자 사망률 전국 1위, 암 표준화 사망률 2위이다. 미 충족 의료율 전국 1위이다. 인구 1천명 당 의사 수 2.2명에 비해 경남은 1.6명이다. 서부 경남지역 종합병원은 경남 25개 중 4개, 병원은 경남 121개 중 25개밖에 없다. 병상 수도 경남 대비 입원실 17.3%, 중환자실 18.1% 격리병실은 9.9%밖에 없다.

 위 내용은 서부 경남 공공병원 설립 도민운동본부가 사용한 `진주 사천 남해 하동 산청 5개 시군 60만 도민의 지역거점 책임의료기관 서부 경남 공공병원 설립 이행` 기자회견 일부다.

 2013년 5월 29일. 홍준표 전 경남지사에 의해 옛 진주의료원이 문을 닫았다. 2012년 12월 보궐선거로 당선된 홍 전 지사는 그다음 해 2월 26일 `강성노조의 해방구`라며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발표했고, 노조 등과 심한 갈등을 빚다가 결국 폐업됐다. 이렇게 진주의료원이 강제폐업된 지 올해로 6년째를 맞는다. 진주의료원은 1910년 설립돼 103년 동안 서민의 공공 의료서비스를 담당해 온 서부 경남지역의 대표적인 지역거점 공공병원인 만큼 폐업으로 인한 서민들의 상실감은 클 수밖에 없었다.

 당시 홍준표 지사는 진주의료원을 폐업하는 대신 해마다 50여억 원의 예산을 서부 경남 공공의료서비스에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적자를 이유로 지역의 공공의료기관을 폐업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에 대한 논란이 많았고 지역민들은 거칠게 항의하고 투쟁했다. 우리나라 34개 지방의료원 가운데 흑자를 내는 곳은 7군데뿐인 상황에서 적자와 부채를 이유로 공공의료기관을 폐업하면 살아남을 지방의료원이 없는 게 현실이었다. 하지만 홍 지사는 취임 3개월여 만에 귀족노조, 예산낭비, 적자경영 탈피 불가 등을 이유로 진주의료원의 폐업을 강행했다.

 지방의료기관은 서민들을 위한 공공의료에 충실할수록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럼에도 수익성을 잣대로 진주의료원을 강제 폐업시킨 사례가 공공의료기관 폐업의 선례가 되지 않을까 공공의료 기관노조와 정치권은 우려를 표했고 그 우려는 현실도 다가왔다.

 당시 국회서도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해 2013년 6월 12일부터 한 달여 간 국정조사를 벌여 `경남도는 진주의료원 폐업 이후 서부지역 공공의료 시행대책을 보완 강화하고 1개월 이내 조속한 재개원 방안을 마련해 보고하라`는 요지의 결과보고서를 냈다. 하지만 도는 이러한 국정조사결과를 이행하지 않고 폐업한 진주의료원 건물을 리모델링해 2015년 12월 17일 경남도청 서부청사로 문을 열었다

 지난해 5월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경남도지사 재임 시절 강제 폐업시킨 진주의료원을 대체할 공공병원을 서부 경남에 설립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김 후보는 "홍준표 도정이 공공의료에 있어서 도민의 건강권과 의료권을 박탈했고, 도민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침해했다"며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주장했다. 그리고 그는 "공공병원이 없는 탓에 눈칫밥을 먹으면서 병원 다니는 도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보건소부터 종합 병원까지 통합 의료벨트를 구축해 도민이면 누구나 차별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 안전망을 만들겠다"고 말했고 이를 위해 서부 경남 혁신형 공공병원 건립뿐만 아니라 국립 어린이재활병원 유치, 치매 안심 병원ㆍ치매안심센터 확대, 분야별 중점치료병원 지정 및 확대, 공공보건의료지원단 설치 등을 제시했다.

 물론 예산이 동반되는 사업이긴 하지만 의료 취약 농어촌지역 주민들을 위한 도립 진주의료원을 대신할 공공병원 설립을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미 김경수 지사는 공공병원 건립을 도정 과제로 선택했고 , 문재인 대통령도 "국민이 아픈데 지켜주지 못하는 나라는 나라다운 나라가 아니다"라며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서부 경남 공공병원 설립을 약속했었다.

 그동안 우리는 공공병원의 중요성을 실감해 왔다.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당시 격리 환자를 수용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더 이상 늦출 수도 미룰 수도 없다. 공공병원이 혐오 시설이 아니라면 김경수 지사와 문재인 대통령은 이제 그 약속에 응답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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