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22:19 (토)
인문학이 마술처럼 다뤄지는 시대
인문학이 마술처럼 다뤄지는 시대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9.06.27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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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열 편집국장
류한열 편집국장

사람은 배우지 않으면 늘 비슷한 궤적을 그리며 생활한다.
자극을 받지 않은 사람은 어제와 오늘이 별반 다를 게 없다.
인문학적 배움은 일상을 의미로 바꿀 수 있고
기업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힘을 준다.

 인문학이 마치 우리 삶의 모든 부분을 지탱할 용사처럼 떠오르고 있다. 인문학이 사람을 대상으로 펼치는 학문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삶의 빈 구석을 채울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다. 인문학이 인기를 끌면서 인문학에 상술이 더해져 인문학 마케팅이 넘쳐난다. 사람은 근본적으로 자신에게 묻는다. `내가 왜 태어났으며 어떻게 사는 것이 참다운 삶인지`라고 고민한다. 인문학은 삶에 허기를 느낄 때 배를 채울 수 있는 음식은 될 수 있다. 그래서 요즘 인문학에 목을 매는지도 모른다. 기업이 인문학 인재를 찾는 바람을 일으키는 모양새는 박수받을 만하다. IT 인재가 흘려놓은 빈틈에 인문학 인재가 부드러운 내용물로 채운다면 기업은 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인문학 인재의 통찰력이 빛을 발하는 경우는 허다하다.

 사람은 배우지 않으면 늘 비슷한 궤적을 그리며 생활한다. 자극을 받지 않은 사람은 어제와 오늘이 별반 다를 게 없다. 인문학적 배움은 일상을 의미로 바꿀 수 있고 기업에게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힘을 준다. 인문학의 향기가 우리의 삶과 기업의 경영활동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을 부정할 수 없지만, 인문학이 무슨 알라딘의 요술램프에서 나온 지니처럼 마술을 부린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인문학은 실제 우리 생활에서 늘 그림자처럼 붙어 다녔는데 현대인들이 책을 너무 멀리하다 보니 멍해진 구석이 있어서 강조되는지 모른다. 요즘 뜨는 직업 가운데 하나가 책 읽기를 통해 세상을 살피고 현명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독서연구가나 자기 계발 전문가다. 이런 선견자들이 우매한 사람들은 `가나안`으로 이끄는 모세 역할을 하고 있다.

 인문학이 강세다 보니 철학까지 덩달아 좋은 대우를 받고 있다. 철학을 공부하려는 사람이 느는 일은 반갑다. `돈이 안 되는` 철학에 굳이 돈을 쓰면서 비싼 강좌를 택하는 사람들은 삶에 여유가 있어서만 아닌 게 분명하다. 굽은 삶에 길을 찾고 막힌 기업 운영에 시원한 사이다를 마시고 싶은 욕망의 표현이다. 예전엔 학교서 철학을 배울 때 소크라테스에서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을 배우고 지나서 칸트와 데카르트를 배우고 뒤이어 니체를 접했다. 철학을 배웠는데 철학의 내용이 남지 않고 철학자만 남았다. "철학은 어렵다"는 푸념만 하다 시간을 다 보냈다. 대충 배운 철학이 족쇄가 되는 바람에 삶에 아무런 힘을 받지 못했다. 요즘 콧대 높던 철학이 현실 세계로 내려와서 다행이다.

 인문학과 철학이 뒤섞여 우리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세상이 새롭지는 않다. 거친 삶과 힘든 경영환경에서 인문학을 찾아 답을 구하는 행위는 인간이 어려울 때 사람을 다루는 인문학에 천착하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공부를 하면 길이 보이는 건 당연하다. 인문학을 가벼운 소일거리로 생각하다 사람들의 마음을 확실하게 잡는 거대한 산으로 여기는 변화는 기적 같은 일이다. 부드러운 힘이 실제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경우와 같이 인문학으로 마음을 닦은 사람은 근본에 돌아가서 문제 해결을 맞닥뜨릴 수 있다.

 인문학이 한 사람을 마음을 강하게 흔들고 알에서 깨어나게 하는 힘을 준다고 해서 손오공의 여의봉은 아니다. 인문학이 큰 힘을 쓰는 지금의 모습이 스쳐 지나가는 트렌드 물결일 수도 있다. 인문학을 하는 과정에서 피를 토하는 자기 정진이 있어야 힘을 발휘하는데 가벼운 이야깃거리로 들어가서 삶에 적용하면 삶이 더 가벼워질 수도 있다. 인문학이 더 가벼워져 삶의 유희로 몰고 가는 형태를 경계해야 한다. 인문학은 마술이 아니기 때문에 인문학 하는 사람들의 자세에서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 머리를 박고 책을 파고든 사람에게서 새로운 힘은 들고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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