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19:17 (목)
호국 보훈의 달에 만난 불멸 이순신
호국 보훈의 달에 만난 불멸 이순신
  • 김명일 기자
  • 승인 2019.06.24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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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일 편집부국장
김명일 편집부국장

 호국 보훈의 달을 맞아 지난 8일 통영시 한산면에 있는 제승당 충무사를 참배했다. 이곳에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영정이 봉안돼있다. 제승당은 최초 삼도 수군 사령부가 있던 곳이다. 충무공은 한산도에 진을 친 이후 늘 이곳에 기거하면서 전쟁을 지휘하고 집무를 봤다. 원래 운주당이었는데 통제사 조경이 유허비를 세우고 제승당이라 이름 지었다.

 제승당을 가기 전에 통영 세병관을 먼저 둘러봐야 한산도 제승당 의미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통영 통제영은 정유재란으로 한산 통제영이 폐허가 된 이후 거제현과 고성현 등으로 옮겼다가 제6대 통제사 이경준이 현 위치에 터를 닦고 건물을 세웠다. 삼도수군 통제영은 통제영 또는 통영이라 약칭했다. 임진왜란 당시 초대 통제사로 제수된 전라 좌수사 이순신의 한산 통제영이 최초다. 일제 강점기 일본은 통영 통제영 건물 중 세병관만 남겨두고 부속 건물을 거의 훼손했다.

 통영시는 지난 2000년부터 2013년까지 주변 부속건물을 복원해 삼도수군 통제영 모습을 되살렸다. 세병관 마루에 서면 한산만이 내려다보인다.

 통영~한산 간 카페리는 12시에 한산도로 출발했다. 갑판에 올라서니 한산도와 미륵도 사이 한산만 푸른 바다가 넘실거린다. 카페리는 출발한 지 30분 만에 한산도에 도착했지만, 기대했던 최초 삼도수군 통제영의 웅장한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다. 위용을 자랑할 만한 건물이나 성문 같은 것도 보이지 않았다. 한산 통제영은 위용보다는 오히려 잘 다듬어진 해안로, 만 깊게 들어온 포구가 한편의 아름다운 호수 같다.

 그러나 매표소를 지나 배를 타고 왔던 한산만을 바라보니, 제승당은 한눈에 천혜 요새다. 도립공원 요금소에서 입장료를 내고 편안한 걸음으로 10분쯤 지나자 기념석에 `한산도가`를 세긴 돌이 나타났다. 조금 더 걸었더니 수군 우물터와 대첩문이 나온다. 모형 조선 수군이 큰 창을 들고 대첩문을 지키고 서 있다. 대첩문을 지나 계단을 올라서니 제승당 건물이 바로 눈에 들어온다.

 먼저 충무공 영정을 봉안한 충무사로 향했다. 걸음걸이를 차분하게 하고 사당 앞에서 모자를 벗었다. 뒤따라오던 단체관광객도 조용해졌다. 향로에 타는 향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정면에 걸린 충무공 영정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묵념을 마치고 물러서자 단체관광객 중 한 명이 나서 향을 피우고 단체로 묵념을 한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숙연해지는 모습이다. 사당 주변의 노송을 올려보며 천천히 걸음을 제승당 건물로 돌아왔다.

 제승당 건물에서 걸음을 수루로 옮겼다. 수루 옆 입간판에 한산대첩도가 시선을 끈다. 학익진 전개 과정을 세 단계로 보여준다. 먼저 조선 수군 함대 서너 척이 견내량에 머물고 있는 왜선을 한산만으로 유인한다. 이어 대장선을 중심으로 양편 가장자리에 있던 돌격 귀선이 치고 나가 마치 학이 날개를 펼친 듯 적을 포위한 다음, 판옥선이 사방에서 왜선에 총통을 쏘고 무찌르자 왜선은 대부분 격침되고 살아남은 일부가 도망을 친다. 이 전투에서 충무공은 왜적 47척을 섬멸하고 12척을 나포하는 전과를 올렸다. 한산대첩은 세계 4대 해전 중 하나로 꼽힌다.

 충무공은 이곳에서 무엇보다 값진 난중일기를 남겼다. 난중일기는 임진왜란이 일어난 해인 지난 1592년 1월 1일부터 전사하기 이틀 전인 1598년 11월 17일까지 7년간 진중 생활을 기록한 일기다. 총 1천491일분의 난중일기 중 1천29일의 일기를 여기서 썼다. 어머님과 가족을 걱정하는 일, 부하 장수의 보고내용, 장계를 올린 일, 전투상황 등을 기록했다. 난중일기는 국보 76호로 지정돼 있으며 16세기 말 동아시아 국가 간 패권 경쟁을 직접 보여줄 수 있는 세계사적 사료로 인정받아 2013년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으로 등재됐다.

 충무공 애국혼은 불멸이다. 장군의 애국혼은 지금도 우리 마음에 큰 울림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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