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13:56 (수)
‘5가지 협상의 원칙’ 보다 상대 신뢰 얻는 게 중요하다
‘5가지 협상의 원칙’ 보다 상대 신뢰 얻는 게 중요하다
  • 김용구 기자
  • 승인 2019.06.2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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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회 김해경제포럼 <강사 류재언 변호사>
지난 20일 김해중소기업비즈니스센터 5층 대연회장에서 김해지역 중소기업 대표 100여 명이 류재언 강사로부터 ‘기업인에게 필요한 협상의 기술’에 대한 강의를 듣고 있다.
지난 20일 김해중소기업비즈니스센터 5층 대연회장에서 김해지역 중소기업 대표 100여 명이 류재언 강사로부터 ‘기업인에게 필요한 협상의 기술’에 대한 강의를 듣고 있다.

기업인에게 필요한 협상,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구체적 목표 설정 필요 결렬 대안 갖추면 유리 요구보다 욕구에 초점

커뮤니케이션에 집중 호감으로 인식 전환을 “사람 남기는 협상해야”

 통상 ‘협상’이라고 하면 거창한 차원의 협상을 떠올린다. 최근 임금 협상 난항으로 노사가 대립하고 있는 한국지엠이나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 대우조선해양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부동산 매매, 중고자동차 구입 등 거래 행위부터 여름 휴가지 선택을 위해 가족과 벌이는 대화나 친구 간의 커뮤니케이션까지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협상에 노출돼 있다.

 이처럼 인간의 삶은 협상의 연속이며, 협상은 원만한 인간관계는 물론 성공적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이런 협상을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강좌가 김해서 열렸다.

 지난 20일 주촌면 김해중소기업비즈니스센터 5층 대연회장에서 김해지역 CEO 및 관계기관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업인에게 필요한 협상,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라는 주제로 ‘제149회 김해경제 포럼’이 개최됐다.

 이날 강사로 홍콩과 한국의 글로벌기업과 로펌의 기업분쟁 협상 전문가로 활동 중인 류재언 변호사가 초빙됐다.

 하버드 로스쿨 협상프로그램인 ‘PON’을 수료하고 홍콩 BASF 아시아 본부법무실 변호사로 근무한 바 있는 류재언 강사는 현재 비즈니스협상전략그룹 수석전문가, 법무법인 율본 파트너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정보 확보의 중요성과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 류 강사는 우선 협상에 나설 때 가질 수 있는 태도에 대해 설명했다. 가격을 먼저 제시하는 경우와 상대방의 의견을 들어보고 판단하는 경우이다.

 만약 중고차 시장에서 2천650만 원에 측정된 자동차를 싸게 사고 싶을 때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고객이 먼저 2천500만 원을 제시했을 때 중고차 딜러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거래에 응한다면 고객은 자신이 손해 봤다고 생각할 것이다. 내가 생각한 기준점이 상대방이 생각한 기준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상대방이 먼저 가격을 제시했을 때는 ‘앵커링 효과’에 갇히기 쉽다. 이는 배가 운행하다가 정박하면 닻이 떨어지면 더이상 못 움직이는 것처럼 처음에 제시한 가격이 기준이 되는 현상이다.

 이처럼 양쪽 모두 리스크가 따른다. 류 강사는 이런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내가 의도한 최대한의 효과를 낼 수 있는 협상의 기술을 다섯 가지 키워드로 요약했다.

법무법인 율본 파트너 변호사로 활동 중인 류재언 변호사.
법무법인 율본 파트너 변호사로 활동 중인 류재언 변호사.

 ◇‘목표’를 설정하라= 류재언 강사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협상에 임한다면 실패하기 쉽다”고 강조했다. 아파트를 매도하러 가는데 막연하게 최대한 비싸게 팔아보자고 생각하고 가면 목표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목표는 구체화시켜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목표를 세팅할 때는 두 가지를 수치화해야 한다. 기분 좋게 거래할 수 있는 지점과 양보를 해줄 수 있는 마지노선. 목표가 없다면 협상 테이블에서 스스로 타협을 해야 하고 상대방이 압박을 하면 끊임없이 밀리게 된다. 이 두 가지를 설정하면 적어도 떠밀려 협상에 실패하는 경우를 막을 수 있다.

 상대방과 나의 협상 성향을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다. ‘성과주도형’은 협상 당사자들의 관계와 성과가 부딪혔을 때 성과를 선택하는 유형이다. ‘영향력표출력’은 협상에 나설 때 주도권을 중요시하는 스타일이다.

 ‘관계 배려형’은 성과보다 관계를 중요시하고 ‘정보분석형’은 철저하게 논리와 숫자를 가지고 접근하는 형태를 말한다. 통상성과주도형이나 관계배려형이 많다. 이럴 때 정보분석형이 함께 일하면 큰 도움이 많이 된다.

기업분쟁 협상 전문가인 류재언 변호사가 모든 협상의 원칙보다 신뢰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기업분쟁 협상 전문가인 류재언 변호사가 모든 협상의 원칙보다 신뢰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요구(Position)가 아닌 욕구(Interest)에 집중하라= 류 강사는 “욕구는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실제로 표현을 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욕구는 표현하지 않지만 그 속에 담긴 의도이다. 목이 말라 코카콜라를 구입할 경우 코카콜라는 요구가 되고 갈증 해소는 욕구가 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경우에 있어서 상대방이 표현하는 것에 집착하기 때문에 딜이 결렬되는 경우가 많다. 자기 중심성에서 벗어나 상대방이 원하는 욕구를 파악해야 한다. 코카콜라가 없다면 사이다를 제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류 강사는 ‘협상에 있어 첫 5분을 이끄는 태도’도 강조했다. 5분 만에 상대방이 가진 화법, 이미지, 매너, 에티켓, 전문성 등 모든 것이 파악되기 때문에 어떤 첫인상을 남길지가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가지고 있더라도 이 시간을 넘기지 못하면 불필요하다.

 이 시간을 효과적으로 넘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먼저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상대방도 마음을 열기 힘들다. 외모, 인상, 소지품 등 외적인 것보다 사전 접촉에서 나눴던 얘기를 이용해야 한다. ‘이메일을 보내주셨는데 자료가 깔끔해서 좋았다’ 등이 좋은 예이다.

류재언 변호사가 자기 중심성에서 벗어나 상대방이 원하는 욕구를 파악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류재언 변호사가 자기 중심성에서 벗어나 상대방이 원하는 욕구를 파악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당신만의 BATNA(협상결렬 대안, Best Alternative to Negotiated Agreement)를 확보하라= 협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이다. 현대차가 있고 부품 공급업체가 있다. 부품 제공업체가 을인 이유는 대체 불가능성(Irreplaceability)에 있다. 대안을 확보할 수 있으면 갑이고 아니면 을이다.

 스타벅스와 건물주 중 누가 갑일까? 일반적으로 건물주가 갑이지만 모든 건물주는 스타벅스를 원한다. 부동산 상승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특수성이 스타벅스에 배트나를 안겨주고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한다.

 이처럼 상대방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가 배트나이다. 상대방이 나를 대체할 수 없게끔 하면 내가 갑이 될 수 있다. 맛집을 예로 들어보자. 1만 5천원짜리 국밥집이 있는데 수저, 물 등 모든 것이 셀프이다. 그러나 맛에 있어 대체 불가능하기 때문에 서비스가 안 좋아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이와 같이 대체 불가능성을 확보치 않으면 끌려다니는 협상을 해야 한다. 세일즈를 할 때 단가나 인맥 등으로 손해 보는 협상을 하는 이유가 바로 대체 불가능성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관점에서 접근의 필요하다.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하라= 똑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더라도 어떤 전략을 쓰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르다. 첫 번째로 먼저 누가 먼저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할지 생각해야 한다.

 협상 테이블에 의사 결정권자가 나가면 협상에 이어서 디펜스를 하기 힘들다. 상대측의 제시안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결정권이 없기 때문에 상의해 보고 진행하겠다고 빠져나올 수 있다.

 두 번째, 시간적 감수성이 필요하다. 직장인이 출근을 앞둔 일요일 오후 8시에 일에 대한 메시지를 보낸다면 이미 실패한 협상이다. 상대방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에 협상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 번째, 커뮤니케이션 수단별 언어의 온도를 따져야 한다. 전화로 대화로 할 때 허풍이나 누락이 많이 들어간다는 통계가 있다. 반면 이메일을 통해 의견을 주고받는다면 증거가 남기 때문에 진실을 말할 확률이 크다.

 ◇상대방의 감정을 뒤흔들라= 우리는 감정적인 이유로 결정하고 논리적인 이유를 댄다. 그 정도로 감정이 많은 영향을 끼친다. 이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이 부탁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대답이 달라진다.

 설득에 있어서 핵심적인 포인트는 논리적인 이유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 약하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나에게 호감을 갖고 좋아하게 만들까’ 고민해야 한다. 결정적으로 협상을 이끌어 내는 사람은 감정적인 터치가 가능한 사람이다.

 국내 경영인들은 협상에서 감정을 절제하려는 경우가 많다. 의도적으로 감정적인 터치를 많이 할 필요가 있다. 감정은 인식의 전환을 만들고 결국 좋은 협상이라는 결과물을 생산한다. 또 협상은 절대 옮고 그름을 증명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신뢰를 얻어라= 그 어떤 협상의 원칙을 활용해도 신뢰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반대로 모든 것이 엉망이어도 신뢰한다면 협상은 이뤄진다.

 궁극적인 협상은 신뢰가 확보될 때 가능하다. 메신저 효과(Messenger Effect)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메시지를 전달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설명하는 용어이다. 어떻게 신뢰받는 메신저가 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협력적이거나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기 전까지는 ‘가격’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것이 좋다.

 또 술 약속 등 ‘습관적인 말빚’을 하는 경우 신뢰를 잃는다. 시간 약속을 할 때 시간을 바꾸고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를 ‘작은 약속의 법칙’이라고 한다. 상대방은 시간이 아니라 우선순위에 대한 문제로 인식한다.

 이처럼 류재언 강사는 크게 다섯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효과적인 협상에 대해 설명하며 강의를 끝맺었다. 그는 마무리 발언에서 ‘성공적인 협상’에 대해 가장 많이 질문을 받는다고 말했다. 류 강사는 본인의 저서인 ‘류재언 변호사의 협상 바이블’에 담긴 한 구절을 소개했다. 그는 “협상을 하고 나면 결과가 남고 사람이 남는다. 결과만 남기고 사람을 잃는다면 더 큰 것을 잃는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며 강의를 마쳤다.

 다음 달 19일 개최되는 ‘제150차 경제포럼’에는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부회장이 ‘디지털 시대의 올바른 리더십’을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김해경제포럼에 관심 있는 기업은 김해중소기업비즈니스센터 통상교류팀(055-310-9213)으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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