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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노니는 상상의 역사 7 - 새야 새야 파랑새야
시가 노니는 상상의 역사 7 - 새야 새야 파랑새야
  • 하성자
  • 승인 2019.06.17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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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자
하성자

평등 세상 꿈꿨던 동학군 흰옷

일본 총부리에 피로 물들어

동학운동 끝자락은

애국ㆍ구국 정신 깃발 펄럭여

동학은 만인이 평등한 세상을 추구하며 외세에 저항한 거국적인 농민운동이었다. 이 노래(시)는 동학운동에 참여했다가 전사한 이들의 미망인들이 불렀던 만가(輓歌)이다. 전봉준을 ‘녹두장군’이란 별칭으로 불렀으며 ‘녹두밭’은 동학농민군, ‘파랑새’는 일본과 러시아 등 외국 군대를 의미하며 ‘청포 장수’는 동학에 참가하거나 동학농민운동을 응원하였던 민중을 의미한다. 고부에서 시작된 동학운동이 전주를 근거로 하여 확산되자 조선 정부는 외세를 끌어들여 백성으로만 구성된 동학군, 그 흰옷 무리에 쏘는 왜군의 총격을 허락했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 장수 울고 간다

- 새야 새야 파랑새야 <구전민요>

그 시대 민중운동의 실상을 그려낸 2015년 혼불 문학상 수상작 “나라 없는 나라”를 읽었다. 고부군수 조병갑의 학정, 삼정의 문란과 조선 정치력의 부재 등 동학운동의 배경은 정당했다. 낡아빠진 정치세력이었던 고종황제, 민씨 일파, 대원군, 갑신정변으로 실각한 자들이 제 살기에 급급했다. 백성들의 바닥을 살피는 일은 시도해 보지도 않았으며, 심지어 외세에 의지하여 권력을 유지하고 쟁취하고자 왜군 총기부대의 동학군 토벌을 방관하거나 동조하였다. 군국기무처란 기관의 파행, 그 시대 대한제국을 주물렀던 외세의 능력자와 외세에 편입한 자들과 편승한 자들의 정치의 장이 과연 정치였었던가를 위문한다. 그런 연유로 대한제국의 멸망에서 무능해진 조선 왕실의 정치력 부재와, 예정한 것이 아니라 해도 거저 방관하고 동조한 세력들의 이기심들로 한 몫을 삼은 일본, 그 일본이 작정하고 지휘하는 수순에 따라 야금야금 침탈이 진행되었을 거란 역사적 시선과 억울함을 거둘 수가 없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의 연장선 상에 우리 근대 역사를 이어놓고 보니 노래는커녕 울음 울고 싶어진다. 평등한 세상을 꿈꾸었던 동학군들의 흰옷이 일본군의 총부리에 의해 피로 물들어 산화하였던 뒤로 동학운동의 끝자락은 애국과 구국정신의 깃발로 되살아 펄럭였다. 눈물겨운 청포 장수들이 희망으로 다가온다. 백성들은 부지런하였다. 신 새벽 그들은 녹두밭에서 잠 깨었나니, 삼천리는 깨어나고자 아침을 시도하였으나 한 바닥 정치가 한밤중이라 잃어버렸던 36년, 그 역사의 정점에서 지휘를 소홀했던 매국적인 게으름을 극복한 평범한 사람들의 의지에 의해 오늘에 도달하니 누구를 잡고 녹두꽃 피워 청포장수 불러 내리요. 꿈꾸는 자들이 목 놓아 부르는 함성에 합류하여서 역사를 거슬러 바로잡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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