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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매각, 당사자 대화로 풀 길 직시할 때
대우조선 매각, 당사자 대화로 풀 길 직시할 때
  • 한상균 기자
  • 승인 2019.06.16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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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균 지방자치부 남부본부장
한상균 지방자치부 남부본부장

 정부와 산업은행이 추진하는 대우조선해양 매각 절차가 현장실사 단계를 넘지 못하면서 동력을 잃고 있다.

 대우조선을 인수한다는 현대중공업이 실사단을 현지로 보냈지만 정문에 들어서 보지도 못하고 문전박대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실사단은 특수선 분야 실사 시도를 시작으로 지난 3일 대우조선 정문 진입 시도, 지난 12일 산업은행, 대우조선 등 4자 대화를 노조 측에 제의했다가 거부당한 것 등 벌써 세 번째 현장 저지를 당했다.

 실사단장 조영철 부사장(CFOㆍ최고 재무관리자)은 `실사는 될 때까지 할 것`이며 `기간은 2주가 될 수 있고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성사 여부는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보여 진다.

 대우노조는 계속 실사 저지에 전력하면서 인수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을 분석해 대응 수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노조 쟁의 투쟁은 오히려 현대중공업 노조가 먼저 시작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임시 주총에서 물적 분할(법인분할)이 승인되자 주총 무효 전면 파업에 이어, 2주째 매일 4시간 부분파업을 이어가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주총무효 소송도 제기할 것으로 알려진다.

 현대중공업 현지에서는 현대중공업 노조가 파업으로 맞서고 대우조선에서는 대우노조와 범거제시민반대대책위가 현장실사저지선을 구축하고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대우조선 노조의 반대 명분은 `매각 철회를 하지 않는 이상 대화는 없다`는 논리다. 쌍방의 물러설 수 없는 명분 싸움은 양보를 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 이번 갈등은 명분상으로도 노조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으로 몰았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현대중공업이 공권력을 빌어 실사를 강행할 경우 양대 노조는 동시 전면 파업 돌입으로 배수진을 치고 있다.

 이미 대우조선 매각 절차는 우선협상자 선정과정을 통한 공개입찰을 시도한 경험을 갖고 있는 데다 노조가 주장하는 동종사 인수반대, 노조 참여 요구, 재벌 밀실 특혜 등의 반대 논리를 피해가기 어렵다. 특히 소통을 어느 정권보다 중요시 여기는 현 정부의 민주적 절차구현이 아니라는 점이 더욱 반대를 가속화하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동안 경찰의 강경 진압 결과가 촛불집회를 촉발한 한 부분이 됐고, 그 책임은 고스란히 경찰 총수에게로 돌아간 이상 선뜻 경찰이 개입할 것으로 보는 시각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조의 대응 방식은 산전수전 다 겪은 고수 실력으로 다져져 있다. 자체 대응 전략, 자금, 인적ㆍ물적 자산 동원 등의 능력을 갖췄다는 것과 사측의 적극적인 제지를 받지 않을 조건을 갖췄다는 것도 노조에겐 유리한 입장이다. 게다가 변광용 거제시장이 `대우조선 매각 절차 중단과 재검토를 촉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하며 반대 대열에 동참했다. 이에 앞서 김경수 경남도지사도 대우조선 매각 추진에 대해 신중한 입장 발표는 여당 경남도지사와 거제시장이 노조와 시민대책위와 매각반대 결속을 다지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제 매각 반대 운동은 경남도 전체가 선수단을 꾸리고 있는데 반해 산업은행 감독, 현대중공업 실사단이 선수로 나서서 맞붙는 형국이다.

 종국에는 현대중공업이 양대 노조는 물론 민주노총과 투쟁하는 상황에 이를지도 모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우조선 인수를 위한 검증 첫 단계인 현장실사도 힘 한번 써 보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았다. 향후 공정위의 국내 기업결합심사를 거치고 이어 해외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해외기업결합심사는 조선 경쟁국 중국, 일본, EU 등을 넘어야 하는 험로다.

 대우조선 매각을 발표할 당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매각의 당위성은 "대우조선 매각은 이번 기회를 놓치면 또다시 20년 더 있어야 한다", "그나마 시장 시황이 좋은 지금이 매각 적기", "투쟁과 파업으로 일자리가 지켜지고 기업 경쟁력이 제고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노조를 압박하는 쓴소리도 했다.

 이 시점에 이동걸 산업은행장의 매각 논리와 노조의 반대 논리를 반추할 필요가 있다.

 모처럼 글로벌 조선 경기 호조에 편승해 경제 회생의 기회를 맞고 있는 시점에 수만 명의 근로자들을 투쟁으로 몰아가는 것은 이해될 수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산업은행은 이제라도 노조와 당사자들이 대화로 풀 수 있는 길이 어떤 것인가를 직시해야 할 때라는 점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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