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각자 마음속에 VAR을 설치하자
유권자 각자 마음속에 VAR을 설치하자
  • 홍창곤
  • 승인 2019.06.11 2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창곤 거창군선거관리위원회
홍창곤 거창군선거관리위원회

 최근 손흥민과 이강인 등 대한민국 축구선수들의 맹활약으로 밤잠 설치는 국민들이 많은 것 같다. 점심식사 시간에 동료들과 나누는 대화 중에도 반드시 필수 주제다. 경기 종료 직전 터지는 동점 골이나 역전 골보다 돈이 들지 않으면서 짜릿한 스트레스 해소법은 없는 것 같다.

 그런데 그 기쁨을 오래 만끽하고자 유튜브 등을 통한 다시보기를 재생하다 보면 골 장면 외에 극적인 요소가 한 가지 더 있음을 알게 된다. 그건 바로 VAR(비디오 보조 심판)을 통해 경기의 결과가 바뀌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포털사이트에 VAR을 검색하면 `스포츠 경기에서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근거로 판정하는 방식`이라고 정의돼 있다.


 축구의 경우 득점이나 반칙, 페널티킥 선언 등을 판단할 때 이용된다. 경기중 어떤 애매한 상황이 발생하고 선수들이 항의한다. 이에 주심이 귀에 꽂은 이어폰에 귀를 기울이고 경기장 근처에 설치된 모니터를 몇 차례 확인 후 최종판단을 내린다.

 그렇다면 VAR 제도가 도입된 이유는 뭘까? 그건 심판이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스포츠는 공정한 게임 진행을 위해 심판이 존재한다. 축구는 3명의 심판(일반적으로 주심 1명, 부심 2명)이 양 팀 22명 선수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는 경기장 상황을 보고 정확한 판단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TV 시청자 입장에선 한창 경기에 몰두하다 중간에 VAR 확인을 위해 잠시 경기를 중단하면 김이 빠진다. 하지만 VAR을 통해 `문제의 장면`을 보게 되면 지나간 장면에서 이런 중대한 위반행위를 놓쳤구나 하는 탄식을 하거나 상대 팀의 할리우드 액션으로 반칙을 한 범인(?)으로 몰린 선수는 좀 억울할 수도 있겠다는 감정이입을 한다.

 선거 관리를 직업으로 삼다 보니 선거와 축구 경기를 자연스레 연관 지어 생각해보게 됐다. A와 B 두 명의 후보자와 각각의 선거사무원들은 축구 경기의 양 팀 선수로, 선관위 직원은 심판으로 그리고 선거기간은 전ㆍ후반 90으로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VAR은 선거에서 어떤 것으로 적용 가능할까? 후보자(선수) 등이 시장, 마을회관 등에서 지지ㆍ호소를 할 때마다 축구처럼 카메라(VAR)를 들이민다면 선거운동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리저리 고민해보다 도출한 결론은 `유권자 = VAR` 이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매 선거를 치를 때마다 기존 직원 외에 한시적으로 `공정선거지원단`을 채용해 후보자나 그 측근 등을 대상으로 선거법 위반행위 예방ㆍ단속 활동을 펼친다. 하지만 축구 경기의 심판처럼 인력에 비해 예방ㆍ단속 활동 범위가 넓고 갈수록 은밀하고 지능화되는 범죄행위를 단속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며칠 전 세계 청소년 축구 경기에서 대한민국팀의 극적인 승리도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그동안 이 순간의 승리를 위해 열심히 훈련했을 선수들이 VAR 덕분에 옳지 못한 판정으로 실망하게 되지 않아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내년 4월 15일은 제21대 국회의원선거가 치러지는 날이다. 이제 1년도 남지 않았다. 입후보예정자들은 선거를 위해 이미 준비운동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돈 선거 등 반칙행위를 하면 레드카드를 빼 들고 혹여나 그런 일들로 정당하게 선거운동을 한 후보자가 낙선 등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우리 모두의 VAR을 지금부터 설치해보면 어떨까? 경기가 끝나고 국민의 기쁨을 준 이번 축구 경기처럼 내년 선거도 끝나면 모두가 인정하는 깨끗한 선거가 되길 기대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