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섬 남해 출향 예술인 손에서 피어난 ‘해바라기의 숨결’
보물섬 남해 출향 예술인 손에서 피어난 ‘해바라기의 숨결’
  • 박성렬 기자
  • 승인 2019.06.10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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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교수의 고향 사랑(남해군 서면 노구 출신 )
오픈식에 참석한 내빈들과 김현정 교수가 벽화 통로박스 현판 제막식 후 함께 박수하고 있다.
오픈식에 참석한 내빈들과 김현정 교수가 벽화 통로박스 현판 제막식 후 함께 박수하고 있다.

남해대-제일고 통로박스 벽화 그려
20일 동안 작업 곳곳 고향 사랑 심어
“예술이 준 아름다운 변화” 회상


김현정 미 잭슨 주립대 도예과 교수
“이곳 지나는 학생들이 문화 사랑하는 마음 갖고
자신의 삶 긍정적으로 바꿔나가길 기대해요”

 남해읍 소재 남해제일고와 경남도립 남해대학을 잇는 통로박스와 지하 차도가 색깔을 입고 예술작품으로 변신해 모습을 드러내 지역민들과 학생들 사이에 화제이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또 고향에 대한 무한한 애정으로 늘 기회만 있다면 자신의 재능을 쏟아 부은 한 출향 예술인의 손길이 닿는 곳곳마다 꽃이 피었고 고향 남해 곳곳의 비경이 벽화로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달 29일 열린 오픈식에서 참석한 내빈과 지인들에게 자신이 받아야 할 고마움을 대신 전하고 있는 김현정 교수.
지난달 29일 열린 오픈식에서 참석한 내빈과 지인들에게 자신이 받아야 할 고마움을 대신 전하고 있는 김현정 교수.

 남해군 서면 노구마을 출신으로 미 잭슨 주립대 도예과 교수인 출향예술인 김현정 교수는 지난달 8일부터 29일까지 약 20여 일간 이곳 지하차도와 통로박스를 아름다운 예술품으로 바꿔놓았다.

 남해읍 우회도로 위로 빠르게 달리는 차 소리와 때 이른 무더위도 고향을 너무나 사랑한 김 교수의 열정을 꺾을 수는 없었다.

 ‘해바라기의 숨결’. 김 교수는 이곳 남해 제일고 통학로 개선사업이 마무리될 즈음 평소 친분을 쌓고 지낸 남해대학 권오천 교수(호텔조리제빵과 학장) 등 지역인사들의 권유로 이곳의 벽화 작업을 계획하게 됐다.

 우선 김 교수가 이곳에 벽화를 그려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것은 이곳이 남해제일고 학생들의 통학로라는 점에서 마음이 끌렸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행운을 가져다주고 긍정적인 기운을 불러준다고 여겨 누구나 정원에 심는 해바라기와 남해군을 둘러싸고 있는 바다를 주제로 김 교수는 10m 남짓 되는 인도 박스와 차도 박스에 그려 넣을 콘셉트를 결정했다.

 그리고 해바라기 사이사이엔 늘 그녀의 가슴에 그리고 머리에 뿌리 깊게 박혀있던 고향 남해의 아름다운 풍경들과 명소들을 그려 넣었다.

 통로박스 이음새 부분 공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울퉁불퉁했던 곳에는 큰 나무를 그려 넣는 세심함도 담았다.

벽화 막바지 작업이 진행됐던 지난달 28일 김 교수의 작업을 도운 박철영 북변1리 이장과 김현정 교수가 벽화를 배경으로 나란히 포즈를 취하고 있다.
벽화 막바지 작업이 진행됐던 지난달 28일 김 교수의 작업을 도운 박철영 북변1리 이장과 김현정 교수가 벽화를 배경으로 나란히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처음 이곳에서 김 교수가 작업을 시작하자 이곳을 지나는 주민들 중 일부 까칠한(?) 이들은 자신이 갈 길에 널려진 페인트통과 작업 도구들을 보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했었다.

 이곳을 지나던 학생들도 처음에는 다소 듣기 불편한 소리까지 하면서 지나기도 하고 제법 지긋한 나이의 김 교수가 듣기에도 민망한 언사들을 하며 지나가기도 했단다.

 그랬던 그들이 점차 김 교수의 작업이 이어지고 밋밋하고 칙칙했던 콘크리트 벽면에 해바라기 꽃이 하나둘씩 피어나자 그들의 표정도 밝아졌고 점차 인사를 건네고 말을 걸어오고 “수고한다”며 격려와 응원을 해주기 시작했다.

 김 교수는 “예술이 가져온 아름다운 변화”였다고 그간의 과정을 회상했다.

 거의 작업이 막바지에 들어섰을 때는 남해제일고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어 그려진 벽화를 배경으로 셀카도 찍고 서로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즐거워하고 김 교수에게 “이런 작업을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라는 진심 어린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김 교수가 스무날 넘게 홀로 외롭게 작업하면서도 외롭다 힘들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해 준 힘이 됐다고도 전한다.

 홀로 진행했던 작업이 모두 끝난 지난달 29일에는 조촐한 오픈식도 열렸다.

 오픈 행사장에는 장충남 남해군수와 남해군의회 박종길 의장 하복만, 김창우, 정현옥 의원 등 남해군의원과 홍덕수 남해대학 총장, 장명정 지역활성과장, 남해읍장과 김 교수의 고향 친구와 친오빠 내외 등 지인들이 많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 교수는 “이곳을 지나는 학생들이나 마을 주민들이 흐뭇한 미소를 띠며 걸을 수 있고 잠시 앉아 쉴 수 있는 행복함을 전해 주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작업 막바지 긴 의자를 여기에 놓아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다.

 여기에 잠시 앉아 여유를 느끼고 마음의 평안까지 찾는 그리고 오가는 사람들 간의 정을 나눌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그녀는 의자를 떠올렸고 이곳에 4개의 의자를 작품과 함께 놓았다.

장충남 남해군수 등 내빈들에게 자신의 벽화를 설명하고 있는 김현정 교수.
장충남 남해군수 등 내빈들에게 자신의 벽화를 설명하고 있는 김현정 교수.

 장충남 남해군수와 박종길 군 의장 등 지역인사들도 김현정 교수가 쏟은 그간의 수고에 고마움과 격려를 전했다.

 김 교수는 “무엇보다 이곳을 지나는 학생들이 벽에 쓰인 글씨처럼 문화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또 긍정적인 사고와 마음으로 자신의 삶을 고민하고 삶을 긍정적으로 바꿔나가는 그런 공간이었으면 한다”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또 고향에서 이런 보람된 일을 할 수 있도록 제안해 준 권오천 교수와 남해문화원 하미자 원장 등 문화예술계 관계자와 남해군에 이 사업을 연계해 준 내 고향 서면 출신의 정주철 전 남해군 기획감사실장의 제안을 선뜻 받아 들여 준 장충남 남해군수와 장명정 지역활성과장, 박경진 도시재생팀장과 박은비, 최은주 주무관 등 실무자까지 김 교수는 자신이 받아야 할 고마움의 찬사를 모든 사람들에게 전했다.

 김 교수의 작업을 지켜보며 궂은일을 묵묵히 도왔던 북변1리 박철영 이장은 “우리 마을과 마을 속의 또 다른 공간을 연결해 주는 이곳이 많은 이들의 마음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고 안정을 주는 푸르름과 풍성함을 상징하는 해바라기, 남해의 아름다운 명소들을 한 곳에서 감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준 김현정 교수님과 지원을 아끼지 않은 남해군 지역활성과 도시재생팀 관계자들에게 고맙다”면서 “갈수록 희미해지는 이웃의 정과 감성을 끌어낼 수 있는 공간으로 이곳이 남해군 도시재생의 한 축으로 군민 모두에게 희망의 목소리를 전하고 밝은 미래로 나아가는 연결로가 되는 아름다운 곳이 되기를 바란다”며 “거듭 김현정 교수님의 무한한 헌신에 형언할 수 없는 고마움을 전한다”고 말했다.

 20여 일의 외롭고도 고된 시간을 보낸 김현정 교수는 지난 2일 또다시 미국으로 떠났다.

 떠나면서도 김 교수는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이곳의 마지막 작업을 숙제처럼 안고 간다고 했다.

 지하차도 옆으로 직접 빚고 구운 해바라기 모양의 도자타일 옆으로 바다의 느낌을 더욱 살릴 수 있는 물고기 모양의 도자타일을 미국에서 만들 거라고 했다.

 모처럼 찾은 고향에서 편히 지인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갈 수도 있으련만….

 힘들고 때론 모진 말에 상처를 받고도 돌아가는 길에 이곳에 뭔가 더 남길 수 있는 무언가를 고민하는 그녀이다.

 김 교수의 각별한 애향심과 헌신에 이곳을 오가게 될 남해군민의 한 사람으로 무한한 고마움 한없는 감사함을 이 지면을 빌려 다시 전한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김현정 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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