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00:24 (수)
시가 노니는 상상의 역사 ‘가노라 삼각산아’ 속 숨은 교훈은
시가 노니는 상상의 역사 ‘가노라 삼각산아’ 속 숨은 교훈은
  • 하성자
  • 승인 2019.06.10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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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자 김해시의원
하성자 김해시의원

김상헌, 청의 볼모로잡혀가며 현재의 북한산 보며 지은 시조

병자호란으로 인한 상처 내포 ‘동북아 긴장’ 속 과오 경계해야
 

 남한산성은 신라 문무왕 때 축성된 뒤로 외세에 함락된 적이 없는 난공불락의 성이다. 한성의 보루로써 견고했지만 병자호란 당시에는 포위된 감옥이 돼버렸다. 인조는 군대를 직접 지휘하며 버텼지만 47일 만에 성문을 열고나와 청에 투항했다. 삼전도의 굴욕은 조선 역사의 치욕으로, 임진왜란을 겪은 뒤였음에도 국제정세 파악 및 외교적 판단과 국난 대비에 미흡했던 역사가 치른 혹독한 대가였다.
 
가노라 삼각산(三角山)아, 다시 보자 한강수(漢江水)야
고국산천(故國山川)을 떠나고자 하랴마는
시절(時節)이 하 수상(殊常)하니 올동말동하여라.
  - 가노라 삼각산아 (지은이 김상헌(金尙憲) AD.1570 ~1652)
 
  이 시조는 병자호란 국난 내내 인조를 보필했던 문정공 김상헌이 소현세자와 함께 청의 볼모로 잡혀가면서 지은 시이다. 삼각산은 현재의 북한산을 일컬으며 이 시조에서 운한 삼각산은 삼각을 지은 세 봉우리, 즉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를 의미한다. 숭명배청(崇明排淸)사상으로 청과의 화친을 반대한 척화파의 주도세력인 김상헌은 병자호란에 임해 끝까지 청나라와 싸워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던 인물이다.
 
  “청병은 북서풍처럼 밀려왔다. 말의 산맥에 가로막혀 적들은 보이지 않았지만, 말 탄 적들은 눈보라를 휘몰며 다가왔다.”
  흥타이지의 명을 받은 용골대가 청천강 두꺼운 얼음 위로 군마를 통과하여 쏜살같이 밀려오는 사이 묘당 어전에서는 신하들의 상소가 이어지고, 그 신하들의 말은 산맥과도 같이 임금의 눈과 나라의 앞길을 막았지만 말 탄 청병들은 눈보라를 휘몰며 다가왔다는 소설 ‘남한산성’의 한 부분이다. ‘말(horse)’과 ‘말(speech)’이 어떻게 상황을 전개시켰는지를 대비할 수 있는 작가 김훈의 절묘한 표현에 감탄한다.
 
- 인조 14년, 1636년 12월 9일 청 태종이 군사를 이끌고 압록강을 건너 도발한 병자호란, 인조는 12월 14일 강화도로 향하던 중 차단돼 남한산성에 피신했다. 청병 선봉은 12월 16일에 남한산성 밑 탄천에 포진했으니 대단한 기동력이라고 볼 수 있다. 당시 남한산성에 피신한 조정과 군대 등 인원은 1만 3천여 명, 성 안 군량미 1만 4천 3백 여석, 장 220 항아리는 50일 충당할 분량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출병한 구원병들도 모두 패했고 명나라 원정군도 풍랑을 핑계 삼아 돌아가 버려, 항전의지가 점점 꺾이는 상황에서 12만 청군에게 포위당했으니 혹한 속에 갇힌 조정과 백성은 비참하기 이를 데 없었으리라. 이듬해인 1637년 1월 30일 인조는 삼전도에서 굴욕적인 항복 의식을 행하고 이후 청이 내건 조건을 이행해야 했다. -(한국민족대백과. ‘병정노란‘편 및 매일경제 배한철 기자 글을 참고로 구성, 편집)
 
  그 옛날 고구려는 안시성 전투에서 당태종 100만 대군을 물리쳤고, 고려는 유라시아 대륙을 휩쓸었던 징기스칸의 최강 군대를 맞아 끈질기게 막아냈고, 삼별초 항쟁은 오랜 기간에 걸쳐 분연히 맞서 몽골의 6차 침략에 저항하다 마침내 패했다. 
  병자호란은 우리 역사상 유례없는 전쟁으로 조선은 제대로 맞서보지도 못한 채 항복했고, 이후 항복 조항을 이행하느라 부담을 감수해야 했다. 병자호란으로 인한 손실은 7년 전쟁인 임진왜란에 버금간다고 한다.
 
  오래 전 칸의 사위가 된 고려왕들의 입장을, 고국산천을 두고 심양으로 끌려가는 초로 김상헌의 심정을, 역사 속 그들은 부강한 나라를 궁구하며 얼마나 목이 탔을까. 비분강개한 시조 한 수는 후세더러 역사의 길에서 과오를 경계하라 가르친다.
  동북아를 둘러 싼 긴장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정치의 부재 속에 역사는 퇴보하고 정쟁의 다툼 가운데 국가는 손상을 입게 된다. 부국강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잊어버린다면 우리는 국민다움을 잃어버린 거나 다름없지 않겠는가. 솔선수범하여 우리 평화, 튼실한 역사, 대한민국 더 야무지게 다져가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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