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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있는 사람, 인격적인 지도자가 그립다
깊이 있는 사람, 인격적인 지도자가 그립다
  • 하성재
  • 승인 2019.06.02 2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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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재 선한청지기공동체 대표, 굿서번트 리더십센터 소장
하성재 선한청지기공동체 대표, 굿서번트 리더십센터 소장

다음은 프랑스의 바칼로레아 즉 수능시험의 문제 중 극히 일부분이다. 바칼로레아는 지난 1808년 나폴레옹에 의해 시작돼 약 20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심호흡을 한번 하고 풀어보자.

 "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으면 우리는 자유로운 존재가 될 수 있는가?", "역사는 인간에게 오는 것인가 아니면 인간에 의해 오는 것인가?", "예술 없이 아름다움에 대해 말할 수 있는가?", "현실이 수학적 법칙에 따른다고 할 수 있는가?", "여론이 정권을 이끌 수 있는가?", "평화와 불의가 함께 갈 수 있는가?", "법에 복종하는 것은 정의를 수호하는 것인가, 권력에 굴복하는 것인가?"

 `프랑스에서 태어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는 생각과 `이런 교육시스템에서 가르침을 받았으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달라졌을까`하는 생각이 동시에 든다.

 최근 언론 보도에 의하면, 북유럽 학교에서는 다음 세대들이 더욱 창의적이어야 한다고 심지어 교실에서 교과목을 없애버리는 실험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 다음 세대를 위해서 우리는 어떤 싸움을 하고 있는지 참 씁쓸하다.

 "오늘날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똑똑하거나 재능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깊이 있는 사람들이다"라고 했던 리차드 포스터의 말이 새삼 되새겨지는 요즘이다.

 우리 사회의 지도자라는 사람들의 말 품새나 태도, 역사의식을 보면서 `깊이`라는 말 대신에 `천박함`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른다.

 읽고 느끼고 쓰는 것보다 보고 엄지손가락으로 넘기는 것에 익숙해지고, 사색보다 검색에 익숙해진 우리 사회에 잘 들어주고, 잘 공감하고, 자신의 의견을 잘 표현하고,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할 줄 아는 `깊이 있는 사람`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보물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런 사람들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그런 사람이 돼야 하고, 그런 사람을 길러내야 한다는 사실이다. 속도와 성과를 강조하는 기존 교육으로는 이런 깊이 있는 사람이 길러질 수 없다.

 물론 `파트리크 쥐스킨트(Patrick Suskind)`는 `깊이에의 강요`에서, 화가인 여주인공이 `깊이가 없다`라는 말로 인한 폭력성과 권위 있는 사람들의 말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대중들로 인해 자살하게 된다고 이야기하면서 `단순히 깊이를 추구하는 모든 행위가 폭력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인간은 깊이에 대한 동경이 있다.

 프랑스 소설가 폴 부르제(Paul Bourget)가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하는 것처럼, 어떤 특별한 사람들만 깊이를 갖는 것이 아니다.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 역시 그런 깊이를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

 `차부수지적야 불후면 즉기부대주야무력(且夫水之積也 不厚면 則其負大舟也無力)`

 "물이 고여 쌓인 것이 깊지 않으면 큰 배를 띄울만한 힘이 없다"라는 말이 있다. `깊이`는 호들갑을 떨어봐야 소용이 없다. 모든 것은 그의 행동이 말해준다.

 철학자이자 시인이었던 랄프 왈도 에머슨은 이렇게 말했다. "당신의 행동이 내 귓전을 너무 세게 때려서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 인상은 그림자와도 같다. 빛이 강하게 비추면 이내 사라지고 만다. 인격이야말로 진짜다. 그리고 인격은 빛이 비출수록 더 자세히 보인다. 인격은 우리의 진짜 모습과 겉으로 드러난 모습이 일치하는 상태이다. 소크라테스도 `인격은 위대함의 첫 번째 열쇠`라고 했다.

 막말이 넘치고, 천박함을 미덕처럼 부끄러움도 모르고 스스로를 지도자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런 시대에 깊이 있고, 인격이 안으로부터 흘러넘치는 그런 사람, 그래서 우리의 두 손을 모으게 되고, 마음이 단정해지는 그런 지도자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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