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20:32 (목)
통영시 공무원, 공익제보자에 사과 요구 논란
통영시 공무원, 공익제보자에 사과 요구 논란
  • 임규원 기자
  • 승인 2019.05.30 23: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금 횡령자에게 “관계 회복” 촉구 이장 선거 앞두고 낙선 유도 지적도
 통영시 한 공무원이 이장에 출마한 공익제보자에게 사과를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통영시 산양읍 한 유명 섬마을 주민 A씨는 지난해 5월 마을 이장 B씨를 공금횡령 혐의로 고발했다. 이 일로 A씨는 마을회와 어촌계에서 제명을 당했다.

 그러나 A씨는 일흔 중반 나이에도 굴하지 않고 사비를 털어가며 B씨를 법정에 세웠고 법원은 B씨에게 지난 3월 20일 마을 공금 약 1억 2천만 원을 횡령했다며 벌금 1천500만 원을 선고했다. 이에 B씨는 항소를 포기하고 지난달 이장직을 사임했다.

 공정한 수익분배와 정상적인 마을 운영을 위해 수년간 홀로 싸워온 A씨는 결국 B씨의 비리를 밝혀낸 것이다. 이러한 공익제보자인 A씨에게 상을 줘도 부족할 판에 통영시 공무원은 그에게 사과를 요구해 논란이다.

 A씨 등에 따르면, 공무원 H씨는 지난 20일 산양읍을 찾은 A씨에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B씨에게 사과하라”고 말했다.

 현재 A씨와 ‘비리 이장’이란 오명을 쓴 B씨는 말 그대로 앙숙이다. H씨가 말하는 문제란 이 앙숙 관계를 의미한다. 이에 A씨는 “죄 없는 내가 왜 사과를 해야 하냐”고 따졌고, H씨 “죽어도 사과를 못 하겠다면 그러면 문제가 해결 안 된다”며 앙숙 관계의 원인이 마치 A씨에게 있는 것처럼 말했다.

 A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공금을 횡령하고도 부끄러움을 모르고 오히려 큰소리치는 B씨가 문제 아닌가”라며 “어떻게 나에게 사과를 요구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H씨는 “양쪽에서 잘했든 못했든, 나이 많은 입장이든 적은 입장이든 서로 존중하면서 서로 사과를 해야 이 일이 해결된다는 취지로 A씨에게 사과를 요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서로 사과를 해야 한다는 H씨는 B씨에게는 사과 요구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과 요구발언이 더욱 논란이 되는 이유는 현재 새 이장 선임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 마을 이장 후보로 A씨와 B씨의 조카 C씨 두 사람이 각각 마을주민의 추천을 받은 상태다.

 익명의 한 주민은 “갈등을 겪고 있는 두 주민이 이장 후보로 나온 가운데, 이런 사과 요구는 한쪽 편을 드는 행동으로 보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B씨는 조카를 자신의 차기 이장으로 선출시키기 위해 산양읍장은 물론 강석주 통영시장까지 압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복동 산양읍장은 이장 선출방식을 두고 고심을 이어 오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과 발언’은 어떤식으로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