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시티 김해
슬로시티 김해
  • 정창훈
  • 승인 2019.05.29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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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훈 대표이사
정창훈 대표이사

 가야왕도 김해가 슬로시티라는 것을 알고 있는가요. 김해시는 지난해 국제슬로시티연맹이 공식 인증한 `국제슬로시티`다. 김해시가 성장보다는 성숙을, 삶의 양보다는 질을, 삶의 속도보다는 깊이와 넓이를 채워가는 도시라는 것을 인증받았다는 의미다. 슬로시티 운동은 현대문명을 거부하고 과거로 회귀하자는 이념이 아니라, 보다 인간적인 삶을 추구하기 위해 느림의 미학을 강조한 생활의 혁명이요, 일상의 행복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이탈리아에 국제 슬로시티 연맹본부가 있으며, 전 세계 슬로시티 지정 도시 간 네트워크를 구성해 자매 간ㆍ도시 간 교류 협력 등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김해시는 1995년 시ㆍ군 통합 당시 인구가 26만 명에서 20여 년 만에 2배 이상인 56만 명으로, 1천400여 개이던 기업체 수는 7천500여 개로 5배나 늘어나는 등 전국 어느 도시보다 빠르게 성장하면서 도시화에 따른 부작용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에 도시와 농촌, 빠름과 느림, 첨단과 옛것, 자연과 기술의 조화를 슬로시티 운동으로 이뤄 가려 하고 있다.


 서김해 IC에는 슬로시티 조형물인 달팽이를 볼 수 있다. 달팽이는 느림의 생존방식으로 3만 종 넘게 분화한 지혜로운 동물이다. 국제슬로시티 연맹의 로고가 마을을 등에 업은 달팽이다. 연약한 달팽이가 마을이나 도시를 업고 있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 하나, 결국 달팽이와 같은 자연의 등에 업혀 살지 않으면 건강한 삶이 유지될 수 없다. 달팽이처럼 여유롭게 그리고 달팽이가 사는 자연에서 살아야 진정으로 풍요로운 삶터가 되는 것이다. 출ㆍ퇴근길에 마주하는 슬로시티 조형물이 매번 던져주는 물음은 일상에서 좀 더 여유로움을 찾아보라는 것이다. 가야왕도 김해에서 삶의 쉼표와 삶의 의미를 찾고 경험할 수 있다니 놀라운 일이다.

 가야왕도 김해가 슬로시티로서의 가능성은 무엇일까? 맑은 물이 흐르는 율하천의 카페거리와 대청천의 예술창고, 도시재생으로 재탄생한 회현동 봉리단길, 그리고 동상동의 이색적인 외국인 거리와 다양한 음식들, 효 문화와 전통이 함께하는 진례 하촌마을, 도자기 장인 백파선의 고향인 상동 대감마을과 진례 분청도자관, 수국 축제가 열리는 대동 수안마을, 용지봉 국립자연휴양림 등 김해에는 전통과 보전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곳이 많이 있다.

 율하천 주변은 카페거리로 유명하다. 다양한 이색 카페들이 즐비해 여유롭게 커피도 마시고 책도 읽고 체험까지 즐길 수 있다. 대청천에는 누리길이 만들어져 대청계곡까지 걸으며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에 충분하다. 최근 조성된 대청계곡 대나무숲 가운데 앉아 사이좋게 살고있는 판다 곰 가족과 함께 귀를 간지럽히는 댓잎 소리를 듣다 보면 쌓였던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버릴 수 있다.

 용지봉 국립자연휴양림 국립산림교육센터가 조성된다. 미세먼지차단 도시 조성, 도심 생활권 신림복지시설 확충 등으로 숲의 공익적 가치를 시민들과 더 크게 나눌 수 있는 곳으로 기대가 된다. 회현동 봉리단길은 일제 강점기 적산가옥을 복원해 만든 카페와 독특한 콘셉트의 음식점, 멋이 한껏 묻어나는 옷가게 등은 서울의 경리단길이나 경주의 황리단길 못지않은 핫플레이스로 만들어가고 있다. 주말이면 외국인으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는 `동상동 종로길` 역시 봉리단길 못지않은 인기 있는 곳이다. 김해전통시장은 다양한 외국 음식을 파는 상점과 가게들이 색다름을 선사하고, 낯익은 한국 물건은 물론 동남아산 과일, 외국 채소, 향신료 등도 함께 판매한다.

 백파선의 고향, 상동 대감마을은 역사와 전통이 있는 문화 마을로 일본 아리타에서 `도자기의 어머니`로 불리는 조선 최초 여성 도공 백파선의 고향이기도 하다. 마을 앞으로 대포천이 흐르고 있어 산책하기에도 그만이고, 인근 `백파선 쉼터`에서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다 보면 슬로시티에 잘 어울리는 대감마을만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수국 축제가 열리는 대동면 수안마을은 매년 9월 부추 꽃이 필 때면 노란 멋쟁이 나비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마을 입구 벽화는 `주고받는 것은 생명입니다`를 주제로 수안마을 주민들이 품고 있는 꿈을 역동적이고 장난기 있는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분청도자의 고장 김해의 랜드마크인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과 김해분청도자박물관에서 동쪽으로 걷다 보면 시례리 하촌마을이 나온다. 오랜 효 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하촌마을은 김연아 선수가 소개했던 것처럼 마을 도랑에 깨끗한 물이 흐르는 정겨운 풍경을 자랑한다. 도심을 벗어나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효 사상도 느끼고, 도랑에서 가재도 잡아볼 수 있는 시례리를 품은 김해야말로 진정한 국제슬로시티로서 부족함이 없다.

 시는 최근 경남에선 처음으로 모바일 걷기 앱인 `워크온`을 도입, 공식 커뮤니티를 개설했다. 워크온에 가입하면 김해시 공식 커뮤니티인 `슬로시티 김해, 설화가 숨 쉬는 왕도를 걷다`에 봉황유적지와 수로왕릉, 가야의 거리 구지봉공원, 해반천과 연지공원 등 시내 걷기 좋은 길 세 코스가 우선 등록된다. 간단한 절차를 거쳐 앱을 설치하면 전국의 유명 둘레길도 안내받을 수 있고 친한 사람들과 커뮤니티도 만들 수 있다. 가야왕도이래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며 살아온 가야의 후예들이 있는 곳, 슬로시티 김해에서 천천히 흐르는 시간과 동행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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