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루미늄 샷시 끅끅대는 문 열고 들어서면
먼지 내려앉은 선반 위
과자 몇 봉지 생필품 몇 가지
허전한 냉장고 속 그나마 가지런한
소주 몇 병 막걸리 몇 병
햇살이 드리워도 입김은 하얀데
느려진 어투로 오가는 말소리
부딪혀도 소리 나지 않는 종이컵
소주 한 병 막걸리 두 병
이슬 걷히지 않은 아침에 벌써 속이 비었다
이제 시작인 하루 벌써 속을 데운 어르신들
뱃속 드러낸 새우깡 봉지 아직 소복한데
잔 채울 거리 없어 입맛만 다시다
누가 먼저 할 거 없이 꾸깃한 지폐 몇 장 모아낸다
시큼한 막걸리 냄새 부유하는
조용해진 제일 슈퍼
내일 아침 저 어르신들 또 여기 앉아
소리 없는 잔을 부딪히실 거다
새우깡도 다 비우고 가시면 좋을 텐데
눅눅한 새우깡은 그대로 휴지통으로 간다
시인약력
ㆍ호 ‘我蓮(아련)’
ㆍ진주 출생
ㆍ진주 산업대학교 섬유공예과 졸업
ㆍ월간 문학세계 등단(2015)
ㆍ김해 文詩 회원
ㆍ장유문학회 회원
ㆍ아로마테라피스트ㆍ공예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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