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9:07 (금)
제일 슈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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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진옥
  • 승인 2019.05.23 2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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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옥
김진옥

알루미늄 샷시 끅끅대는 문 열고 들어서면

먼지 내려앉은 선반 위

과자 몇 봉지 생필품 몇 가지

허전한 냉장고 속 그나마 가지런한

소주 몇 병 막걸리 몇 병

햇살이 드리워도 입김은 하얀데

느려진 어투로 오가는 말소리

부딪혀도 소리 나지 않는 종이컵

소주 한 병 막걸리 두 병

이슬 걷히지 않은 아침에 벌써 속이 비었다

이제 시작인 하루 벌써 속을 데운 어르신들

뱃속 드러낸 새우깡 봉지 아직 소복한데

잔 채울 거리 없어 입맛만 다시다

누가 먼저 할 거 없이 꾸깃한 지폐 몇 장 모아낸다

시큼한 막걸리 냄새 부유하는

조용해진 제일 슈퍼

내일 아침 저 어르신들 또 여기 앉아

소리 없는 잔을 부딪히실 거다

새우깡도 다 비우고 가시면 좋을 텐데

눅눅한 새우깡은 그대로 휴지통으로 간다

시인약력

ㆍ호 ‘我蓮(아련)’

ㆍ진주 출생

ㆍ진주 산업대학교 섬유공예과 졸업

ㆍ월간 문학세계 등단(2015)

ㆍ김해 文詩 회원

ㆍ장유문학회 회원

ㆍ아로마테라피스트ㆍ공예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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