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6:49 (금)
[김해 포항물회] 깊고 오묘한 물회 맛… 가슴까지 시원한 전국 최고 물회
[김해 포항물회] 깊고 오묘한 물회 맛… 가슴까지 시원한 전국 최고 물회
  • 김용락 기자
  • 승인 2019.05.19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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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는 서 셰프의 맛집 릴레이 ⑧ 김해 포항물회
19년째 김해 부원동에서 시원한 물회를 판매하고 있는 포항물회의 상차림.
19년째 김해 부원동에서 시원한 물회를 판매하고 있는 포항물회의 상차림.

 서 셰프의 한숟가락

 “27년 동안 바다에서 지내던 대표님이 외지인 김해에 자리 잡고 살얼음 동동 뜨는 시원한 물회와 개운한 대구뽈탕 등을 판매하는 최고의 물회 전문점입니다.”

 서 셰프는 누구?

 60여 가지 식재료를 직접 재배해 500가지 음식을 요리하는 서충성 셰프. 지금은 창원 동읍에서 식탁위의텃밭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매주 지면을 통해 주변 맛집을 소개할 예정이다.

김해에 물회 처음 들여온 오상윤 대표
낯선 음식에 하루 3그릇 팔기도 했지만
손님 원하는 맛 잡히자 인기 고공행진
특수 제작 양념 통해 생선 비린내 잡아
살얼음 육수 한 모금이면 여름 잊게 돼
아내가 직접 만든 반찬 상차림도 좋아
술자리에는 대구뽈탕 시원ㆍ개운 매력

 “점심때 가자미물회를 먹고 저녁에 한치물회를 먹으러 또 와요.”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폭염이 찾아온 이후 올해도 5월에 벌써 30도가 넘는 등 본격적인 더위와의 사투를 앞두고 있다. 이럴 때, 단 한순간이나마 더위를 잊게 할 시원한 음식이 생각난다. 오늘은 김해 부원동에서 20년째 신선하고 시원한 물회를 제공하는 ‘포항물회’를 찾았다.

지난 2000년 5월 20일 포항물회를 개점한 오상윤 대표(왼쪽)와 아내 김영순 씨.
지난 2000년 5월 20일 포항물회를 개점한 오상윤 대표(왼쪽)와 아내 김영순 씨.

 점심시간이 막 지난 가게 안에서 전쟁을 치르듯 땀을 닦고 있는 오상윤 대표(64)를 만날 수 있었다. 주방에는 지난 1~2시간 동안 찾아온 손님들의 흔적을 처리하느라 분주했다. 넓지 않은 식당이지만 오늘만 벌써 100여 명이 왔다고 한다. “오늘은 날이 덥다 보니 손님들이 많이 찾았네요.” 겸손하게 말하는 오 대표지만 ‘포항물회’는 김해 맛집 100선에 선정되는 등 일대에서 꽤 유명한 식당이다.

 포항물회는 김해시청 바로 앞에 있다. 자연스레 주 손님은 시청 직원들이다. 시청에 근무한다면 포항물회는 다 가봤다고 단정 지을 정도다. 시청 건너편 법무사와 세무사 종사자들에게도 인기다. 더위가 한층 거세지면 식당 앞은 대기 줄이 들어선다.

포항물회는 양념을 잘 비빈 후 고추장 육수를 부어야 그 맛을 더욱 느낄 수 있다.
포항물회는 양념을 잘 비빈 후 고추장 육수를 부어야 그 맛을 더욱 느낄 수 있다.

 땀을 흘리며 들어온 우리는 잡어물회 두 그릇을 시켰다. 잡어물회는 계절별로 잡히는 물고기를 회로 떠서 만든다. 포항물회는 잡어물회, 한치물회, 참가자미물회 등을 주력으로 판매하는데 모두 골고루 인기다. 4월부터 9월까지는 물회를 주메뉴로 하며 상시 판매하는 대구뽈탕도 맛이 쏠쏠하다. 계절별미로는 11월부터 2월까지는 물메기탕ㆍ생대구탕, 3월 도다리쑥국을 판매한다.

 오 대표는 27년 동안 원양어선과 상선을 탄 바다 사나이다. 어린 시절 부산 남부민동 공동어시장 인근에서 살았다. 자연스럽게 그의 인생에서 생선은 군것질거리이자 주전부리 그리고 식사가 됐다. 지금이야 여름철 최고 별미로 불리지만 과거 물회는 그저 육지의 덮밥에 불과했다. 어릴 적 오 대표는 친구들과 어시장에 나가 갓 잡아 온 지고기, 고등어의 껍질을 벗겨 썰어 물회를 만들어 먹었다. 집에서 들고 온 고추장과 참기름을 버무린 후 얼음과 물을 붓고 비벼 먹는 게 그의 일상이었다. 배를 타던 27년간은 맛 보다는 배 채우기 용도로 빨리 먹기 위해 이것저것 섞고 물을 비비던 것도 물회였다. 생선의 비린내는 익숙해져 있었고 상큼함을 줄 야채는 있을 리 없었다.

깨끗하고 개운한 맛으로 술안주로 즐겨 찾는 대구뽈탕.
깨끗하고 개운한 맛으로 술안주로 즐겨 찾는 대구뽈탕.

 “부모님이 만들어주던 걸 따라 하면서 애들끼리 먹곤 했어요. 배 위에서도 풍족하게 먹기보다는 급하게 먹던 기억이 있고요. 지금은 그런 물회로 장사를 하고 있네요.”

 장사 초기 생선을 물에 비벼 먹는 물회에 대해 비린내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다. 당시 김해는 더더욱 물회 전문점이 없었고, 일반 횟집에도 팔지 않을 정도로 생소한 음식이었다. 하루에 3그릇만 판매한 적도 있었다. 오 대표는 포기하지 않고 물회를 연구하고 홍보했다.

 “물회는 비린내를 잡는 것에서 맛이 달라져요. 비린내는 양념으로 잡아야 하는데 양념과 육수의 비율을 맞춰 맛을 잡는 데까지 꽤 많이 공들였죠.”

 오 대표는 포항물회의 인기는 비율에 있다고 말한다. 장사 초기 직접 담근 고추장이 무조건 좋다고 생각했지만 매번 담글 때마다 맛이 변해 고민이었다. 결국 시중에 판매하는 최고급 고추장에 추가 양념을 넣어 소스를 만들고 있다. 이 소스와 함께 살짝 얼린 고추장육수의 비율이 맛을 결정한다. 지금껏 이 비법을 배우기 위해 찾아온 사람, 2호점을 내겠다며 부탁한 사람도 더러 있었다. 창원의 유명 물회집 대표도 몰래 20번을 찾아와 물회를 먹기도 했다고 한다.

 이렇게 누구나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맛이 잡히자 김해서 물회의 인기는 고공행진이었다. 2000년 5월 20일 장사를 시작한 이후 4~5년이 지나니 가게가 알려졌고, 여러 곳에서 물회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포항물회는 김해 지역 물회 요리의 선구자였다.

오늘로 20년 차에 접어든 김해의 여름을 책임지고 있는 포항물회 전경.
오늘로 20년 차에 접어든 김해의 여름을 책임지고 있는 포항물회 전경.

 상차림은 간단하면서 알차다. 물회를 주문하면 기본 찬과 미역국, 공깃밥이 식탁에 올라온다. 깍두기, 젓갈, 나물 등 반찬들은 오 대표의 아내인 김영순 씨가 직접 만든다. 아내는 포항물회를 하기 전 10여 년간 식당에서 찬모로 일해 손맛이 으뜸이다.

 물회와 육수는 별도로 나온다. 과거에는 비비는 방법에 따라 맛이 달라져 종업원들이 직접 비벼주고 육수의 농도까지 조절해줬다. 그러나 양념이 옷에 묻을 수 있음에도 직접 비벼 먹겠다는 손님들이 많아져 지금의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오 대표는 직접 물회를 비벼주며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슬그머니 알려줬다.

 “물회는 양념이 밴 후 육수를 부어야 해요. 먼저 육수를 부으면 회 안에 간이 안배여 단맛이 떨어져요. 먼저 물회 그릇을 충분히 비비고 육수를 적당하게 넣어주면 포항물회를 더욱 맛나게 즐길 수 있어요.”

 오 대표는 물회를 만들 때에도 참기름과 설탕을 마지막에 넣어 재료가 겉돌지 않게 한다. 살짝 얼어있는 육수는 서서히 녹으니 제법 물회의 모습이 갖춰졌다. 생선회는 꼬들꼬들한 식감을, 배와 오이 등 재료는 아삭하고 새콤한 맛을 준다. 반면 양념은 생각보다 매콤하다. 그러나 그 맛은 과하지 않고 부담 없이 야채 등과 어울려 순식간에 목을 넘어간다. 시원한 육수는 더위를 순간 잊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취향에 따라 밥은 말아 먹거나 반찬과 미역국과 함께 먹으면 된다. 더위를 잊고자 허겁지겁 먹은 식사를 마치니 오 대표의 한마디가 납득이 갔다. “점심때 가자미물회를 먹은 사람이 저녁에 한치물회를 먹으러 또 와요.”

 고추장을 최고급으로 쓰는 만큼 생선도 언제나 좋은 품질로 골라 온다. 한치는 6~8월에 잡은 활어를 쓰고, 그 외 시기는 급속냉동한 것을 사용한다. 참가자미는 포항 죽도시장에서 매일 공급받는다.

 재사용 음식이 없는 것도 포항물회의 장점이다. 한번 상에 올라온 밑반찬 등은 반드시 처리한다. 음식물 처리 비용이 많이 나오지만 오 대표는 청결을 위해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물회가 생각나지 않는 비 오는 날에는 포항물회의 대구뽈탕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시원하고 개운한 뽈탕은 소주와 함께 배를 든든하게 해준다. 연중 주문 가능한 것도 대구뽈탕의 매력이다.

 2000년 5월 20일 개점한 포항물회는 오늘로 19년을 꽉 채우고 20년 차에 접어들었다. 오 대표는 부산에서 반평생을, 김해에서 또 반평생을 지내 온 시점에서 앞으로도 김해에서 쭉 지내겠다고 말한다. 이들 부부가 김해에 있다는 건 지역민들에게는 크나큰 행운일 것이다. 지금껏, 또 앞으로도 김해의 여름을 책임질 이곳은 포항물회다.

 김해시 김해대로2415번길 3. 055-321-1688. △잡어물회 1만 3천원 △참가자미물회 1만 3천원 △한치물회 1만 1천원 △대구뽈탕 9천원 △생대구탕 1만 5천원 △물메기탕 1만 3천원 △도다리쑥국 1만 5천원

 도움 : 인제대학교 경영대학원 외식산업 최고경영자과정 총동창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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