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7:35 (금)
커피 한 잔에 예술 향기 담고 삶을 나눕니다
커피 한 잔에 예술 향기 담고 삶을 나눕니다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9.05.15 2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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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이 좋다 사람이 좋다 정성규 카페미안 대표
정성규 카페미안 대표는 메디치 가문을 꿈꾸며 예술대중화에 힘을 쏟고 있다.
정성규 카페미안 대표는 메디치 가문을 꿈꾸며 예술대중화에 힘을 쏟고 있다.

커피숍과 예술의 만남 전국 100곳 가맹점 계획
“장사 아닌 품격을 나눠” 가맹점 모두 함께 성공
카페 미술품 대여 공유 초기 투자 적게 들여 접근

정성규 대표는 메디치 가문 꿈꾸며
예술 대중화 앞장서 갤러리 운영 그림 심취
카페미안 전국 연결해 진정한 문화강국 소망

 아메리카노 한 잔을 우아하게 마시면서 예술을 편안하게 즐긴다. 카페와 갤러리를 동시에 찾아 입으로 마시고 눈으로 즐기면서 정신과 영혼의 교감을 느낄 수 있는 카페가 있다. 이름까지 예쁜 ‘카페미안’. 카페 가기가 미안해서 ‘카페미안(未安)’이 아니라 카페에서 예술을 즐긴다고 해서 ‘카페미안(美安)’이다. 카페미안에서는 커피 한 모금을 혀끝에서 굴려 깊은 맛을 음미하듯 눈을 돌려 예술의 깊은 속살을 탐닉할 수 있다.

 전국에 카페미안를 퍼뜨릴 꿈을 심고 있는 정성규 카페미안 대표(53)는 ‘예술 작품을 밥처럼’ 여기며 예술 대중화에 목숨을 건 사람이다. 메디치 가문을 꿈꾼다고 하면 꿈이 거창하다고 남들이 타박할까 봐 꿈을 옅게 채색하고 있다. 4년 동안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꽤 큰돈을 까먹었을 텐데도 여전히 조각과 그림을 찾아 모으는 예술 심마니다.

 정성규 대표가 커피숍과 예술을 한데 묶어 대중화에 나서면서 내놓은 작품이 카페미안이다. 정 대표는 “카페미안에서 커피를 마시는 건 품격을 나누는 행위다. 그렇다고 범접하지 못할 고귀한 행위는 아니다. 커피를 마시는 단순한 동작이 생활 속에서 예술을 입는 일이 된다”고 말한다.

예술은 생활의 한 부분이 돼야 한다고 말하는 정성규 대표가 설치작품에 앉아 있다.
예술은 생활의 한 부분이 돼야 한다고 말하는 정성규 대표가 설치작품에 앉아 있다.

 정 대표가 카페미안에 마음을 둔 뿌리는 미안캘러리에서 찾을 수 있다. 정 대표는 미안캘러리를 스쳐 지나는 우연을 태풍 같은 운명으로 품고 4년 전에 열었다. 첫 작품이 2016년 3월 ‘미안갤러리 창원’이다. 정 대표가 김혜나 작가의 ‘감각의 전이’를 개관전으로 야심 차게 열었지만 갤러리에 건 작품의 의미를 마음에 담을 수 없었다. 그림과 자신이 따로 놀고 그림의 의미가 제대로 자신의 가슴으로 전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예술을 배우러 다녔다. 그림을 접할수록 궁금증이 뭉게구름처럼 퍼졌다. 예술 공부를 하면서 공부를 넘어 예술 시장과 예술의 생산자에까지 관심이 확대됐다.

 “당시 많은 갤러리가 주위에 있어도 일반인들의 눈에 띄지 않는다는 데 의구심을 품었다. 1% 사람을 위한 예술이 아닌 대중 속에 들어가는 예술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생겼다”고 말하는 정 대표는 예술은 쉽고 다양하고 깃털처럼 가벼워서 훨훨 날아야 한다는 생각을 다지고 갤러리미안의 돛을 달았다.

 정 대표는 이어 2016년 8월 ‘미안갤러리 제주’를 열었고 같은 해 9월 거창에 조각공원인 ‘자연의 소리, 거창’을 선보였다. 해발 850m 가야산 자락에서 8년째 잇고 있는 작업은 젊은 작가의 꿈과 자연의 소리를 거대한 하모니로 만들고 있다.

 2017년 1월에는 ‘인터넷 카페 ‘줌마렐라’와 손잡고 갤러리’를 부산에 오픈했다. 같은 해 김해 나비프라자에 ‘미안갤러리 김해’를 오픈했다. 정 대표의 꿈은 제한을 받지 않았다.

 정 대표가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수집한 작품은 조각 3천여 점과 그림 200여 점에 이른다. 수집의 영역이 국내에 머물지 않고 여러 나라까지 발길이 닿았다. 수집 목록이 두터워질수록 정 대표는 작품을 대중에게 내놓아야 한다는 생각을 꺾을 수 없었다. 많은 사람이 예술 작품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곳이 갤러리 말고는 어디가 좋을까. 생각이 머문 곳이 카페다.

 “예술은 소비가 돼야 하는데 예술 작품이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흐르지 못하면 창작 열기는 죽기 마련이다. 신인 작가를 세워줄 수 있는 무대가 없으면 예술의 싹은 생명을 잃게 된다.” 정 대표는 전국에 카페미안 100곳을 열 계획을 하고 있다. 예술의 소비처를 많이 가지기 위해서다.

카페미안을 찾은 손님들이 자연스럽게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카페미안을 찾은 손님들이 자연스럽게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카페미안 상남동’이 지난달 문을 열었다. 이은미 대표는 “찾아오는 손님들이 카페 분위기를 즐기는 모습을 볼 때 행복하다. 특히 40대 이상 손님들은 카페 분위기에 제대로 젖어 작품을 감상하고 작품 가격을 문의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정 대표는 현재 가맹점을 문의해온 24명과 상담하고 있다. 정 대표는 무턱대고 카페미안 가맹점을 내주지 않는다. 먼저 운영하려는 사람의 예술에 대한 관심도를 본다. 예술을 남의 일처럼 생각하는 사람은 카페미안 주인이 될 수 없다. 정 대표는 카페미안을 열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좋은 의미의 강박관념을 갖고 있다.

카페미안 상남점의 조각작품.
카페미안 상남점의 조각작품.

 예술을 바라보는 열린 눈이 있다면 카페미안을 운영하는 데는 다른 카페보다 훨씬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카페미안 상남점에 가면 특별히 인테리어를 한 흔적이 별로 없다. 벽만 존재한다. 벽엔 그림이 걸리고 벽 앞엔 조각이 자리를 잡는다. 창도 안 보인다. 창이 예술 작품에 집중하는 시선을 빼앗기 때문에 창을 지워버렸다. 의자를 많이 놓지 않는다. 공간의 여유가 마음에 예술의 감흥으로 채울 수 있는 힘을 주기 때문이다. 초기 인테리어 비용은 의외로 적다. 제법 널찍한 공간을 얻어 인테리어를 해도 1천700만 원 정도 든다. 그렇다고 카페미안 상남점에 들어가면 속된 말로 내부 공간이 후져 보일까. 단단한 예술 콘텐츠로 짜진 실내는 우아해 보여 되레 ‘비싼 티’가 난다. 가장 심플한 인테리어가 가장 고급스럽다는 등식이 카페미안에 적용된다. 카페미안에서는 장사를 하지 않고 품격을 팔겠다는 생각이 곳곳에 배어 있다.

카페미안 실내인테리어는 갤러리를 떠올리게 한다.
카페미안 실내인테리어는 갤러리를 떠올리게 한다.

 정 대표는 “카페미안이 추구하는 또 한 축은 수입의 다양화다. 그림과 조각이 주인을 만나 팔리면 당연히 운영자는 수익의 일부를 가져간다. 그림과 조각뿐 아니라 식물까지도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손님의 손에 넘겨지면 운영자는 수익을 올린다”고 말한다.

 정 대표는 카페미안에 예술품을 대여해 예술의 향기를 전한다. 예술의 향기가 커피 향기와 함께 생활에서 문화로 빛을 바란다. “아마 10년 안에 커피숍의 트렌드가 많이 바뀔 것이다. 콘셉트 없이 인테리어로 승부하는 커피숍은 운영이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는 각 커피숍이 스스로 살아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형국이다”고 말하는 정 대표는 “카페미안은 문화를 팔기 때문에 앞으로 가장 강한 프랜차이즈의 이름을 달 것이다”고 덧붙인다.

 정 대표가 카페미안에서 이루고 싶은 문화향기는 뭘까. 먼저 예술의 보편성이다. 예술을 밥처럼 얘기하려면 예술작품은 비쌀 이유가 없다. 예술품은 비싼데 예술가는 가난하다는 등식을 깨야 한다. 정 대표가 신인 작가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도 여기서 출발한다. 신진 작가를 육성하기 위해 공모전뿐 아니라 작품을 걸 장소를 늘리는 일에 특히 관심이 크다. 정 대표의 ‘미다스 손’이 젊은 작가들의 어깨를 두드리면 창작의욕이 솟아오를 것 같다.

카페미안 상남점 입구에 선 이은미 대표.
카페미안 상남점 입구에 선 이은미 대표.

 “전국 곳곳에 카페미안이 열리고, 예술 작품이 제 자리에서 문화 향기를 뿜으면 우리나라 문화강국의 기반이 튼튼해지지 않을까요”라고 말하는 정 대표를 보면서 예술 문화의 마당을 일구는 작업은 ‘정신(혼)이 잘 되면 몸까지 잘 살게 된다’는 확신을 표정에서도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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